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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 1 본문

잡동사니 생각

재회 - 1

민아네 2012. 3. 24. 22:43

나는 지난 가을 어느 여인과 이별을 했었다.
.............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마주 불러 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후조, 김남조)

후조는 떠나기도 하지만 반드시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후조라 했던가.
나와의 이별을 슬퍼하듯 그녀는 한껏 성장을 하고는 낙엽이 되어 눈물같이 맑은 기억속에 잠겼다.
그랬던 그녀가 긴긴 겨울의 이별을 견디고 드디어 내 앞에 사랑스럽게도 살짝 찌푸린 얼굴로 섰다.

이월장안미각춘(二月長安未覺春)
장두홀유소도빈(墻頭忽有小挑嚬)
언연각향시옹소(焉然却向詩翁笑)
여재천애견고인(如在天涯見故人)

2월의 서울은 봄도 채 느끼지 못하였는데
담장위에는 홀연히 핀 작은 복숭아꽃 찡그리네
예쁜웃음 늙은이 시인을 향해 빙긋 웃는데
마치 먼 타향에서 옛 사람을 본 것 같구나

- 허 균

그는 작은 복숭아꽃 새순이 올라오는 모습을 옛 중국의 미녀 서시의 찡그린 얼굴에 비유하여 표현하였다. (소도빈 小挑嚬, - 찡그릴 빈)

예쁜 여인의 얼굴은 찡그린 얼굴조차도 아름다운 법. 그래서 동네 여자들, 미우나 고우나 개나 소나 다 찡그린 얼굴을 흉내내었다 해서 중국고사에 효빈(效嚬)이라는 말이 생겼다.

신을 끌어 산책길에 나서니 한껏 물오른 봄의 느낌이 온 천지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온갖 살아있는 것들은 겨우내 뒤집어쓰고 견디었던 그 두터운 이불을 제치고 선잠이 덜깨어 눈을 비비듯, 살짝 찌푸린 절세미녀의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실제 외간여자와의 연애였다면 목숨보전이 힘들것이로되 이 미녀와의 연애는 거리낄것 아무것도 없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지난 3월 17일 토요일 밀튼 근교의 Hilton falls area 트래킹 코스에서. 아침부터 짙게 덮힌 안개는 오후 늦도록 걷히지 않고 환상적인 산행길을 보여주었다.







아직 겨울의 모습이 남아있는 늪지.










안개는 이슬되어 나무가지에 맺혔다.







마치 수묵화같은 호수풍경.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날아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요리조리 살피던 귀여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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