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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애완동물 본문
2001년 5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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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같으면 개에게 밥 찌꺼기나 말아주고(요즘 이런경우는 없지만) 심지어 때 되면 동네에 풀어놓고 알아서 먹고 들어오라고 해도 씩씩하게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잘 먹고 잘 놀다가 저녁때면 알아서 기어들어와 집도 지킨다고 하는데 여기 개들은 너무나 사람들이 애지중지 귀여워해 주니 누가 주인이고 누가 애완동물인지 모를 지경이다.
캐나다 사람들의 애완동물에 대한 애정은 대단히 각별해서 눈이오나 비가오나 정확한 시간에 산책을 시킨다거나 개를 위해서 개에게 맞는 집안 환경을 조성해 준다거나 하는 모든 것들이 정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극성인 반면 , 또 이런 개들이 다치거나 병에 걸리면 인정사정 없이 외진곳에 버려 버리는 사람도 있다.
신문에서 본 사건은, 어떤 사람이 한쪽눈을 못보는 자신의 흰색 푸들 강아지를 생매장 시켜 버리려다가 주민에게 걸려서 일간지인 토론토스타에 대문짝 만하게 난 적이 있고, 자신의 개를 차에다 가두어 놓고 잊어버리고 사십 몇시간을 밥도 물도 없이 지내게 했다는 기사도 있다. 이것때문에 개주인을 중범죄자처럼 표현한일도 있다.
반면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애 엄마가 생후 4개월된 애기를 자신의 밴 승용차에 놔두고 깜빡 잊어버리는 바람에 그 애기가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속에 차안에서 밤을 지내고 나서야 옆집 사람에게 발견되었는데, 이 여자는 기소조차 안되었다.
그 이유는 첫째, 다행히 애기가 무사했고 둘째, 크리스마스 이브날이라 쇼핑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었다는 정상참작, 세째는 그 여자가 애들이 일곱이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일 차에 남겨놓은것이 애기가 아니라 개였다면 아마 이렇게 조용하게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아는 분은 옆집에 백인이 고양이를 길렀었는데 어찌나 애지중지 하는지 고양이를 빨간 리본도 달고 예쁘게 꾸며서 하루종일 품에 안고 다니다시피했는데 어느날 부터 이 고양이가 모든 치장물을 압수당한채 발가숭이로 동네를 헤매는것을 보았다고 한다. 즉 간단히 말해 주인에게 버림받은 것이다. 물론 이렇게 동물을 마음대로 버리는것은 법에 저촉되는 짓이지만 증거가 없으니 어쩔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개에게 성대수술을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글쎄 내 의견으로는 이렇게 까지 해서 개를 키워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생명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무슨 물건을 소유하는것과 같아서 차라리 그럴 바에야 장난감 로봇 개를 하나 사는것이 나을것이다.
집 밖에서 생활하는 것은 기본이고 집 주위에 배회하는 도둑고양이나 쥐 같은것도 얼씬도 못하게 할뿐 아니라 밤중에도 집안을 순찰하며 집을 지키는 씩씩한 한국의 개들.
때로는 동네 아이들이나 주인의 구타에도 절망하지 않고 옆동네 개들로부터 우리동네를 철통같이 지키는 우리의 늠름한 한국의 개들. 여름이면 자신을 희생시켜 사람의 몸을 보해주는 충성스런 한국의 개들.
음식 찌꺼기나 얻어 먹으면서, 일년에 잘해야 한번 목욕하고 어쩌면 대다수가 목욕 한번 못하고 일생을 마치는 한국의 개들, 어쩌다 잔치날에나 기름기 있는 부침개 쪼가리나 얻어먹을수 있어도 언젠가는 햄 쇠고기를 실컷 먹을수 있는 세상이 온다는 희망을 안고 사는 한국의 개들. 동네에 마음에 드는 암컷을 같은 동네개들과의 피터지는 승부로 쟁취하는 용감한 한국의 개들.
열악한 환경과 역경 때로는 생명의 위협에도 용기를 잃지않고 가장 개답게, 개다운 삶을 사는 한국의 개들. 그들이 불행하다고 누가 그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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