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Home

시험 에피소드 본문

옛날 글과 사진/한국에서

시험 에피소드

민아네 2024. 2. 24. 19:29

2005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을줄 알지만, 그래도, 못 들으신 분들을 위해 생각나는 대로 써서 올립니다.

어느 고등학교 국어 시험시간이었습니다. 시험시간이 되어서 감독 선생님이 들어왔는데, 이 선생님은 학교에부임한지 얼마 안되는 남자 선생님이었습니다.

 

시험지를 나누어 주고, 컨닝하는 놈은 죽을줄 알아! 하는 엄포와 함께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반에는 맡아놓고 전교 1등하는 공부 잘하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이 녀석이 시험지를 받아보니 얼마나 쉬운지, 다른 녀석들은 머리를 쥐어 뜯으며 괴로워 하고 있는 동안에, 룰루랄라 하면서 순식간에 쓱쓱 다 풀고는 그 자리에 푹 엎드려 잠을 자는 것입니다.

 

그때만 해도 예비고사 때라 주관식이 없는 사지선다 객관식 모의고사 문제여서 답안지 해당번호에 슥슥슥 칠만 하면 되는 식이었습니다.

 

감독 선생님이 신문을 보다가 문득 교실안을 둘러보니 어떤 녀석이(그 공부 잘하는 넘) 벌써 엎드려 자고 있거든요. 이 선생님은 새로 부임했기 때문에 이녀석이 전교 1등하는 놈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이, 거기 엎어져 자는 놈, 시험지 답안지 갖고 일루 나와! 엎어져 잘거면 답안지 내고 나가!"

그녀석이 비척비척 나와서 답안지 내고 나갔는데, 선생님이 답안지를 보니까 전부 "1234 1234 1234" 이렇게 반복해 놓은것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선생님들이 문제 출제할때 간혹 채점하기 쉬우라고 그런식으로 답을 배치하곤 했었습니다.

 

감독 선생님은 출제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녀석이 애저녁에 시험을 포기하고 1234 로 전부 답을 찍어놓고 나간 줄 알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감독 선생님은 그 답안지를 쳐다보면서 혼잣말을 했습니다.

 

"한심한 짜식, 전부 1234 1234 로 반복해놨군!"

 

그 순간, 교실안은 무언의 술렁임이 퍼져나갔습니다. 아이들은 기쁨에 몸서리를 쳤습니다.

 

전교 1등 하는 놈의 답안을 감독 선생님이 불러주었으니 행운도 이런 행운이 또 있겠습니까?

 

시험시간이 끝나고 쉬는시간에 아이들은 너무나 행복해서 길길이 뛰었답니다. 너도 1234냐? 나도 1234다! 하면서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1분후에 그들의 행복은 산산히 부서집니다. 한 놈이 교무실로부터 숨이 턱에 차서 뛰어들어오면서, 이렇게 외쳤기 때문입니다.

 

"야!! 국어 정답은 "4, 1234 1234 1234 래!!!"

 

결론은.. 일곱명 백점, 나머지 빵점이라는 사상초유의 이상한 점수분포가 나왔답니다. 단 한문제만 확실히 알았어도 백점인것을....

 

실화라고 합니다.

 

 

 

 

 

 

 

 

 

'옛날 글과 사진 > 한국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어학원 삐끼 습격사건  (0) 2024.02.24
여기는 그 냄새가 납니다.  (0) 2024.02.24
콩알찐빵의 추억  (0) 2024.02.23
가진자의 교만, 전문가의 교만  (0) 2024.02.23
다모  (0) 202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