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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청사우(乍晴乍雨) 본문
20130813
2013년 8월에 썼던 글입니다. 당시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여 어지간히 마음고생을 할때였습니다. 결국 2년후인 2015년 이 회사(SNC-Lavalin)를 떠나 한동안 구직활동을 하다가 수개월 뒤 토론토 교통공사(TTC)로 직장을 옮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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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청사우(乍晴乍雨)-김시습(金時習) - 개었다가 비 내리고
역자 : 오세주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잠깐 개었다 비 내리고 내렸다가 도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하늘의 이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심이야
譽我便是還毁我(예아편시환훼아)
나를 칭찬하다 곧 도리어 나를 헐뜯고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명예를 마다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게 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불쟁)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질 않네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세상 사람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알아두소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경기는 세월이 가면서 오르락 내리락 한다지만 그래도 요즘 경기가 말이 아니다. 회사가 어려우니 빚 돌려막기 하듯 여기저기 지사로 사람들을 돌리다가 막판에 몰려 이제는 레이오프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눈치빠르고 요령좋은 사람들은 철새 떠나듯 벌써 다른 회사로 날아갔지만 그 자리마저도 이제는 다 동이 났는지 빈자리 찾기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당장은 사는게 어려워도 나중에 좋아진다는 보장만 있다면 눈앞의 어려움인들 견디어내지 못하랴. 자연의 순환은 한번도 어긋남이 없이 때가 되면 착착 돌아오지만 변덕스런 인간이 모여사는 세상은 그렇지 못하기에 지금 이 순간의 고난을 사람들은 괴로와하고 안달하는 것이리라.
직장인치고 다 때려치고 사업한번 해보겠다는 생각 한번도 안해본 사람은 없겠지만, 그런 호기는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다른 회사로 떠나고 또 하나 둘 레이오프로 집에 가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사라지고 목은 자라목 모양 움츠러들고 눈동자는 분주히 좌우를 살피기 시작한다.
남자들끼리 군대얘기를 하다보면 간부 병사 출신을 막론하고 나 아니면 부대가 돌아가지 않았다는 소리는 지금도 즐겨듣는 레파토리요 전에 다니던 회사도 마찬가지, 정말 그랬다면 왜 말뚝을 박지 않았는지, 회사를 옮겼는지 모를 일이지만 사실 회사생활 하다보면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일을 해냈을 때, 실상은 누군가 해도 다 했을 일이었음에도 그런 우쭐한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다.
허나 그런 우쭐한 기분은 어디까지나 이 작은 공동체 안에서 상대적인 우월감일 뿐, 세상 어디에서 누가 그걸 알아주겠는가. 그냥 골목대장일 뿐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동안 불경기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요즘 과거에 써 놓았던 글을 읽다보니 불경기를 걱정하는 글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니 지금 지나고 보면 그럭저럭, 태평성대였던 시절을 당시에는 어렵다 힘들다하며 지냈던 것이리라.
저녁무렵 산책을 하며 하늘을 보니 그렇게 푸르고 높을 수 없다. 요즘은 날씨도 쾌적하니 더욱 그렇다. 비가 오고 날이 개는 것을 산은 다투지 않는다 했는데 사람들은 왜 이다지도 조바심으로 안달할 수 밖에 없는지.
훗날 지금 써 놓은 글을 보면 또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왜 그리 엄살을 떨었던고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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