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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교 본문
2002년 11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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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친하게 지내는 분 중에 한글학교 교사가 있습니다.
한글학교라는 것은, 캐나다 정부에서 소수민족 지원정책의 일부로서, 각 나라의 고유 언어를 가르칠수 있도록 선생을 고용해서 그 나라의 언어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시간은 일주일에 2.5시간으로, 여기 고용된 교사는 TDSB (Toronto District School Board) 소속이 됩니다. 한 교사가 일주일에 2.5시간만을 하는것이 아니라, 자리가 나오면 얼마든지 응시해서 더욱 많은 시간을 가르칠 수가 있습니다. 파트타임인 만큼 보수도 짭잘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16시간 정도만 확보하면 집에 한 2천불은 네트로 가져올수가 있습니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젊은 엄마들에게는 최적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한글학교 강좌는 방과후 특별프로그램이라, 여러개의 강의를 할 경우 여러 다른 학교를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이 있고, 강의시간이 방과후 후 혹은 주말이어서 일주일에 16시간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서플라이 티쳐(보조교사)를 오랫동안 해 온 사람들 중에서 형식적인 면접시험을 통해 정식 교사로 채용을 했지만, 최근들어 면접시험이 더이상 형식적인것이 아닌 TDSB소속 감독관 네명 앞에서 교육이론에 대한 테스트를 받는 "실질적인" 시험으로 바뀌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랫동안 서플라이 티쳐를 해온 교사들을 제치고 새로 이민을 온 빠릿한 신출내기가 채용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글학교 교사의 T/O는 학생수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한국 애들이 많이 등록을 하면 할수록 교사의 T/O는 늘어나게 되어 있지만, 한국사람의 경우 워낙에 다른 민족에 비해 숫적으로 열세인데다가 부모가 그로서리 스토어를 하는등 바쁜 경우가 많아 한글학교에 등록된 학생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고 따라서 한글학교의 교사 숫자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사람수가 워낙 많은 중국사람들의 경우 중국 애들 전용의 학교가 따로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한국 학생의 경우 일반 퍼브릭 스쿨의 방과후 특별활동 시간이나 주말에 교실을 빌려서 하고 있는 실정이니 좀 열악하긴 하지요.
만일 한글학교 선생들을 대표하는 단체에서, 통합 한글학교에 관한 사업을 꾸준히 추진한다면 장기적으로 볼때 2세들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뿐 아니라 한인사회 발전에 대단한 도움이 될텐데요.
와이프가 가끔 만나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유태계 할머니인데, 노인이라 말상대가 그리운지는 몰라도 조금 친해졌다고 느꼈다 싶은 때부터 시시콜콜한 개인적인 이야기 까지 다 합니다.
다른 유태인들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할머니는 아버지대에 이민을 온 1.5세 출신이고,(폴리쉬) 대부분의 이민이 그렇듯이 부모님은 폴란드에서 잘나가던 의사였던 분이 캐나다에 온 후에는 정육점 점원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이 할머니도 부모에게 물려받은것 하나 없는 상태에서 고만고만하게 살았는데 애들(아들, 딸)이 자라면서 대학 들어갈 나이가 되자 집안형편 때문에 대학을 포기 하겠다는 딸을 야단을 쳐서 대학에 들여 보냅니다.
한국 부모들하고 비슷하지요. "니는 아모 걱정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그레이!"
애들은 다 장성해서 사회에서 잘나가는 사람이 되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라 소수민족 커뮤니티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그 당시 캐나다에는 유태인들이 공공연히 사회적인 차별을 받았습니다. 취업도 굉장히 힘들었고 살기도 힘들었다고 합니다.(이 할머니의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날엔가 유태인 지도자들끼리 만나서 돈을 모아 유태인 회관을 건립하기로 했다는군요. 그 안에 커뮤니티 센타, 상점, 병원 등등을 입주시켰고 거기에 소용이 되는 인력은 취직을 못하고 있는 유태인을 고용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유태인의 파워 불리기가 지금 결실을 맺어 유태인들은 캐나다 사회에 완전히 스며들어 활동하고 있지요. 하긴 오리지날 캐나다인이란것이 존재하기나 하겠습니까? 내가 지금껏 만나온 얼굴 하얗고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그런 사람들도 1-2대만 위로 올라가도 전부 이민자 출신이지요.
한국 사람들은 그 때 빈손으로 이민온 유태인들보다는 적어도 재정적으로는 훨씬 나은 상태이니 우리 한국사람도 한번 그런 시도를 해볼만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와이프의 친구, 한글학교 선생님얘기를 하겠습니다. 이 선생님은 4-5학년짜리들을 가르치는데, 물론 다 한국애들이고 캐나다에서 태어난 애들도 있고, 이민온지 얼마 안되는 애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뚱뚱하고 얼굴도 통통하게 양 볼에 살이 쪄서 눈코입이 오종종 하게 얼굴 가운데로 모여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이가 있는데 이놈이 하라는 한국말은 단 한마디도 하기를 거부하는 놈이었습니다.
물론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놈이라 영어는 여기 애들처럼 하는데 이녀석이 지각은 도맡아 하는데다가(쉬는시간 후 수업에) 한글 선생님이 뭐 하라고 하면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척 하면서 철저하게 딴전을 피운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유로 한국말을 포함하여 한국을 무시하는 마음이 한구석에 있는것입니다.
선생님이 이렇게 살살 달랩니다.
"민준아, 선생님은 영어를 못해요, 그러니까 한국말로 얘기하고,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것 잘 해야지?"
그래도 어깨를 한번 으쓱 하고는 딴전을 피웁니다.
"민준아, 너는 선생님을 도와주어야지? 선생님이 영어를 잘 못하니까, 민준이가 한국말을 잘 했으면 좋겠다."
또한번 어깨를 으쓱하면서 What? 하는 표정으로 한국말을 이해 못하겠다고 합니다. 의도적인 "무시"지요.
참다 참다 못해서 선생님이 격앙된 목소리로 야단을 쳤습니다. 영어로 말입니다.
"야! 김민준!, 너는 앞으로 늦지 말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 들어! 너는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말을 할 줄 알아야 해! 수업시간에 늦지 말고 수업에 참여하는것은 것은 네 책임이야! 만약에 계속 그런식으로 한다면 오피스에 리포트 할 뿐 아니라 네 엄마에게도 반드시 전화를 할거다!"
"Never be late again Minjun, and you must listen to the teacher during class! You're Korean, so you need to know how to speak Korean! It's your responsibility to not be late and participate in class! If you continue to behave like this, I'll not only report to the office but also call your mom!"
민준이가 혼비백산 했습니다. 틀림없이 우리 선생님은 영어를 못하는데, 영어를 못하니까 지금까지 마음놓고 떠들고 무시했었는데, 바로 그 선생님이 내 앞에서 지금 영어로 나를 오피스에 신고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고 합니다.
민준이가 놀랬습니다. 민준이 생각에는 한글학교 선생님은 영어를 못해야 했습니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겁먹은 눈으로 선생님을 보다가, 선생님의 마지막 말이 떨어졌습니다.
".....call your mom! You got it?"
그제서야 민준이, 겁에 질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한국말로 말입니다.
"..알-아-서-요, 선-생-님, 다-쉬-는, 앙- 그-러-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