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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미트 플랜트 프로젝트 (meat plant project)

민아네 2024. 2. 18. 16:13

2009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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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섬뜩한 제목같지만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 생활에 고기를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일이므로 이야기를 해 본다.

 

지금까지 해 본 특이한 프로젝트를 말하라면 도축장 프로젝트를 들 수가 있다.

 

도축장 하면 어감이 좀 그렇기 때문에 동료들끼리 미트 플랜트 meat plant 라고 불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것이 아니라, 쉽게 말하면 부분적인 개/보수 였는데,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도면을 상세하게 볼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돼지고기 소고기들이 어떻게 가공되어 나오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관심도 없었지만.

 

내가 본 것은 돼지고기 가공 플랜트였다.

 

트럭으로 실어온 돼지들을 담장이 쳐진 넓은 우리같은 곳에 풀어놓는다. 우리 한쪽에는 플랜트로 가는 통로가 있는데 통로 입구는 넓고 플랜트로 갈수록 좁아지는 깔때기 형상이어서, 이곳으로 돼지를 몰아넣으면 나중에는 돼지들이 자연스럽게 일렬종대로 서서 플랜트로 들어가게 된다.

 

돼지들이 일렬로 들어가게 되면 수백볼트 (보통 400볼트) 전기충격을 때려서 기절시킨 다음 혼절한 돼지들이 컨베이어 벨트로 떨어지게 되면 사람들이 처리하는 것이다.

 

잠깐 전기에 대해 미미한 상식이나마 설명을 해 본다.

 

볼트는 전압, 즉 전기가 갖고있는 압력을 말하고 암페아는 전기량, 전기의 용량을 뜻한다. 수도꼭지를 손가락으로 막으면 손가락 틈새로 엄청난 수압의 물이 삐져 나오는데 이때 물의 압력은 높지만 나오는 물의 양은 적다. 바가지의 물을 쏟으면 물의 압력은 낮지만 쏟아지는 물의 양은 위의 경우보다 훨씬 많게 된다.

 

어떤 사람이 자동차 밧데리가 12볼트라는 사실만 알고 1.5볼트 건전지 8개를 연상하고는, 자동차 밧데리가 나갔는지 확인을 위해 점프 케이블을 혓바닥에 대봤다가 구운 오징어의 형상으로 혼절했다는 스토리를 본 적이 있다.

 

설명이 길었는데 수백킬로그램이나 나가는 돼지를 400볼트로 혼절시킨다는 것은 한국 가정용 전기를 두개 연결해 친다는 소리가 아니라 아마 바가지로 물 붓듯 다소 큰 전기량으로 때리는 것이리라 짐작을 해 본다.

 

사람들이 처리한 돼지를 들어올리는 호이스트가 있어 돼지(고기)는 갈고리에 매달려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게 된다. 피를 제거하고 내장및 각종 부위로 손질을 하는 공정을 거쳐 최종 등급판정을 받은 돼지고기는 각 판매처로 실려가게 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짐승을 잡는 백정을 최하의 천민으로 보는 전통이 있어와서 지금 현재에도 미트 플랜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 직업을 대개 숨긴다고 한다.

 

어떤 기자가 쓴 글에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는데, 밥을 먹을때 어른들은 애들에게 쌀을 생산한 농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라고 하면서 고기반찬을 먹을 수 있게 해준 사람들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어찌 고기를 지금처럼 수월하게 먹을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참 고마운 분들임은 틀림없겠다.

 

마장동 축산물시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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