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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자동차산업을 위한 제언 본문
2008년 12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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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자동차 산업을 위한 제언 - 1
뉴스를 보아 하니 한국 CT&T 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전기차가 미국경찰에 4000대 공급계약이 되었다 합니다. 주차단속용 순찰차로 사용예정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가격, 승차감, 속도 모든면에서 기존 휘발유 차보다는 훨씬 못하지만 일단은 전기차 대중화의 첫발이라는 시각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하여 한국도 많이 힘들겠지만 여기도 여기저기서 힘들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월급쟁이들은 월급쟁이대로 여기저기서 레이오프 당했다는 소리가 들리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대로 힘든 소리가 들립니다. 은행에 근무하는 아는 분은 은행 잘 다니고 있는 줄 알았더니 회사를 그만 둔지 벌써 반년이나 지났더군요. 그동안 고용보험으로 지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지낼지 걱정입니다.
다른 가족은 신축되는 주택단지의 집을 년전에 계약을 해서 이제 다음달이면 입주를 하는데, 기존의 집이 도무지 팔리지를 않아서 잔금을 못 치룰 위기에 놓였습니다. 잔금을 못 내서 계약이 깨지게 되면, 법대로 한다면 계약 파기한 사람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됩니다.
계약금을 몽창 떼이고, 집 파는 쪽에서 원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다른 사람에게 팔게 되면 그 차액을 또 물어주어야 합니다. 엄청나게 가혹하지요. 그러나 그런식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들 절충을 해서 해결을 해 나갑니다. 이 가족의 경우에는 건축업자가 제안하기를, 잔금 낼때까지 하루 100불씩 벌금을 내라고 했다고 합니다. 계약금을 떼이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래도 엄청난 손해에다 집이 안팔리는게 장기화되면 위험하기까지 한 제안이겠지요. 결국 무리를 해서 융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경제위기에 가장 타격을 받는 분야는 단연코 자동차 산업입니다. 특히 북미의 포드, 크라이슬러, GM 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4만불짜리 차를 사면 비록 중고지만 다른 자동차 한대를 끼워팔기식으로 준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역시나 겉포장만 번지르르한 광고더군요.
도저히 그 차를 4만불에 팔아먹을 자신은 없으니 그런 것이겠지요.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누가 그런 차를 4만불이나 주고 사겠습니까? 결국 값을 대폭 깎아주기는 뭣하고 하니 재고 소진도 할겸 그런 마켓팅을 하는것 같은데 소비자를 완전히 물로 보는 얍삽한 마켓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회사가 망할 지경까지 왔는데도 정신 못차리고 저러는 것을 보니 정말 망하기는 망할 모양입니다.
어제 뉴스를 듣자 하니 오샤와의 GM 트럭 플랜트가 내년 11월로 예정된 공장문 닫는 시기를 내년 5월로 당겼다는 소식입니다. 오샤와의 지역경제는 물론이고 온타리오 전체에 그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오샤와는 토론토에서 동쪽으로 약 1시간 반 정도 거리)
벌써 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니는 몇몇 지인들은 수년째 봉급동결은 물론이고 지금은 자리보존하기도 걱정이 된다고 합니다.
미제 자동차에 대한 불신은 어제 오늘일이 아닙니다. 자동차 자체의 품질 불량이 매우 많고, 그 불량을 개선하려는 의지도 대단히 희박합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GM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데, 연료 게이지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통에 주행거리로 짐작하여 주유소에 간다고 합니다. 이 하자는 동일 차종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에게 들은 하자입니다.
두 사람다 차를 가지고 딜러쉽에 갔는데, 딜러의 대답은 "고치려면 엄청난 돈이 드니까 그냥 타고 다녀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한 사람은 다운타운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던 날, 파워 윈도우를 잠깐 내렸는데 다시 올라가지를 않아, 그 추운 겨울날 얇은 양복에 하늘하늘한 파티복을 입고 엄청난 삭풍을 견디며 다운타운까지 갔다 왔다고 합니다.
얼어죽을 정도로 추운것은 둘째치고 주변 운전자들이 다 웃으며 쳐다보는 통에 창피해서 혼났다고 합니다.
북미 자동차 산업을 위한 제언 - 2
금년 초에 GM은 위기타개책으로 오샤와 공장을 닫으려 했으나 노조와 협상을 통해 하이브리드 트럭을 생산한다고 발표했었습니다. 당시 이 뉴스를 듣고 실소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름값이 하루 다르게 올라가고 있는 판에 아무리 하이브리드라도 웬간한 중형자 연비밖에 안나오는 하이브리드 트럭을 생산해 팔겠다니? 게다가 그 비싼 가격은 어쩌고?
더 기가막혔던 것은 출근길 라디오에서 들은 GM의 광고였습니다.
"우리는 연비때문에 힘을 희생하지 않습니다!"
잔고장, 낮은 연비, 낙후된 디자인, 최악의 애프터 써비스, 싸지 않은 가격 등등 소비자가 외면할 만한 요소는 어쩌면 그리 골고루 다 갖추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북미의 자동차 산업이 회생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동차 플랜트의 라인을 전부 뜯어고쳐, 앞으로는 전기차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통근자들이 하루 100키로 미만의 주행거리를 달리며 운전자 혼자만 자동차에 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기껏해야 70-80키로의 사람 하나를 운반하기 위하여 2톤짜리 자동차를 움직인다는 것은 너무나 심각한 에너지 낭비라는 것이지요.
게다가 휘발유 엔진의 연료효율은 20% 정도입니다. 즉 휘발유 10리터를 넣으면 순수하게 힘으로 전환되는 에너지는 2리터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다 열이나 소음, 진동의 형태로 낭비되는 것이지요.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도 그다지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동차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만큼 낭비되는 에너지도 적어지기 때문에 에너지가 절약될 것이며, 게다가 전기차는 일단 공해가 생기지 않는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전기를 생산할 때 나오는 공해는, 자동차들이 개별적으로 생산하는 공해에 비하면 훨씬 적을 것이며, 게다가 전기 생산은 대규모로 집적이 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해를 컨트롤 하기가 훨씬 쉽다는 것입니다. 수백만대의 휘발유 자동차 매연을 통제하는게 쉬운가 아니면 하나의 발전소 공해를 통제하는게 쉬운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전기차의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행거리 : 1회 충전에 최소 150km
- 충전시간 : 2시간 이내
- 무 게 : 1톤 이내
- 안전장치 : 차간거리 인식 자동 브레이크, 자동운전장치 등
- 가 격 : 현재의 경차 수준
- 배터리 내구성 : 최소 8년의 워런티 (현재 하이브리드 카 배터리 워런티)
기 타 :
- 법적 정비 / 기반시설 확충
전기차 전용차선 구비 : 속도제한 센서 등의 전기차 전용 안전장치 설비
세 제 : 전기차 보급을 위한 세금 혜택, 대신 휘발유 차의 세금을 무겁게 함 사업자를 위한 휘발유차 세금감면이나 환급제도
충전소 : 각 회사나 쇼핑몰에 유료 충전소 설비. 기존 휘발유 주유소보다 훨씬 간편하고 설비비가 적을 것임.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무겁고 힘이 약할것으로 생각하지만 전기차는 순간 토크가 매우 크기때문에 가속력이 훨씬 뛰어납니다. 지하철 전동차를 생각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아직은 배터리의 내구성이나 용량, 경량화에 개발 여지가 남아있지만, 이미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전기차의 대중화는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단지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닌 여러가지 법적인 정비와 사회적 분위기가 준비되어야겠지요.
한가지 더 첨언을 한다면 지난달 유럽에서 제안되었던 소형 커뮤니티 원자력 발전소도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공해를 줄이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수년전부터 토론토에서는 하이브리드 시내버스를 운영해 왔습니다. 시에서 몇년 잘 운영하고 또 우리는 이만큼 환경을 생각한다는 광고효과도 봤겠지요. 그런데 이제 배터리 교체할 때가 되었는데 돈이 엄청나게 드는 바람에 하이브리드 버스는 차고에서 썩어가는 신세가 되었다고 합니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로 배터리가 문제인데, 꼭 기술력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대중화가 안되다 보니 그만큼 가격이 비싸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미 자동차회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연구개발에 매진해야겠습니다.
주) 전기자동차는 2024년 현재 대세로 들어섰습니다. 다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