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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준비는 어떻게?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은퇴준비는 어떻게?

민아네 2024. 2. 18. 13:12

2009년 2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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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전 회사에서 메일을 받았습니다. 주식 분할에 대한 공고문이었지요. 그 회사에 처음 입사할 때 주식을 조금 샀었는데 그냥 잊어버린다치고 갖고 있었습니다. 회사 옮기면서 팔아치울려고 했는데 당시에 회사 합병이다 뭐다 해서 어수선할 때라 그런지 주주총회 후에 팔라고 해서 그냥 두었었습니다. 팔아봐야 큰 보탬도 안되는 수준이라 잊고 지내기 쉽더군요.

주가는 요즘같은 경제난에도 약간 올랐더군요. 지난 회사가 역사가 거의 50년이 된 오랜 회사라 내가 입사했을 때 당시 노인들이 많았는데, 63년도에 입사한 할배가 일을 하고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양반은 얼마 후 은퇴를 하셨는데, 옛날에 몇불 안주고 산 주식을 팔아서 거의 3백만불(30억? 요즘 환율로는 35억정도 되려나요)의 거액을 챙겨 나갔다고 하는군요. 2,30년전 옛날에는 주식값이 몇십센트에서 몇달러 안되던 시기였으니, 그당시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엄청 저렴한 가격이라 사람들이 부담 없이 때마다 조금씩 사서 모아둔 모양입니다. 그게 지금은 거의 20불에 육박하니 참 격세지감이지요. 나도 덩달아 조금은 재미를 본 셈입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요즘 사람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만약에 그 주식이 2, 30년 후에 예를들면 200불이나 300불로 뛰어 오른다면 그 할배와 같은 행운을 가지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 할배 입장에서는 63년에 입사해서 2003년에 은퇴했으니 40년을 일한 회사인데 그럴만 하다고 하겠지만 일분 일초 앞의 미래를 모르는게 인간인지라, 40년을 이 회사를 믿고 주식을 차곡 차곡 사서 모아둔데 대한 보상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실제로 하루 지나면 회사가 없어지고 합병되고 새로 생기는 요즘같은 때에 회사를 믿고 주식을 산다는 것은 도박이나 다름이 없어 보입니다.

 

한국에서 주식은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워낙에 새가슴인지라 주식은 오로지 땅짚고 헤엄치기라는 '우리사주'만을 샀었는데 그것도 널뛰기를 하는 바람에 겨우 원금정도만 건지고 손을 털었었지요. 그 당시 주식이 널을 뛴 이유가 회장이 자기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하기 위한 편법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참 황당하더군요. 사람은 돈이 얼마나 많아야 만족을 하는 것인지...

 

지난달 북미 최대의 통신회사인 노텔 nortel 이 파산보호신청을 하는 바람에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아직 거래는 되고 있다고 합니다만 거의 휴지나 마찬가지지요. 아는 분이 그 주식에 3천불 투자했다가 공중에 날렸습니다. 금액이 크지 않아서 다행이지 많은 돈을 투자했던 사람은 하루 아침에 쪽박을 찬 셈입니다.

 

최근 밝혀지는 금융계 종사자들의 허황된 생활을 보면 여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의 탐욕을 십분 이용하여 자신들의 허영과 사치를 충족했으니, 탐욕을 가지고 달려든 사람이 잘못인지, 그것을 이용해 먹은 사람들이 나쁜것인지...

 

나도 몇년전부터 은행에서 잊을만 하면 전화가 와서 좀 더 '공격적인'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유를 받아와서, 남들은 다 돈놓고 돈 버는데 나는 가만 앉아서 인플레만큼 돈 잃고 바보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실제로 하루 휴가를 내서 펀드 구좌를 옮기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펀드를 하려고 한게 아니라, 여기 정부에서 권장하는 세금감면 플랜이 있어서(RRSP) 산 것입니다. 남들 다 하는것이구요. RRSP를 사면 그만큼 소득공제를 해 주기 때문에 세금이 쎈 캐나다에서는 세금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좌는 본인이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수익률이 높고 공격적인 펀드를 사느냐, 아니면 수익률이 거의 은행이자밖에 안되는 안전빵 펀드 (머니마켓 같은)를 드느냐는 개인 마음대로 입니다.

 

역시 짐작하신 대로 나는 안전빵 머니마켓으로 들었었는데, 공격형 고수익 펀드로 옮긴다 옮긴다 하다가 한국 갔다오고 직장 옮기고 하면서 미루고 있었는데 경제위기에 접어든 것이지요. 결과적으로는 남들 10프로 20프로 뻥뻥 적자내고 있을 때 명목상이나마 흑자니 다행인 셈이지요.

 

옛날 사람들은 회사 다니면서 주식을 사서 요즘 여유있는 은퇴를 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 너무 막연한것 같습니다. 물론 옛날 시절에도 막연하긴 마찬가지였겠지요.

 

여기서 은퇴하면 정부연금이 나오지만 그것도 정부재정이 튼실할 때 얘기고 오래전부터 캐나다 연금재정이 고갈되느니 마느니 말이 많았고 게다가 요즘같이 경제가 세계적으로 흔들 흔들 거리면 불안하지요.

 

사실 RRSP도 그것때문에 나온것인데 말을 풀어쓰면 Registered Retirement Savings Plan 정부공인 은퇴저축, 결국 은퇴후에 정부연금만 믿지 말고 노후는 각자 책임진다고 생각해라 이 뜻입니다.

 

여기는 그래도 회사에서 65세까지 일하다 은퇴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고 북미에서는 직장 옮기기를 밥먹듯 한다고 들은것과는 달리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경력이 중요시되는 (노인이 많은) 엔지니어링 직종의 특성일 수도 있습니다. 나로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 회사에 계속 다녔다면 친구들과 같이 독립을 했을려나? 혹은 회사에 계속 붙어 있었겠나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