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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왜 쇼핑에 시간이 많이 걸리나?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여자들은 왜 쇼핑에 시간이 많이 걸리나?

민아네 2024. 2. 19. 13:33

2011년 7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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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읽은 글에 많이 공감이 되어, 나의 경우를 반영하여 생각나는 대로 정리 소개해본다.

 

우리집 여자 둘이 쇼핑몰에 가자고 하면 지레 겁부터 난다. 티셔츠 한 장을 사려고 갔으면 당연히 쇼핑몰 안의 옷가게로 가면 된다. 그런데 여자들이 쇼핑몰 입구에서 불과 수십미터 떨어진 옷가게에 이르는 시간만 무려 두시간.

 

나 혼자 옷을 사러 간 경험은 이제껏 한번도 없지만 만약 나 혼자 바지를 사러 간다면, 일단 옷가게로 들어가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바지를 집어들고 싸이즈 라벨만 확인한 후 붙어있는 정가대로 지불하고 나온다. 총 소요시간은 10분.

 

우리집 여자들은 먼저 옷가게에 가기까지 중간에 있는 모든 악세사리 가게, 가방가게, 신발, 화장품을 품목별 가격별로 하나 하나 스캔해 가면서 걸음을 옮긴다.

 

천신만고끝에 옷가게에 들어서면 먼저 넓은 매장안을 흐뭇한 미소를 띠고 구석구석 돌아보고는 모든 옷을 하나씩 입어본다.

 

그러는 동안 나는 기다림에 지쳐 매장 밖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하고 앉아있다.

 

긴긴 시간이 지나고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면 다행인데 그 많은 옷을 입어보고 나서 빈손으로 나오면서 한마디 한다.  이 가게는 물건이 별로 없어...

 

그러면 또 다음 가게로 가서 똑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Woodberry Shopping mall.

 

수년전에 뉴욕에 갔을 때의 일이다.

 

주로 관광객 상대로 하는 우드버리 아울렛이라는 쇼핑몰에 갔는데, 이곳은 큰 건물 하나에 가게가 입점해 있는게 아니라 조그맣고 예쁜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작은 마을처럼 가게촌을 이루고있는 노천형 쇼핑몰이다.

 

파는 제품들은 옷 가방 구두 등등 명품 브랜드이긴 한데 유행이 좀 지난 그런 제품을 싸게 파는 곳이다.

 

가게 앞에는 어김없이 작은 벤치가 놓여있었는데 잠시후 그 벤치의 용도를 알 수 있었다. 내가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으니 말이다. 나 뿐만이 아니라 벤치에는 지루함에 지쳐 체념한 표정의 아저씨들이 비스듬히 앉아 가게 안의 여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드베리 쇼핑몰 가게 앞에 있는 벤치에는 어김없이 아저씨들만 앉아있다.

 

서론이 매우 길었다.

 

인류역사 전체를 볼 때 문명의 발전으로 인하여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우월한 근력을 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게 된 시기는 극히 최근의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옛날에 인기있었던 PC 게임 '프리히스토릭'.

 

수백만년 인류역사속의 남자들은 우월한 체력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려왔다.

 

아무리 요즘 남자들이 여성처럼 부드러워지고 가냘퍼졌다 한들 이 본성은 남자들의 유전자속 어딘가에 숨어있음에 틀림없다.

 

그 옛날 남자들이 사냥을 나가면 사슴 들소들이 나 잡아잡수 하고 널려있는 것도 아니고 필시 열에 아홉은 허탕을 치고 돌아왔을 것이다. 그러니 어쩌다 사냥감을 발견하면 얼마나 필사적으로 잡았을까.

 

요즘같이 총이 있는것도 아니요 작대기에 돌뭉치 혹은 뾰족한 돌이나 쇠붙이를 갈아 묶은 어설픈 돌도끼, 창이나 화살을 사용해서 그것도 일격에 급소를 때려야지 엄한데 때렸다가는 오히려 이쪽에서 당할 수도 있는 그런 사냥터였을 것이다.

 

저놈을 못 잡으면 우리 가족은 굶는다! 아니 굶어 죽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사냥감을 노리는 그 집념이 얼마나 대단했을까.

 

반드시 한순간에 일격을 가해 저 놈을 해치워야 한다!

 

쇼핑몰은 갈고 닦아 장만한 돈이라는 무기로 필요한 것을 사냥해 오는 현대의 사냥터다.

 

이런 남자들의 본능이 번개처럼 쇼핑을 해치우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 여자들의 쇼핑은 왜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일까?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체력이 약하다. 더우기 임신이라도 하면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진다. 이런 육체적 제약으로 인하여 여자들은 남자들이 사냥을 나가고 나면 필시 집 주변을 다니며 열매나 먹을 수 있는 풀을 채집하여 왔을것이다.

 

일단 식물은 도망을 가지 않는다. 그래서 여자들이 열매를 따러 가면 한번에 운반할 수 있는 양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하나라도 더 잘 익은 놈, 좋은 놈으로 골라 가려고 고심을 했을 것이다.

 

또 우연히 사과를 발견했는데 그 옆에 자두가 열려있다고 하면 사과를 따 갈까 자두를 따 갈것인가, 사과를 집었다, 자두를 집었다, 그 아래 산딸기를 집었다 한참을 망설였을 것이다.

 

쇼핑몰은 여자들에게 있어서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 숲이다.

 

이런 여자들의 본능이 쇼핑몰에 가면 그 길고 긴 시간을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닐까.

 

또 한가지, 여자들은 패거리를 잘 만든다. 여자 셋만 있어도 패거리가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것도 열매 채집 습관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 옛날 달고 맛좋은 열매가 나 한번 잡솨봐 하면서 지천에 깔려있었을 리가 없다.

 

당연히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에 드문 드문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자들은 힘이 약하다. 게다가 애들도 있다. 혼자서는 호랑이 곰같은 강력한 맹수는 커녕 들개 나부랑이에도 당할 수 있다. 그래서 열매를 채집하려면 여럿이 같이 가야 한다.

 

그렇다고 개나 소나 다 같이 가서 열매가 있는 비밀장소를 공개했다가는 안그래도 열매가 적은데 내 몫이 남아나질 않는다.

 

그래서 자기하고 잘 통하는 여자들끼리 그룹을 만들어서 열매를 따 왔다. 이것이 여자들이 패거리를 만드는 이유다.

 

남자들 역시 사슴정도는 모르겠으나 코끼리나 들소같은 큰 동물은 혼자서는 도저히 잡지 못한다. 그래서 마을 장정들 하고 같이 분업을 하여 사냥을 했다.

 

아무것도 못 잡아서 쫄쫄 굶기도 했겠지만 일단 사냥에 성공해서 큰 동물을 잡으면 냉장고가 있는 것도 아니요 이번에는 또 다 먹지를 못해 여기저기 나누어 주기도 했을 것이다.

 

이것이 회사의 시초, 그리고 보너스의 기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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