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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송별회식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은퇴 송별회식

민아네 2024. 2. 22. 11:14

2000년 11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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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공돈 30불이 생긴 날이었다.
지난주 회사에서 거의 40년을 근무하다가 은퇴한 할아버지가 있는데 그 할아버지의 환송 점심회식이 있었다. 회식은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같이 밥먹는 그런것이다. 여기는 회사에서의 점심이라도 대개는 맥주 한잔 정도 걸치는것은 무방하다.


맥주 한잔 곁들여 먹으니 거의 30불이 나왔다. 나는 회사에서 돈을 내주는줄 알았는데 식사가 끝나자 주섬주섬 각자 주머니에서 돈을 내는것이었다. 나도 내 식대 30불에다가 은퇴하는 할아버지 식대 분담까지 해서 30불을 내 놓았다.

Canadian Dollar bills and coins.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해 보니 책상위에 편지가 놓여 있었다. 그 은퇴하는 할아버지가 놓은 것이었는데 그 회식하는 날 식대를 당연히 회사에서 부담하는줄 알았는데 손님들에게 부담하게 해서 정말 미안하고 황당했었다고, 그래서 수표를 팀장앞으로 보냈으니 그날 지불한 식대를 돌여받으라고 쓰여져 있었다.

 

편지 내용을 그대로 다 기억은 못하겠지만 거의 40년을 재직한 사람이 은퇴하면서 회사 내외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초대 했는데 회사에서 그정도는 관례상 부담해 줄 줄 알았고 또 전에도 같은 경우에 회사에서 식대를 부담한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 같이 손님 주머니를 털게해서 너무나 실망스럽고 당혹했다는 내용으로서 화가나서 쓴 내용이었다.

 

내 생각에 팀장이 미리 손을 써서 회사에서 부담하게끔 조치를 해 놓았으면 별탈이 없었는데 회사에 과잉 충성하느라 오버액션을 취한것 같았다. 그날 분위기가 좀 썰렁했는데 아마 팀장이 그 편지 때문에 무지하게 열받은 모양이었다.

 

사람들도 모여서 "뭔 이런 바보같은 점심회식이 있냐 what a stupid lunch" 하면서 수근대고 낄낄댔다. 팀장 뒤통수가 근질거리고 얼굴이 화끈했을 것이다.

 

부서에서 잡일 도맡아 하는 마크가 회식때 얼마씩 냈는지 조사를 해 갔고 누군가는 와이고 이럴줄 알았으면 비싼거 먹을걸 하는 우스개도 해가며 결국 환불을 받았다.

 

환불하는 과정에서 팀의 잡무를 처리해주는 여직원이 있는데 각 사람에게 자기 자리로 와서 싸인하고 돈받아가라고 각 사람마다 일일이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냥 본인이 와서 척척 나눠주고 싸인 받아가면 간단한 일을.

 

또 그걸가지고 "어이쿠 상전이네 상전이야 She's a big boss" 라고 빈정거리며 다를 30불씩 받아 들고 와서는 이걸 써버려 말어 하면서 한동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디나 회사생활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것도 단순한 엔지니어들 모아놓은 엔지니어링 회사라 더욱 비슷한것 같다. 팀장 씹으면서 즐거워 하는것이나 미팅때 팀장하고 멀리 떨어진곳에 눈에 잘 안띄는 곳에 앉으려고 하는거나 여직원이 엔지니어 머리위에 앉아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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