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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생각

거룩한 단순함

민아네 2012. 3. 25. 01:26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1370년경 체코에서 태어난 신학자인 얀 후스(Jan Hus)는 프라하 대학 신학부 교수였다. 이후 그는 로마 카톨릭 사제가 되었고, 로마 카톨릭 교회의 면죄부 판매 등의 부패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여 로마 교황청의 분노를 샀는데, 이후 교황청에서는 그를 체포하여 구금, 1415년 화형으로 처형해버렸다.

그런데 그가 화형을 당하는 처형장에서 작은 문제가 생겼는데, 그의 발 밑의 장작더미에 불이 잘 붙지않아 시간이 지체되자, 어떤 독실한 신자인 노파가 장작을 들고와 불을 들쑤셔 불을 살려내었다.

얀 후스는 묶인 채 그 노파를 내려다보며 "아, 거룩한 단순함이여!"
(Sancta Simplicitas! - Holy Simplicity!) 라고 탄식하였다.

포악한 지도자들이 인간의 순수한 맹종을 이용하여 일으키는 폐해가 어느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겠다.

집단생활은 인간의 본능인지라, 그 집단에서 완장을 찬 자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지만, 만약 그 지도자라는 인간이 제동장치 없이 마음대로 내달릴 때 그 고통은, 지도자 본인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고스란이 감내해왔던 사실을 역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지도자 입장에서는 자기 의지에 누군가 늘 브레이크를 건다면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하여 그들은 늘 말한다.
그냥, 복잡한 생각같은것은 접어두고 그냥 따르라고, 무조건 나만 믿으시라고, 그러면 만사가 형통이라고. 다른소리 하는 자들은 배신자라고, 빨갱이라고, 수구꼴통이라고, 이단이라고. 어디서 많이 들은 소리 아닌가?

600년이 지난 요즘도 얀 후스의 단순한 거룩함은 계속 진행되고있다. 사람들은 오늘도 거룩한 마음으로 화형대에 불을 지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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