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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사진찍기

민아네 2012. 4. 10. 09:03

 

<2000년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전문가도 아니요 그렇다고 깊은 사진 실력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나는 한사람의 애호가로서 사진을 좋아한다.

과거 한때 사진에 취미를 붙혀 여러가지 렌즈나 필터등을 장만해서 즐겼던 적이 있다.

오랜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내린 결론은 결국 카메라는 기본 바디에 번들로 따라오는 기본 50미리 단렌즈가 제일이라는 것이다.

광각도 망원도 아니고 필터도 없이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럼에도 보는 사람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 사진, 이런 사진이 진짜 사진이다.

지금 내 똑딱이 카메라는 마구 눌러도 사진이 찍히도록, 광각에서부터 망원까지 커버하는 자동기계다. 사실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은 취급도 안 할 기계지만, 일상의 흐름속에 일순 휙 지나가 버리는 아까운 장면을 찍으려면 이것만큼 좋은 기계가 없다. 또한 포켓에 쏙 들어가니 어디든 부담없이 휴대할 수 있어 좋다.

똑딱이는 광각부터 망원까지 커버하니 좋기는 한데, 화각에 신경을 안쓰면 그림이 다소 비틀어지는 연고로 가능하면 50미리 근처에서 찍으려 노력한다.

광각으로 찍은 내 풍경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시원하다 멋지다 칭찬을 하면 좋기는 하지만 왠지 좀 미안하다. 대상을 놓고 줌 버튼을 누르는 대신 힘들긴해도 부지런히 전후진 발품을 파는 이유다.

성능또한 큰 렌즈를 가진 카메라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컴퓨터 화면으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다만 가혹한 조명과 환경에서는 어쩔수 없이 큰 카메라와는 비교할 수 없으며, 수동 조절기능이 있긴하지만 조잡하고 조작이 복잡하여 진작에 포기했다.

사진을 좋아하긴 해도 아직은 실력이 일천하여, 그저 좋은 장면을 만나면 수없이 셔터를 눌러 그 중 마음에 드는 한두장을 건질 뿐이다. 서부극으로 치면 마구쏘아 갈기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다. 그나마 디지털의 혜택을 입어 필름값 걱정없이 마구 찍을 수 있어 다행이라 할까.

카메라에는 필터나 악세사리를 장착해서 특수효과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은 찍는 대상을 추월할 수도 없고 추월해서는 안되며, 사진에다 담아온 대상 그 자체 이상의 무엇인가를 꾸미려는 시도를 하는 순간 사진은 사진이 아니게 된다는 게 나의 소견이다.


그러나 무조건 필터나 보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사진속의 분위기를 좀 더 충실하게 전달하는 보조도구로서 사용하는 것은 찬성한다.

사진은 대상을 그대로 떠내는 일이다. 렌즈에 맺힌 모습뿐 아니라, 그 분위기도 같이 떠내는 작업이다. 잘 찍은 사진을 보면 단순히 그 장면뿐 아니라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신기하다.

프로 사진작가의 사진을 보면 이런 '분위기'가 충실하게 실려있어 감상이 즐겁다. 사진 한장으로 길고 깊은 사연을 느낄 수 있다.

허나 어떤 사진은 한정된 화면에 분위기를 많이 담으려는 욕심 때문에 졸작이 되는 경우가 있다. 주로 내 사진에서 이런 경우가 많다. 멋진 풍경 좋은 분위기를 조그만 화면에 조금이라도 더 구겨넣으려는 욕심이 결국 사진을 망치는 화를 부른다. 과감하게 Delete.

아무리 담고싶은 장면이 넓어도 적당한 곳에서 과감히 끊어버리고 셔터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잘 알면서도 사진을 찍을때마다 마음을 비우는게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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