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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마음의 대화

민아네 2024. 2. 13. 18:25

20100423

2010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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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감정을 나눌 줄 아는 존재다. 다른 이의 기쁨을 축하하고, 어려움과 슬픔을 격려하고 위로한다.

그러나 사람의 감정을 나누는 일은 때로는 쉬운일이 아니다. 때로는 말로써 글로써 표현 못하는 감정이 있다.

말을 아무리 잘 한다 해도, 표정을 아무리 배우 뺨치게 잘 짓는다 해도, 그것에 진심이 담기지 않는다면 보기좋은 포장지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또한 감정이 실렸다 한들 순간적인 기분이라면 포장을 열자마자 사라져 버리는 허무한 공기와 같다. 좋은 일에 감정을 나누는 것 보다는, 슬픈 일에 감정을 나누는 것이 더욱 어렵다.

살면서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곤경에 빠진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 지 몰라 당황했던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이해인 수녀가 암과 투병하면서 입원해 있을 때, 워낙 유명인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찾아와 기도와 위로를 해 주었는데, 본인의 몸이 너무 아프다 보니 그것조차 귀찮고 짜증이 났었다고 한다.

그런 중에 같은 노환으로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수환 추기경을 만났는데, 김 추기경이 이해인 수녀가 무슨 치료를 받고 있는지를 묻길래, "항암치료 뿐입니까, 방사선도 합니다" 라고 했더니 김 추기경이 이렇게 대답했다 한다.

"그래? 대단하다, 수녀!"

주님, 신앙, 은혜, 권능 등의 구구절절 종교적인 대답을 예상했는데, 전혀 뜻밖의 자신을 생각해 주는 절절한 감정이 묻어난 대답에 너무나 감동하고 힘을 얻었다고 한다.

2003년 써니부룩 공원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사람은 감정을 나누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것이 사랑의 감정이든 미움의 감정이든 상관없이, 감정의 소통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군중속에 살아간다 한들 혼자 고립되어 살아가는것과 별반 다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감정의 나눔이 없이 그저 말만 교환하며 지내고 있다. 심지어 감정의 소통이 없는 부부들도 허다하다. 그러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많은 수의 가정이 깨지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결국 사람은 감정의 소통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랜기간 대화 한마디 없이 살다가 이혼을 위해 변호사를 찾는 부부들도 그들 나름대로 비싼 댓가를 치루어 가며 변호사들을 통해 서로가 소통을 하는 것이다. 즉 소통을 하는 방법을 몰라 오랫동안 고통을 겪다가 법을 통해 서로 대화하는 것이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의사소통의 프로토콜이 다르기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장례식에서 고인의 유족에게 "주님께서 고인을 너무 사랑하셔서 먼저 데려가셨다" 라든지 "주님께서 오랫동안 간병하느라 지친 당신을 편하게 해 주시려고 남편을 먼저 데려가셨다" 등등의 말은 비탄에 잠겨있는 유족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장례식장에서 들은 말)

내가 수년전 수술을 위해 한국에 가 있는 사이에 교회의 신망 높으신 분이 아내에게 "집사님의 신앙을 깊게 해 주시려고 하나님께서 이런 시련을 주신다"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물론 그분의 선한 속 뜻은 알겠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참 생각이 복잡해진다.

그것은 말하는 사람의 자기만족을 시켜 줄 뿐, 아픈 마음을 오히려 더욱 아프게 하는 폭력에 다름 아니다.

"그래? 대단하다! 수녀!"

이해인 수녀의 인터뷰를 읽다가 이 대목을 읽고 소름이 쫙 돋았다. 그녀는 이 한마디에 모든 종교적 의미와 가르침이 담겨있었다고 했다.

화려한 말보다, 현학적인 멋진 말보다, 그리고 주님 예수님이 1초마다 나오는 기도문보다 진심이 담긴 김수환 추기경의 한마디가 더욱 심금을 울린다. 그만큼 진실된 마음을 만나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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