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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새해첫날 본문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내일이 새로울 수 없으리라는 확실한 예감에 사로잡히는 중년의 가을은 난감하다. - 김 훈, 풍경과 상처 中.
붉은 노을이 드리워진 저녁이 점점 검푸른 빛으로 변해가면서, 골목에서 놀던 아이들이 하나 둘 집으로 사라지듯 그렇게 한 해는 지나갔다.
시간은 무심하게도 그저 물이 흐르듯 바람이 스치듯 그렇게 내 곁을 지나가고 있다.
내일 아침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새로운 놀이가 기다리고 있는 아침이련만, 중년이란 수많은 새로운 내일을 만나오면서 그 새로움조차 무디어진 그런 나이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인생에 여러가지 장식을 붙이고 새기고 의미를 붙여놓지만, 오랜 세월 비와 바람과 해를 받으며 조금씩 깎여나가 맨 처음과 같이 두루뭉실한 속알맹이만 남게 되는것이 인생의 순리던가.
작은 일상사에 집중하여 웃고 울고 바쁘게 돌아치는 사이 세월은 그렇게 흐른다.
하얗게 눈이 쌓인 세한의 계절에 때 아닌 비가 내린다. 앙상한 겨울나무가지에 투명한 빗방울이 방울처럼 매달린다.
별다를 것 없는 새해에 의미를 붙여 치장하기를 멈추고, 별다를 것 없는 내 속알맹이 인생 한 조각을 지그시 바라본다.
새해 첫날이 난감한 중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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