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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에서의 탈출 본문
2003년 7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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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살다보면 역시 싫든 좋든 간에 한국인 사회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을 사귀어도 일단은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게 마련인데 하물며 외국땅에서 살아가는 입장에 한국인끼리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됩니다. 이것은 우리 한국사람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민족들에게 해당이 되는 사항 같습니다.
휴일날 넓은 잔디 운동장이 갖추어진 써니부룩 공원에 가 보면 인도계 사람들 끼리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크리켓을 즐기는 것을 쉽게 볼수 있습니다.
한국사람끼리 자주 만나다 보면 즐거운 일도 있고 마찰또한 생기게 마련입니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한국사람과 생긴 안좋은 일을 떠올리며 같은 한국사람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사를 가도 한국사람이 적은곳으로 가고, 또 이사를 가서는 한국사람이 이사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식입니다.
한국사람과 마찰이 있었으면 그 사람만 싫어하면 되는 일인데, 어쩐일인지 한국사람 전체를 싫어합니다. 이 경우는 비단 한국사람에게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만일 인도나 파키스탄 사람이 지저분하게 하고 남들 의식하지 않고 피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았다면 인도 파키스탄 더 나아가서는 피부색이 검은 사람들 전체를 비난하며 아예 상종을 하려들지를 않을 뿐더러 다른 한국사람들에게 얼마나 그쪽 사람들 비난을 하는지 모릅니다.
지난번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이후에 한국의 친지에게서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캐나다에서도 물론 대서특필이 된 사건이라 여기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 이메일에는 캐나다에서 한국사람이라는 것이 창피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그 뉴스를 보고 엄청나게 놀랐고 어떻게 저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날수 있을까 나름대로 분노하고 감정이 격해졌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일 때문에 나 자신이 한국인인 사실이 창피하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만일 나도 한국에 있었더라면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그 당시 같은 사무실에 동료가 토론토 썬에 대문짝 만한 칼라사진과 함께 실렸던 그 사건을 들고와서 나에게 보여주면서 너 가족이나 친구들 괜찮냐고 물었던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고맙다고 하고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같이 걱정을 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 일을 가지고 동료가 나를 한국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한다거나 비꼰다거나 그런 느낌은 털끝만치도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요. 백주에 사람이 수백명이 비참하게 죽어나갔는데 너네 나라가 미개해서 그런 사건이 난다고 놀린다면 그것처럼 못되먹은 행동이 없지 않겠습니까? 정말로 그런 행동을 한다거나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이겠지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옛날 고등학교때 일이 생각 납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당시 고등학교때는 보통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고등학교하고 괜한 신경전을 벌이고는 했는데 집에 잘 가다가도 그 학교 학생만 보면 괜히 시비를 걸고 기어코 쌍코피 터지는 혈전을 벌이고는 다음날 학생부에 끌려가서 몽둥이 타작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지요.
어느날인가는 한 학생이 아침에 무슨 시비가 붙었는지 상대학교에 곤죽이 되도록 터져서 쌍코피를 흘리면서 교실문을 열고 기어들어왔는데 같은 반에 속칭 어깨들이 괜히 흥분해서 "머여? 중앙(학교이름, 가명)이 맞아부렀어?? 이런 개XX들 다리 몽뎅이를 아조 분질러 부러!!" 이러더니 우루루 뛰쳐 나가서는 집단 패싸움으로 번집니다.
맞은것은 그 학생 하나인데 왜 학교가 맞았다고 그러는지, 더우기 맞은 학생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얻어터졌을 수도 있는 문제인데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일이 유난히 많았던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선생이 친구하고 술을 같이 마시다가 시비가 붙어서 싸우다가 상대편을 코뼈를 부러뜨렸다고 칩시다. 그러면 신문에 이렇게 나지요?
"교사가 만취 시비끝에 친구폭행"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택시기사와 요금시비끝에 주먹다짐을 했습니다.
"미군이 택시요금 시비 폭력 휘둘러"
어느 교회 목사가 바람이 났습니다.
"목사가 신도와 간통"
나같은 캐나다 교포가 한국에 갔다가 술먹고 꼬장부리다가 경찰에 잡혀갑니다.
"캐나다 교포가 무전취식에 만취행패"
일을 저지른 주체가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집단으로 표현이 됩니다. 왜 일을 저지른 것은 한 개인이고 그 사람의 직업이 교사 목사 군인 등등인데 이런식으로 표현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표현의 문제점을 그 방면의 전문가들인 기자들이 모를리가 없지요. 단지 사실 이런 표현이 독자들에게 짜릿하게 어필하려는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만 글쎄요 별로 좋다는 생각은 들지않네요.
어디 사는 아무개가 술에 취해 친구와 시비를 벌이다가 폭행을 했는데 아무개의 직업은 교사이고...
아무개가 택시요금 시비로 싸우다가 경찰에 연행되었는데 아무개는 몇년 몇월부터 한국에 미군으로 와 있었으며...
어디사는 아무개가 모씨와 간통혐의로 구속되었는데 아무개는 몇년전부터 모 교회 목사로 일해왔으며...
아무개(남, XX세)씨가 모월 모일 밤 몇시에 어디 주점에서 만취한채 술값을 못 내겠다고 행패를 부리다가 연행되었는데 그는 몇년도에 캐나다로 이민을 갔으며 몇년만에 처음으로 방문차 귀국하여 들뜬마음에 그랬다고 선처를 호소..
캐나다 신문은 대개 이런식으로 납니다. 그나마 청소년 범죄의 경우 사진은 물론 이름, 출신국, 인종 등등은 절대로 나오지 않아 뉴스를 보면서 심지어 가끔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정말 있었던 일인데요, 어떤 한국사람이 같은 한국사람의 가게를 털어서 달아났다가 붙잡힌 적이 있습니다. 이곳 교민 신문에 제목은 이랬습니다.
"한국사람이 한국가게 털어"
글자 하나하나 까지 정확하게 맞지는 않는다 치더라도 이런 식이었습니다.
이런 문장이 한국사람의 정서에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집단화 일반화의 부작용은 상상외로 심각합니다.
이곳 교민사회에서도, 유학생, 교민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바로 이런 집단화의 시각입니다. 어떤 유학생이 유학을 와서는 하숙집 아줌마에게 섭섭한 일을 당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인터넷에 이런 글이 뜹니다.
"유학생 등쳐먹는 교포들"
자 또 그 반대로 어떤 교민이 심야에 길을 가다가 유학생 남녀가 술에 취해서 경찰에 연행되는것을 보았다고 칩시다. 그러면 또 인터넷이 난리가 나지요.
"유학와서 탈선하는 한국 학생들"
이민오기전, 그러니까 십년도 더 된 옛날이야기 입니다. 당시에 회사에서 미국사람을 데려다가 신입들 영어교육을 시켜주었더랩니다. 그런데 이 미국넘이 여간 말을 막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글쎄요 한국식으로 하면 좀 체면도 차리고 한국에 대해 안좋은 경험이 있어도 좀 숨기고 해야 할텐데 이런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거침없이 다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업은 트럭 드라이버, 한국에 와서 영어학원에서 한국여자를 만나 곧 결혼을 할 예정이고, 한국을 좋아하고 특히 한국의 밤 유흥문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루는 내가 진지하게 충고를 했더랍니다. 너 여기 한국에 미국사람이 많으니 한국사람이 미국사람들 접할 기회가 많은줄 아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네가 이야기 하는것, 행동하는 것이 여기 이 클라스 사람들에게는 미국사람 전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수도 있다. 그러니 언행과 행동을 조심해라.
그럼 내가 미국 전체를 대표한다는 말이냐? 고 반문하면서 황당한 표정이란... 지금 생각해도 땀 삐질나는 충고였습니다.
그 이후에 같이 술도 마시고 좋게 헤어졌지만 아무튼 커다란 문화차이 중의 하나인것만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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