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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귀신얘기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캐나다 귀신얘기

민아네 2024. 2. 23. 14:47

2003년 5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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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하고 제인이 만나는 곳 근처에 큰 공원이 있고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와이프가 볼일이 있어서 가는 길에 기사로 따라 나섰다가 시간이 남아 할일없이 동네를 배회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곳에 공원이 있는지 공동묘지가 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동네가 참 오래되고 아담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보니 조그만 놀이터가 나오더군요. 벤치도 있어서 잠시 앉아서 쉬었습니다. 쉬다보니 놀이터 뒤켠이 쑥 꺼진 계곡같이 되어있고 큰 공원이더군요.

귀신(?)을 봤던 곳. 나는 오른쪽 놀이터에 앉아있었고 왼쪽에 공동묘지 입구가 보인다.


그리고 놀이터에서 빤히 보이는 곳에 공동묘지가 있었습니다. 조그만 담장도 되어있고 철문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은 막다른 길이구요.

 

내가 가을의 햇살을 만끽하며 있을때, 두런두런 노인들의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언듯 보니 6-7명 정도의 깨끗하게 차려입은 머리가 하얀 백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공동묘지 쪽으로 걸어가고 있더군요. 노인들은 간혹 웃기도 하며 이야기 하면서 걸어가고 있었고, 곧 공동묘지 문을 지나 들어가버렸습니다.

 

내 생각에 저 묘지는 울타리도 있고 철문이 있으니까 무슨 프라이빗 지역인가보다 하고, 주저했었는데, 철문도 열려있고 노인들이 들어가는 것도 보았으니, 그냥 그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따라서 한번 묘지구경이나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공동묘지로 갔습니다.

 

내가 앉아있던 놀이터에서 빤히 철문이 보였으니, 내가 묘지에 들어선 시간은 노인들이 들어가고 나서 넉넉잡아 한 30초에서 1분이나 지났을겁니다.

 

공동묘지는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한눈에 전경이 보이는 식이었고 조그만 오솔길이 나 있어서 그냥 한바퀴 돌면 끝인 그런 크기였습니다. 특이한 것은 비석이 뽑혀져 뉘여있는 묘지들이 곳곳에 있더군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매장한지 오래된 묘지는 그렇게 처리를 하는건지, 아니면 다른곳에 이장을 한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상한것이, 내 눈앞에서 바로 전에 묘지로 들어간 그 노인들이 안 보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디 옆 공원으로 빠지는 문이 따로 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손바닥 만한 묘지를 한바퀴 도는 동안,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다른곳으로 나가는 길이나 문은 없었습니다.

 

또 그런 샛길이 있었다 한들, 그 느린 노인들 걸음으로, 노인들이 들어간 지 넉넉잡아 1분 후에 내가 따라 들어갔는데, 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는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적막한 묘지를, 눈부신 가을 저녁햇살을 받으며 혼자 걸었습니다. 간혹 다람쥐들이 지나가고,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귀고는 사라지고 했습니다.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이상하게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귀신얘기인지 아닌지 지금도 헷갈립니다. 올 여름 캠핑가서 모닥불 피워놓고 실컷 써먹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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