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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짝과 전조등

민아네 2012. 10. 2. 09:16


1.
주말에 할일없이 인터넷을 배회하다가, 요즘 인기있다는 한국 테레비 프로인 "짝"을 보았다.

 

결혼을 하고픈 남녀가 출연하여 짝을 지어주는, 옛날에도 있었던 중매 프로그램의 개정 발전판이라 할 수 있는 프로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앉아있는게 좀 남사스럽게 느껴져서 행여 와이프가 보고 주책이라 할까봐 가슴 졸이며, 넓은 등짝으로화면을 가려가며, 그것도 이어폰을 꽂고 보았다.

 

변명같지만 이 프로를 보게 된 이유는 연예인들이 철저하게 결혼상대를 구하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출연한다는 선전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번에 끝나는 프로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 2편, 3편으로 이어지는데 이 연예인 편은 인기가 좋은지 3편으로 나누었다. 아직 3편은 나오지 않았다. 시청율이 안 오르면 그냥 1편으로 끝내버리기도 하는 것 같다.

 

연예인들도 예술가인지라, 평소의 그들은 얼마나 "끼"가 넘치고 재미있을까, 하는 궁금증, 예술인들의 생활을 슬쩍 엿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예술가들의 삶은 나같은 범인이 보기에는 상식을 벗어나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그들이 가진 그런 "끼"를 동경하고 부러워한다.

 

그런 '끼'는 간혹 주변인과 가족들에게 심각한 민폐를 끼치기도 하고 그 자신마저 곤경에 빠뜨릴 정도로 파괴적인 면도 있지만 그 '끼' 자체는 얼마나 짜릿하고 재미가 있는가? 그런 민폐를 완충할 수 있는 이해의 버퍼만 있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백스물여섯배 정도는 재미나게 변할 것 같다.

 

출연자들은 과거에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조금 뜸한 그런 연예인들로 보였고, 그들 중 한사람은 자신의 땅에 떨어진 인기와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허나 지금 잘나가든 못나가든 그들의 수려한 외모나 예술적 재주에 깃든 섬세한 감성을, 연기나 공연이 아닌 평소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연예인들은 가수나 연기자등 전부 남자였고, 상대 여자들이 여러 직업을 가진 일반인이었다.

 

연예인들이 일반인 여자들과 만나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개는 결혼상대를 찾는 목적이 있는지라 대화를 무리없이 풀어가려고 노력을 하는 모습이었지만, 사실 일반인보다 섬세하고 민감한 연예인들의 감성을 제대로 이해 못하여 여자들이 동문서답으로 이어질때는 다소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안타까와봐야 뭘 어쩌겠냐만..

 

솔직히 나도 평소 대화에 동문서답하기는 저기 출연한 저 여자들과 하나 다를 바 없는 일반인중의 일반인인데다가 저들에 비하면 구세대이기까지 하니, 예술가들의 대화에 낀다는 것은 언감생심, 아마도 무리일 것이다.

 

허나 예술가들의 평소 모습, 인간적인 그런 모습이 궁금하기도 해서, 그런 예술가들의 모임에 감히 나의 소박한 감성으로는 대화의 한자락이라도 끼어들기는 무리겠지만, 그들이 모이는 자리에 구석자리에라도 앉아서 마치 토크쑈를 보듯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여담이지만 출연한 여자들 중에서는 피겨스케이트 강사를 한다는 미국교포도 있었는데, 한국말을 꽤나 잘 하고 곱상하게 생겨서 민아도 나중에 저 프로에 신청을 해서 보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또 여담이지만 조선일보에서 하는 종편 TV에서 이 프로를 본딴 "꽃탕" 이라는 어감이 묘한 프로가 있는데 다만 이것은 이혼한 남녀가 출연하여 재혼상대를 찾는다는 점이 다르다.

 

꽃탕이란 어감이 묘해 처음 들었을 때는 피식하고 입꼬리가 올라갔으나 사실 이를테면 숯불이 활활타는 불꽃은 사그라들었지만 아직 벌겋게 후끈대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라 하니, 담당피디가 적당한 상징성을 가진 단어를 애써 고른다고 고른 것이겠지만 저절로 에휴- 하는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치 야한 연상을 하도록 착시를 일으키는 사물을 보여주고는 그런 야한 생각을 드는 것은 네가 변태이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 같아 괜히 일부러 표정관리를 하게 되는 뭐 그런 찜찜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내용자체도 '짝' 따라하기 급급하여 정작 이혼이라는 인생의 큰 상처를, 공감과 위로와 치유라는 중요한 과정을 쏙 빼먹고 남녀의 짜릿한 만남을 향해 허위허위 헛발을 내딛는 모습을 보는 듯 하여 재미없음을 넘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2.
자동차 전조등이 이제 때가 되었는지 픽 나가버렸다.
전조등 전구 바꾸는것 쯤이야 식은죽 먹기라 생각했는데, 이게 참 자동차 배터리와 휴즈박스가 전구 넣는 입구를 묘하게 막고있는 바람에 일이 복잡해졌다.

 

이리저리 막혀있어 손 하나 들어가기 벅찬 구석을 조심스레 작업하다가, 전구를 눌러주는 탄성 스프링 파트 하나가 전조등 어셈블리 안으로 튀어 들어가버렸다.

 

이제는 헤드램프 어셈블리를 통째로 들어내어 스프링을 털어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헤드램프 어셈블리는 나사 세개만 뜯으면 탈거되게끔 되어있어 그대로 시도했는데 의외의 복병을 만나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사연인즉 매뉴얼에도 안나오는 고정핀의 출현으로 억지로 떼어내다가는 어셈블리에 맞닿아 있는 앞 범퍼를 말아먹을것 같아 수시간의 시도끝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었다. 아 이 창피함이여!

 

이 정체불명의 고정핀에 대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나같은 섣부르게 차에 손댔다가 낭패를 본 초보 공돌이 서생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는데, 한국말로 되어있는 어느 자동차 정비 싸이트를 보니 이 헤드램프 어셈블리는 "잘 달래서" 빼내야 된다고 써 있으니 참 한국말의 오묘함이라니! 달래긴 뭘 달래? 맨날 레귤라 개스만 넣던 자동차한테 다음에는 프라임으로 넣어준다고 약속이라도 하리?

 

그리하여 할일없이 어질러진 공구를 집어넣고 축 처진 어깨로 들어와 틀어본 것이 이 "짝" 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전조등은 정비소에 예약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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