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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한국에서

외국인 교사의 문제점

민아네 2024. 2. 20. 19:42

1997년 12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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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집사람은 고등학교 선생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요즘 고등학교에는 교육부 지원으로 외국인 교사, 이를테면 "원어민"을 한두명씩 교사(강사)로 채용,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들 원어민 교사는 주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지원을 하여 한국으로 오게 되는데 이들중에는 해당 나라의 한국교민의 2세도 꽤 된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외국에서 살다가 말로만 듣던 부모의 나라로 와서 어린 학생들을 위해 나름대로 유창한 영어를 가르친다는것이 기특하게도 느껴집니다. 더우기 이들은 상대적으로 잘 정비되고 다듬어진 선진국에서 생활하다가, 모든것이 기존의 생활 환경보다 열악하고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야 하는 이곳 여건에 적응해야 하므로 이중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또 모습은 한국사람인데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서양사람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 못하고 그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는 철없는 학생도 간혹 있는가 봅니다.

 

캐나다로의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시점에 하루는 집사람이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영어교사가 왔는데 캐나다에서 온 예쁘장한 교민 2세 여자라구요. 나이도 20대 초반이고, 성격도 좋은것 같으니 앞으로 낯선 한국생활에 대해 도움을 주면서 잘 사귀어 놓으면 캐나다에 대한 정보도 얻고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캐나다 이민의 결정을 놓고 캐나다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던터라 내심 잘되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그분이 한국생활을 위한 준비가 끝나는대로 언제 날을 잡아서 저녁에 한번 초대를 하자고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 일주일 지났을까? 집사람이 퇴근하더니 한숨을 쉬면서 얘기합니다. 오늘 그 원어민 선생이 그만둔다고 폭탄선언을 했다구요. 교장선생님이 그 캐나다에서 오신 선생님이 낯선 한국생활에 고생이 많다며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회식을 하자고 했답니다. 그런데 바로 그 환영 회식자리에서 학교에 온 지 딱 일주일만에 그만 두겠다고 선언을 한 것입니다.

 

다들 넋이 나가서 한동안 그 얼큰하고 맛난 해물탕을 입에 문채로 그 선생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답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한 교장선생님이 "도데체 이유가 뭐냐, 집에 안좋은 일이라도 생겼냐"고 안돼는 영어로 물어보니까 (캐나다에서 온 원어민 선생은 한국말을 전혀 못합니다.) 그 선생, 미안하기는 했는지 눈물과 함께 말하는 이유인 즉슨 "학생들이 너무 거칠다" "한국은 공해가 너무 심해 숨조차 쉴수가 없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무서워서 도저히 탈수가 없다"

 

하지만 그 캐나다 선생의 폭탄선언은 다음의 말이 대미를 장식합니다.

 

"난 한국이 정말 싫어요"

 

그리고 갔습니다. 

Image generated by Bing Chat AI.

 

그 선생님을 어디어디를 구경시켜줄까.. 어느 식당에 한번 데리고 같까 언제 초대를 할까.. 하는 계획들도 저희들만의 생각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참 허무하더군요.

 

저희들 생각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야 저희가 북치고 장구친 격이니 누굴 나무랄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었지만 학생들 공부는 그 선생이 떠남으로 해서 큰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그 선생이 떠난뒤 그 선생과 함께 온 미국인 선생이 비교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양반은 20대 중반의 파란눈을 가진 잘생긴 남자였는데, 흔히들 생각하듯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도 차릴줄 알고 책임감도 강해서, 집사람 표현을 빌리자면 감기에 걸려 다 죽어가면서도 학생들 수업때문에 기를쓰고 학교에 나오는 사람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웬만큼 몸이 아프지 않은 이상은 출근하는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캐나다 선생 사건으로 해서 더 그분이 돋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럭저럭 두달이 지나고 한국의 국내 상황은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었습니다. 원화는 바닥을 모르고 절하되었고, 하루자고 일어나면 어떤 기업이 도산했는가가 뉴스였습니다.


저도 마음이 몹시 혼란스럽고 뒤숭숭했는데, 하루는 집사람이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그 미국인 선생이 "증발"했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학교에 안나온 지 이틀이 지났다구요. 그런데 오늘 전화가 왔는데 환차손때문에 도저히 손해를 감수할 수가 없어 미국으로 떠난다고 "통보"가 왔답니다. 그리고 나머지 월급은 정산해서 온라인 입금시켜달라고 계좌번호를 불러주더라는군요.

 

저는 그말을 듣고 화가 났습니다. 얼마나 급했기에 다니던 직장에 사전협의 한마디도 없이 그만둔다고 통보를 할 수가 있는지요. 교장선생님은 물론이고 다른 선생님들, 또 특히 학생들은 어쩌라구요. 미국에서는 교사가 학교를 그만둘때 동료선생과 자기가 가르쳤던 학생들에게 작별인사도 안 하냐구요.

 

그리고 사흘후에 그 사람은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외국인을 교사로 고용한다는 교육부의 방침은 옛날 문법이나 배우고 영어 한마디 못하던 옛날 시절에 비한다면 정말 바람직한 제도가 아닐수 없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를 못하는것이 물론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하고 있고 문장을 많이 못 외우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서양사람들과 한번도 대면해 보지 못한 두려움도 큰 이유임을 감안할 때 직접 서양사람들이나 그 문화속에서 살아온 교민들을 접하는것은 영어구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외국에서 오신 원어민 선생들이 한국에 취업을 하면서 자신의 기존 생활 방식과 자신이 받았던 교육환경을 우리나라의 상대적으로 열악한 실정에 비추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잣대로 삼는다면 정말 큰 오산이 아닐수 없습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학생들에게 선진화된 교육과 생활 환경에 대한 괴리감만 증폭시킬 뿐임을 자신있게 말할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온 원어민 교사들의 철없는 행동에 학생들의 어린 마음에 차칫 그 나라에 대한 냉소나 한국에 대한 막연한 자괴감이 스며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됩니다. 혹시 주위에 한국으로 영어를 가르치러 온다는 현지인이나 교민분을 만나신다면, 다음 말 한마디 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에 갈때는 준비를 제대로 하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