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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유학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청학동 유학

민아네 2024. 2. 25. 20:44

2010년 9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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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대학 졸업하면 기간을 잡아 한국에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학공부가 애들을 잡을 정도로 힘들기 때문에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하는 의미도 있겠고, 어눌해진 한국말도 보충하고 그동안 떨어져 지냈던 한국의 친지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의미도 있겠다.

 

여기서 흥미로운것은 "대학 졸업후" 라는 단서인데, 대학 들어가기 전에 한국을 보내면 그 화려함과 편리함에 애들 입맛을 버려서, 가뜩이나 힘든 대학공부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지인중 하나가 방학동안 아이들을 한국에 보냈었다.

 

그중 한 아이가 이제 고등학교 올라가는 남자애인데, 내가 그 아이에게 한국에 가서 재미있었냐 했더니 의외로 강한 부정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얘기인 즉슨 한국에서 또래들이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학원이다 레슨이다 바쁘게 돌아치니 같이 놀 친구가 없어 맨날 방바닥만 긁으며 굴러다니니, 보다못한 고모할머니가 "청학동 서당" 프로그램에 집어넣어 버린 것이었다.

 

듣자하니 청학동도 탕건에 갓쓰고 공자왈 맹자왈 니라 니라 거리는 옛날의 청학동이 아니라 여러가지 요즘 애들에 맞는 예절교육이라든지 고전교육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원생을 모집한다 한다.

 

그러나 유치원도 가기 전에 캐나다에 와서 지금까지 캐나다 학교를 다닌 아이가 한국의 보통 학교도 아닌 "청학동 서당" 이라니 실소가 나오는것을 참을 수 없었는데 과연 이녀석이 도리질을 할 만한 일이 있었다 한다.

 

그 중에 이녀석이 가장 놀란것은 선생(훈장)이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한다는 것이었는데, 작대기로 때리는 것은 물론 손으로도 타격을 가하는 것을 보고 대경실색을 한 것이다.

청학동 예절교육.

 

마침내 이녀석에게도 시련이 왔는데, 엄숙한 분위기에서 눈치없이 "웃었다고" 머리통에 작대기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명백히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웃었다고" 맞는다는 것은 여기에서 교육받은 아이에게 이해시키기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게다가 한자는 커녕 한글도 겨우 맞춤법 개발 새발로 쓰는 아이에게, 하늘천 따지 수준을 뛰어넘어, 예를들면 명심보감 子曰(자왈)~~ 父母在(부모재)어시든 不遠遊(불원유)하며 遊必有方(유필유방)이니라~~ 이런 수업이었으니 이녀석이 얼마나 지루하고 이상했을까 상상이 간다. 게다가 한눈팔거나 "웃으면" 뚝배기에 매가 날아오는 상황이니 그 상황을 상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이었다. (주: 서당 훈장님이 진짜 타격감있는 체벌을 했을 리는 없고 그저 상징적인 제스처였을것이다.)

 

할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제발 나좀 데리고 나가달라고 애원했지만 이미 거금 40만원 선납을 한 터에 그게 먹힐 리가 없고 경상도 부산 무서운 할머니가 그런 청을 들어줄 리도 없었기에 일주일 꼬박 과정을 수료했다고 한다.

 

민아도 그녀석과 청학동 얘기를 하면서 엄청 재미있어하면서 웃었는데, 한동안 민아에게도 뭔가 어긋난 일이 있으면 "청학동 보내버린다"는 레파토리가 하나 더 늘어서 즐거웠다.

 

듣자하니 요즘 한국의 부모들이 학원이다 뭐다 애들을 강제로 공부에 치이도록 돌려대다가 인성교육이 소홀한듯 보이면, 부모들이 그걸 또 잡아다가 해병대 캠프니 청학동이니 하는 과외프로그램에 또 잡아넣어 돌리는 모양인데, 차라리 그런 어른들부터 청학동에 가서 트레이닝을 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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