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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산업의 전성시대

민아네 2024. 2. 13. 18:13

20100423

2010년 10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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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된 매우 오래된 도면을 보고 있다. 도면 승인날짜를 보니 1952년, 1953년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일때 캐나다에서는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해서 운영하고 있었나보다.

내가 52년도 설계도면으로 보던 온타리오의 초크리버 원자력 연구소. 아직도 꾸준히 유지보수를 하며 건재하고 있다.


그당시에 컴퓨터 설계가 있을리가 없으니 모두 수작업 도면인데, 그 수준이 현재 컴퓨터 설계보다 나으면 나았지 정확성이나 구성면에서 전혀 뒤떨어짐이 없다.


확실히 옛날의 설계사상과 현재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원가절감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있는 요즘의 설계와는 다른, 일종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다.

전자제품만 하더라도 요즈음은 옛날 제품보다 월등히 가격이 저렴해지고 크기도 작아졌지만, 사실은 옛날에 열개가 들어가던 부품을 하나로 통합해서 원가를 절감하고 부피를 줄인것이라, 옛날보다 기능이 뛰어난 부분도 있겠지만 그 반대로 질의 저하를 감수하는 부분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 모든 부품이 전자화 되어, 조금만 고장이 나도 수리보다는 해당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어느 자동차 엔지니어가 하는 말이, 옛날 자동차는 수줍은 새색씨 같아서 고장이 나거나 쭈그러지면 두들겨 펴고 깎아 고치면 되었는데, 요즘 자동차는 닳고 닳은 도시여자 같아 도무지 뜯어서 수리를 할 수 없게끔 되어있다는 것이다.

오래전 독일에 출장을 가서 보았던 백년이 넘었다는 어느 철도역사의 철골 구조물은 아직도 멀쩡했는데 베이스 구조물에는 높이가 1미터가 넘는 부재가 곳곳에 버티고 있었다.

출장을 갔을때 직접 보고 감탄을 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사, 1888년에 지어졌다.


독일의 엔지니어링 설계는 그 당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부재의 싸이즈를 좀 과하게 선택한다 싶었는데 역시나 도시는 물론 시골 곳곳을 가 보아도 독일 곳곳에 보이는 구조물들은 굵고 짧고 튼튼해보였다.

비단 구조물 뿐 아니라 독일의 디자인은 자동차를 비롯하여 산업 전반에 걸쳐 튼튼함과 단순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인식에 각인되어 있다.

산업 전반에 걸쳐서 나라별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엔지니어링 디자인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생산되어 나오는 제품을 보면 독일은 단순 견고라는 이미지가, 프랑스는 기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미학적인 곡선이, 일본은 조절과 최적화 (Optimizing) 이라는 그림이 떠오른다.

과거의 미국 엔지니어링은 모자란 부분은 무엇이든지 과감하게 보강하는 풍요로움이 떠오른다. 예를들면 비행기 디자인을 할 때, 비행기 적재량을 늘리기 위해 동체를 키우고, 그때문에 엔진출력이 부족하면 엔진 마력을 높이고, 또 그때문에 비행기 동체의 강성이 부족하면 여기저기 보강재를 덧대고, 그때문에 또 힘이 딸리면 다시 엔진 출력을 높이는 식이다.

미국 대도시 곳곳에 건설된 황금시대에 지어진 초거대 구조물을 보면 그 사상을 잘 알 수 있다.

러시아는 기능이든 외관이든 무조건 목적에 충실함이, 영국은 무조건적인 편의성 보다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는 디자인이 떠오른다.

특히 엔지니어링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던 세계대전때의 비행기, 자동차, 전차등의 병기를 보면 비록 그 목적이 전쟁이기는 하지만 엔지니어링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지금도 그것들을 디자인했던 엔지니어들의 자존심이 느껴지곤 한다. 그 자존심을 지금 나는 60년이 다 된 오래된 도면을 보면서 다시금 느끼고 있다.

세상이 글로벌화 되면서 이런 디자인의 자존심은 안타깝게도 "원가절감"을 추구하면서 점점 엷어지고 있다.

벤츠와 호르히, 포르쉐는 여전히 명품이지만 옛날과 같은 견고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토요타, 혼다도 옛날의 그 신뢰할 만한 품질이 더이상 아니다. 미국제품은 군사용 무기를 제외하고는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다.

현재도 명품 취급을 받는 몇몇 브랜드, 예를들면 자동차의 벤틀리, 롤스로이스, 포르쉐, 페라리 등등도 그 가격을 생각하면 평생 조그만 고장도 나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그것은 환상이며 그런 자동차들도 다들 크고 작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다른 자동차들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메인티넌스를 해 주어야만 제 기능을 한다.

과거 산업의 전성시대를 호령했던 소위 선진국들은 아직도 엔지니어링에서 그 명성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어쩐지 그 명성이 나날이 퇴색해 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어쩌면 모든 엔지니어링이 하향 평준화 되는 과정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근미래에, 어쩌면 벌써 세상은 엔지니어링의 "장인" 보다는 "돈"을 벌어주는 사람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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