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Home

여기도 치열한 삶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여기도 치열한 삶

민아네 2024. 2. 25. 20:54

2010년 10월에 썼던 글입니다.

-----------------------------------------------------------------

내가 일하는 회사는 연동시간제다. 일찍 출근하면 일찍 퇴근하고 늦게 출근하면 그만큼 늦게 퇴근하는 제도인데, 그렇다고 아무때나 출퇴근 하는것은 아니고 사무실에 꼭 붙어있어야 하는 시간이 아침 9시에서 오후 4시로 정해져 있다. 일명 코어타임 Core time 이라 한다.
나머지 시간은 앞뒤로 붙여가면서 개인 사정에 따라 출퇴근 하는 것이다.

 

요즘 토론토 교통사정도 무시못하게 복잡해져서, 나는 아침 일찍 나왔다가 일찍 퇴근하고 있다.

이른 새벽의 토론토 다운타운.

 

6시 반 정도에 집을 나서는데도 벌써 하이웨이는 만만치 않게 막힌다. 그런데 그 시간에도 요즘같이 쌀쌀한 아침 날씨에 두툼한 옷을 입고 바쁜 걸음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출근길 빨간불 횡단보도에 차를 멈추면 컴컴한 새벽어둠을 뚫고 잰걸음으로 지나가는 군상들을 보며 그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가늠해 본다.

 

가끔씩 지나치는 버스 안에는 좌석에 기대어 모자란 새벽잠을 메우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누군가는 삶이 무료하고 힘들 때 시장에 가서 살아 움직이는 인생의 현장을 보라고 했던가? 그러나 인생의 현장은 바로 내 앞에, 내 눈앞에 지금 이순간에도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386 세대가 대세를 이루었던, 나의 이민 초짜시절의 이민 1세대. 기억을 더듬어 보면 TV, 매체에 넘쳐 흐르던 미국문화, 더우기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보았던 미국문화는 어쩌면 그렇게 여유있고 풍요로왔던지!

 

그런 시절을 보낸 386 세대들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한국생활에 지쳐갈 즈음, 그런 추억이 미지의 여유로운 생활에 대한 동경으로 승화되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이민을 결심하는데 일조하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삶은 여기에서도 역시 치열하다. 오늘도 새벽 어둠을 뚫고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옛날 글과 사진 > 캐나다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속도로 음주역주행  (0) 2024.02.26
폭탄같은 사람 깃털같은 사람  (0) 2024.02.25
청학동 유학  (0) 2024.02.25
북미 자동차산업을 위한 제언  (0) 2024.02.25
지렁이잡이  (0) 2024.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