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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크리스마스 시즌

민아네 2024. 2. 22. 20:01

2001년 12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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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또 크리스마스 시즌입니다.

한국의 연말 연시가 갖는 의미에 비한다면 여기에서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한국의 추석+설날+크리스마스를 합쳐놓은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느릿느릿 여유있게 움직이는듯이 보이고 상점들의 불빛은 더욱 밝아 보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부모들이 해야 할일중 중요한 것은 애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애들이 다 컸다면 별문제겠지만 애들이 어린경우에는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는 가장 큰 관심사 입니다.

 

민아의 경우 벌써 몇달전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선물이 무엇인지 저와 와이프가 미리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제는 일부러 민아를 데리고 집근처 토이러스에 갔습니다. 토이러스는 장난감만 파는 큰 쇼핑 체인점입니다.

 

민아에게 산타 할아버지에게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 나에게 알려주면, 내가 이메일로 산타에게 그것을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민아가 제일 좋아하는 선물은 바비 인형이었습니다. 바비 인형도 수백가지가 넘기 때문에 어떤 바비인지 확실히 알아내야 했습니다. 어쨌는 이제 내가 할 일은 퇴근길에 그 인형을 사서 크리스마스까지 잘 감추어 놓았다가,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민아가 잘 때 살짝 갖다놓는 일입니다.

 

민아와 민아친구들이 심각하게 얘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중에 한 아이는 뭐랄까 좀 빠릿한 아이, 왜 그런아이 있잖습니까 애들중에서 좀 똑똑한 척하고 모든것을 다 아는것처럼 나서는 아이.. 그런애가 있는데 그애가 산타는 없다! 선물을 비롯한 모든것은 부모들이 꾸며내는 연극이다! 라고 자신있게 애들에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진실을 알고있다! 라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이지요.

 

그러자 애들이 충격을 받았는지 잠시 조용하더군요.

 

잠시후에 한 애가 "아니야, 산타는 정말 있어, 우리 엄마가 그랬어," 그러니까 또 다른애가 맞아 맞아 산타는 있어 나도 본것같아 뭐 어쩌구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산타는 없다고 했던 아이가 고개를 갸웃 하더니 "아닌가..? 맞아, 역시 산타 할아버지는 진짜 있나봐." 하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아무리 똑똑한척 해도 애들은 애들이더군요.

 

어제는 민아가 차 안에서 심각하게 묻더군요.
"아빠, 산타 할아버지는 한명이야?" 그래서 그렇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또 "한국 애들도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아?" "물론이지! 착한일 한 아이는 산타 할아버지가 어디든지 가서 꼭 선물을 준단다" 나름대로 스탠다드 대답을 했지요, 그랬더니 민아가, "우와... 산타 할아버지 되게, 되게, 피곤하겠다"

 

맞습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혼자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착한애들 선물을 주려면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저는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한것이지요.

 

언젠가는 산타 할아버지는 없고 엄마아빠가 선물을 갖다 놓는게 아니냐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하더군요. 그래서 그러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는척 하면서 진짜 산타가 오는지 감시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침대에서 자는데 산타 할아버지는 거실에다 선물을 놓고가는데.."
"그러면 선물 양말을 침대 옆에다가 놓으면 되잖아!"
"아 맞다! 그러면 되겠구나!"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 겠습니다.

 

작년에는 굴뚝이 없는 아파트에 어떻게 산타 할아버지가 들어오는가로 애들끼리 심각한 토론을 하더니 이제 슬슬 산타 할아버지의 실존여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나 봅니다.

 

작년에 결론은 "걱정마, 내가 한국에 살때도 아파트에 살았었는데, 그때도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다 줬어!" 라고 어떤 아이가 의젓하고 확실하게 결론을 내려주었었지요. 그 아이는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추호의 의심없이 산타할아버지를 믿고 있더군요.

산타클로스 인형.

 

한국에서는 애들 젖니를 빼면 지붕에 던지면서 까치에게 헌 이빨을 물어가고 새 이빨을 달라고 했던것 같은데 여기는 조금 다릅니다. 이빨을 빼면 조그만 통이나 휴지에 꼭꼭 싸서 그날 밤에 베게밑에 넣고 잠을 잡니다. 그러면 투스 페어리(이빨요정)가 와서 돈을 놓고 이빨을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며칠전에 민아 이빨 하나가 많이 흔들리길래 실에 묶어 뽑았습니다. 물론 고함을 지르면서 울고 한바탕 난리굿을 치렀지요. 마침 그날 민아 친구가 슬립오버(친구집에서 자는것, 애들이 무척 좋아합니다)하러 와 있었는데 민아는 거실에서 이빨 뽑는다고 울고 난리치는 동안 그 녀석은 민아방 의자 위에 두발을 모아 안고 웅크리고 앉아서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바들바들 떨고 있더라구요.

Image generated by Bing Chat AI.

 

내가 들어가니까 손가락 하나를 살며시 열고 눈만 내놓고 눈치를 살피는군요. 내가 이빨 흔들리는것 없나 보자고 하니 절대로 입을 안 엽니다.

 

이제 겨우 민아와 민아 친구가 잠이 들어서 베게밑에 이빨을 빼고 돈을 놓아주려고 잔돈을 찾으니 5불짜리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난번 이빨을 뽑았을 때는 5불을 놓아 주었는데 이번에는 할수없이 2불짜리 동전하나를 놓아 주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민아가 2불짜리 동전을 들고 투스페어리가 놓고 갔다고 자랑을 하더군요. 그래서 지난번에는 5불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2불이니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응, 투스페어리가 돈이 별루 없나봐!" 하더군요. 다 알고 그러는건지 모르고 그러는건지 알쏭달쏭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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