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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한국 프로젝트

민아네 2024. 2. 23. 13:41

2003년 5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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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회사 인트라넷에 갑자기 공고가 떴습니다. 프로포잘이 진행중인데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클라이언트가 이곳 해밀턴 근처에 버섯농장을 짓고 싶다고 하는데 그쪽 농장측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그 전에 벌써 전화가 오더군요. 어지간히 다급했던 모양입니다.

 

마켓팅 담당 매니저가 프로젝 바인다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프로포잘 진행중이었는고, 한국측에서는 이곳에 중간에 일을 코디네이트 해 줄 한국 에이전트를 고용을 했는데 이 한국 에이전트가 엔지니어링에 대해 전혀 모르는데다가 좀 일이 시원치 않았나봅니다.

 

매니저 말로는 프로포잘이 진행중이었는데 중간에 코디네이터가 일을 미적거리는 바람에 지금 프로포잘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조차 감을 잡지 못하고 있으니, 나보고 한국의 버섯농장(정확히는 공장)에 컨택을 해서 상황을 파악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버섯농장이라길래 넓직한 초원이나 밭 같은 것을 연상을 했는데 완전히 공장이더군요. 커다란 공장 건물안에 습도 온도를 기계로 조절하고 버섯은 조그만 프라스틱 병속에 넣어서 선반에 빼곡이 채워 올려놓아진 채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또 한쪽 플랜트에서는 처리공정, 포장공정 등등의 설비가 있구요. 완전히 공장이지요.

요즘의 버섯"공장", 출처 : 매일경제

 

퇴근후에 한 아홉시쯤에 사장님에게 직접 전화를 했지요. (전화번호가 대표이사 전화번호밖에 없더라구요)

 

"사장님 지금 여기 안계시는데예~~ 전화 번호 XXX로 해 보이소~~" 

 

오랜만에 들어보는 쨍쨍한 경상도 사투리의 아가씨 목소리가 상쾌합니다. 밝은 경상도 사투리의 아가씨가 사장님은 지금 버섯농장 순시중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몇번 전화통화를 시도하다가 휴대폰으로 통화를 했습니다. 물론, 벌써 설계와 허가업무는 다른 회사로 넘어간 뒤였지요. 우리회사 마켓팅 담당자가 감도 못잡고 허우적대는 동안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이상한 것이겠지요.

 

제 소개를 했습니다. 설계파트에서 일하고 있지만 우리회사 유일한(현재는 두명) 한국사람이라 전화를 드리게 되었다. 마켓팅 담당자가 이러저러한 말을 전해달라고 하던데 사장님 캐나다 버섯농장 프로젝은 어떻게 끌고가실 예정이십니까 뭐 이런식으로 주절주절 말을 풀어나갔는데 의외로 이게 꽤 재미가 있더군요. 와중에 추가 프로젝에 관한 정보도 얻을수 있었구요.

 

아무튼 다음날 회사에 와서 마켓팅 매니저에게 이러저러하다고 말을했더니 그러면 그 추가 프로젝(저온창고)에 대해 우리회사 선전을 좀 해달라고 하더군요. 또 그날 저녁 한국에 전화를 해서 "영업"을 해야 했습니다. 성과는 만족할만한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프로젝 관련해서는 항상 나를 중간에 끼고 진행할것 같은데 한국에서 회사생활 할때 외국회사하고 일하다가 외국회사에서 한국사람 상대로 일을 해보니 참 재미도 있고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나의 천성은 기술자라고 믿고 있었는데 의외로 이렇게 중간에 코디네이션 하면서 영업을 하는게 재미가 있는것을 보면 나도 영업에 잠재력이 있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옛날에 한국에서 회사 다닐때 두툼한 책자식으로 된 적성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나의 적성이 영업으로 나온적이 있었습니다만 아무튼 신선한 경험이었고 만일 이 프로젝이 잘 풀린다면 한국에 출장을 갈 행운도 생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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