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Home

담배 본문

잡동사니 생각

담배

민아네 2013. 1. 15. 07:50

나는 담배를 대학입시가 끝난 직후부터 시작해서 대학 2학년 초 무렵 끊었으니 1년이 조금 넘게 피운 셈이다.

 

캐나다에서는 담배를 피우기가 고달프다.

 

담배값이 한갑에 한국돈 거의 8천원에 달하는데다가 담배는 지붕과 벽이 있는 공간에서는 회사 음식점 술집을 막론하고 무조건 피울 수 없다.

 

내 기억이 맞다면 웬만한 담배 한갑에 7불정도, 한국돈 8천원정도다.

 

한국에서처럼 담배인심이 후했다가는 골초들은 기둥뿌리가 뽑힐지도 모른다.

 

그러면 밖에서는 모두 허용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법령이 있는지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길거리에 걸어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흡연하는 사람은 한번도 보지 못했으며 다만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는 꽁초를 창밖으로 튕겨버리는 싸가지들은 간혹 본다.

 

회사에서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회사 출입구에서 최소한 10미터 이상 떨어져서 피워야 한다. 때문에 회사 밖 주차장 한가운데에다가 마치 버스 정류장처럼 겨우 눈비 정도만 피할 수 잇는 지붕을 얹은 흡연장소를 만들어 놓았다. 창 밖으로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그 좁은 장소에 옹기종기 모여서 담배를 피운다. 보통 담배를 피우게 되는 동기가 멋있어서 라는 이유도 한몫을 하는데, 삭풍이 부는 추운 밖에서 달달떨며 담배를 빠는 저 모습은 멋하고는 한참 거리가 멀다.

 

예전에는 커피점에 가면 유리칸막이로 흡연실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철거되고 금연구역이 되어버렸다.

 

수년전 술집에서 금연을 하는 법령을 정할 때 애연가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집에서도 아니고 술집에서 친구들하고 한잔 하면서 한까치 땡기는 것까지 못하게 막는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통과되었다.

 

여기는 법 적용에 융통성이란게 없어서 아무리 추운 날 잠깐의 식후땡이라도 두터운 외투 걸치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화장실이고 계단실이고 건물 내부에서는 절대 안된다. 물론 한국도 이런 점은 철저하게 지켜질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어차피, 화장실 같은 곳은 냄새때문에 벤틸레이션을 강하게 틀어놓는데, 똥칸 하나를 흡연실로 개조해서 의자 하나 놓아주는것도 나쁘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여담이지만 여기 똥칸 환기는 진짜 어딜가나 초강력으로 잘 해 놓아서, 똥을 아무리 맘놓고 실컷 때려도 손씻는 동안만 지나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단지 그 소리는 어쩔수 없다.

 

옛날에 신입사원 시절에는 사무실 안에서 흡연이 허용되었기에 담배연기로 자욱해서 마치 안개가 낀 듯 했었다.

 

그 시절 아침에 출근하면 부서별로 조회 비슷한 것을 했는데 사원들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1분 스피치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 때 예쁘장한 서무직 여직원이 나와서 사무실에서 금연을 하자고 건의를 했다가, 흡연 아저씨들의 무지막지한 비웃음에 울음이 터질듯한 얼굴이 되었으니 지금 흡연을 놓고만 생각하자면 야만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흡연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많은 예술가 문학가들이 창조적인 영감을 얻기위해 애용되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조선시대 애연가였던 이옥이란 분은 흡연의 즐거움을 연경(烟經)이란 책에서 아름다운 글로 남겼다.

 

"기나긴 겨울밤 첫닭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없다. 몰래 부싯돌을 두드려 단박에 불씨를 얻어 이불 속에서 느긋하게 한 대를 조용히 피우자 빈방에 봄이 피어난다."(안대회 옮김)

 

적막한 시골의 겨울 새벽풍경이 눈에 밟힐 듯 생생하여, 마치 내가 그 풍경속의 시골토방에 이불을 덮고 엎드려 담배를 한 대 피우는 것 같다.

 

하지만 담배의 폐해를 주장한 분도 있었으니 비슷한 시대 이덕리라는 분은 흡연의 폐해를 진기소모, 시력저하, 의복착색, 서책오염, 화재유발, 치아상해, 체면손상, 행동불편, 예모불경, 공경소홀 등 열개 항목으로 나열하여 규탄하였다.

 

진기가 빠지고 눈이 나빠지고 옷이나 책에 냄새배고(색이 변하고) 불나고 이빨 누렇게 변하고 체면이 깎이고 행동이 불편하며 껄렁해보이고 건방져 보이니 요즘의 시각으로 보아도 정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잡동사니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감청이언정 고소원  (0) 2013.05.07
맹모삼천?  (0) 2013.01.18
짝과 전조등  (3) 2012.10.02
사랑과 자비  (0) 2012.08.29
윤편(輪扁)의 고민  (1) 201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