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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캐나다 학교 고르기

민아네 2024. 2. 24. 16:40

2005년 2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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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옆은 성당입니다.
Saint Joseph the Worker church, 한국말로 성 요셉 성당입니다.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이면 넓은 파킹랏에 자동차가 북적거립니다. 성당 바로 뒤는 카톨릭 스쿨이 있습니다. 집 이층 침실에서 빤히 내려다 보입니다.

 

금요일날 일찍 퇴근을 하면(보통 금요일은 세시쯤 집에 옵니다) 카톨릭 스쿨에서 들려오는 왁자거리는 애들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민아를 이 카톨릭 스쿨로 전학시키려고 했는데 우리 부부는 개신교를 믿는지라 안된다고 하더군요. 때문에 민아는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걸리는 브라운릿지 초등학교에 다닙니다.

 

카톨릭 스쿨도 초등학교는 부모중 최소한 한사람이 카톨릭 이어야 입학이 가능합니다만 고등학교는 부모의 종교에 상관없이 입학이 가능합니다. 입학을 시키려면 영세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영세 증명이 없어도 개중에는 성당에 가서 신부님에게 앞으로 잘 다닐테니 애 입학때문에 그러니 레타를 써달라고 부탁해서 입학 시키는 사람도 있습니다.

 

웬일인지 한국에서 이민오시는 분들 사이에 카톨릭 스쿨이 좋다는 소문이 퍼져서, 이민 준비하는 중에는 애들 학교문제 때문에 일부러 천주교로 개종하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민아를 카톨릭 학교에 보내려고 했던것은 순전히 집에서 1분도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입니다.

 

브라운릿지 퍼브릭 스쿨에 전학시켰지만 불만은 없습니다. 이 학교는 캐나다 학교답지 않게 매우 큰 학교입니다. 학생수가 800명 정도나 되고 킨터가튼 부터 중학교 까지 있습니다.

 

학교의 수준을 판단하는 요소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많은 한국인 부모들은 단순히 몇가지 정보만을 듣고 학교를 판단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예를들면 카톨릭 스쿨에서 일부지만 불어로 수업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만 (일반 학교에서도 불어는 가르칩니다) 아이에게 불어도 능통하게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 무리를 해서 전학을 시킵니다. 또한 학력 평가에서 카톨릭 스쿨이 퍼블릭 스쿨보다 좋게 나왔다고 해서, 또는 영재교육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이런 몇가지 정보만을 섣불리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내 생각에 좋다고 생각하는 학교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사후 민아가 다녔던 초등학교.


1. 중산층 동네일 것 그리고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비슷할 것

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우리는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 그 동네에서는 우리 아파트가 두 동이 있고 조금 더 떨어진 언덕위에 두 동, 그리고 그 앞으로 임대용 타운하우스 촌이 있고 우리 아파트 아래쪽으로 학교가 있었습니다. 그 학교에서 조금만 더 가면 이른바 백만불짜리 주택이 즐비하게 있었습니다.

민아가 처음 다녔던 초등학교.

 

그 학교는 규모가 아주 아담했는데도 모금이나 행사를 하면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주로 부자 동네에서 도네이션을 많이 하기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학부모 회장을 하는 아줌마들은 대개가 백인 토박이 즉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아줌마들이 하게 마련인데 좀 밥맛 떨어지는 타입이 주로 합니다. 즉 스납들이 많지요.

 

애들도 여름 방학이면 부자집 애들은 플로리다, 큐바, 지중해 등등 놀러가는데 아파트에 사는 애들은 그렇지가 못하니 따로따로 놀게 됩니다. 애들도 공통화제가 있어야 노는거지요.

 

또한 지역 커뮤니티에서 애들 야구단 등등을 하는데 아파트에 사는 애들은 거의 이민자들이니 끼어들기가 좀 뭣합니다. 이민자들끼리는 또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또 그런 활동을 하기가 좀 부답스럽지요.

 

단적인 예로 그 학교에서 주최하는 도네이션 파티에 한 100불 기부하는 셈 치고 티켓을 사서 참석을 했습니다. 교장선생하고 몇몇 가족들하고 같이 앉았는데 공통화제가 없어서 별 재미가 없더군요. 그냥 닭다리 한접시 먹고 구경이나 하다가 일찍 왔습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중 많은 사람이 무슨 회사 사장 설립자 등등 쟁쟁한 사람들이더군요.

 

이렇게 생활수준 차이가 많이 벌어진 학교는 별로 좋다고 보지 않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그렇다는 것이지 나도 그 당시에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민아가 다녔던 고등학교.


2. 너무 한 가지 인종에 편중되지 않을것

민아의 반에는 70프로 정도가 유태인 입니다. 민아네 반만 그런게 아니라 학교의 많은 학생이 유태인 입니다. 선생도 마찬가지. 그래서 유태인 명절이 되면 학생들이 나오지를 않아서 등교한 애들만 따로 모아서 수업을 합니다. 말이 수업이지 비디오 보고 놀고 그러다 집에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날이 몇번 되지는 않지만 그런 날은 또 민아가 좋아하지요.

 

그나마 이 학교는 이민자가 많아서 (유태인도 유럽출신, 러시아 출신 등등 출신이 다양합니다) 좀 덜합니다만 우리동네에서 동쪽으로 조금 더 간 베더스트 지역에는 정말 유태인들이 많이 모여 살지요. 토요일 되면 빵떡모자쓰고 검은 양복입고 유태교 교회당으로 줄줄이 걸어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타면 안된다고
합니다)

 

유태교를 믿는게 잘못되었다는게 아니라 학교에 천편일률적으로 한가지 종교 풍습을 가진 가정의 애들이 많으면 아무래도 그쪽 위주로 학교가 흘러갈수 있으니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애들 입장에서도 한국에서 태어나고 부모가 한국말을 사용하는 1.5세인데 아무래도 같은 1.5세끼리 어울리는게 부담이 덜 하겠지요.

 

간혹 한국사람을 비롯한 유색인종과 백인이라도 이민자들을 극도로 혐오하면서 백인 토백이 애들만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는 한국사람이 있습니다. 이토비코에 로얄요크 지역에 그런 학교들이 있습니다만 그런 동네는 정말 그 지역에 사람들이 대대로 살아온 그런 오래된 동네거든요.

 

그런데 이사가면 애들 뿐만 아니라 갓 이민온 이민자는 정말 살아가기가 힘이 듭니다. 갑부라면 돈으로 때우겠지만 말입니다. 그곳 주민들이 못되거나 배타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동네사람들 모두 수십년간 살아오면서 친해진 사람들 틈에 말도 잘 안 통하는 낯선곳에 덜컥 끼여들어서 어떻게 배겨나겠습니까?

 

내가 들은 한 케이스는 오로지 애들을 "토백이 백인동네 학교"에 보내려는 목적으로 그 동네에서 좀 떨어진 아파트에 힘겹게 살면서 애들을 입학시켰는데 두 형제중 한 애가 적응을 못하고 정신장애가 생겼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아줌마들 사이에 애들이 조기유학 갔다 온 집 이야기는 한 10프로만 믿으시면 진실에 가까울 것입니다.

 

"우리집 애는 신통하게도 처음에 유학가자마자 친구도 많이 생기고 힘 하나도 안들이고 영어도 몇달 안가서 술술 하고 공부도 너무 잘해서 선생이 놀래서 칭찬을 입에 달고 살더라구" 

 

등등 하는 소리 말입니다.

민아가 다녔던 대학교. 오른쪽의 도서관과 미대 작업실에서 거의 매일 새벽 2시까지 있었다.

 

3. 규모가 크던지 아니면 작아도 부자동네던지

규모가 큰 학교는 나도 싫어했습니다만 이 브라운릿지 학교를 보니 또 나름대로 장점이 있습니다. 애들이 800명씩이나 되다 보니 모금을 했다하면 엄청나게 모입니다. 이 학교에서 전에 아시아 쓰나미 구호모금을 했는데 한국돈으로 1억 가까이 모았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도네이션은 엄청 합니다.

 

학교 행사를 하는데도 애들이 많으니까 규모가 제법 커지고 행사의 질이 좋아집니다. 지난주에 민아도 당일치기 스키 여행을 갔다왔는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관광버스 대절해서 잘 놀다 왔다고 하는군요. 하긴 학생수가 많으니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달라붙겠습니까.

 

반대로 아주 부촌에 있는 작은 학교도 괜찮습니다. 재정이 좋다 보니 질 높은 교육효과를 볼 수 있지요. 단, 그런 동네 학교에 애를 보내고 싶으면 가급적 자신도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을 가지고 도네이션도 비슷하게 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그러나 이런 학교는 또 몇대째 살아오는 토백이 동네일 확률이 많아서 새내기 이민자가 끼여들기는 좀 생뚱맞은게 현실입니다.

 

제일 안좋은것은 규모가 큰데 주변에 아파트로 둘러싸인 학교입니다. 나도 몇년을 아파트에서 살았던 사람으로 이런 이야기 하는것이 죄송스럽지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 대개가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좀 먹고 살기가 빠듯한 경우가 많은것이 사실입니다.

 

대규모 아파트 촌은 여기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만 (베더스트, 핀치 주변에 많지요) 어떤 학교는 놀이터 바닥이 시멘트로 되어있어 놀란적이 있습니다. 그런 놀이터가 어떻게 승인이 되었는지 모르겠더군요.

 

놀이터 바닥은 나무를 분쇄한 조각이나 부드러운 합성수지 바닥으로 되어있어 넘어지거나 떨어져도 큰 부상을 입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놀다가 팔 뿌러지는 놈은 뿌러지더라구요)

 

그래서 민아가 처음 카톨릭 스쿨에 전학이 안된다고 해서 약간 실망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브라운릿지 스쿨에서 잘 다니고 있으니 또 나름대로 만족스럽습니다. 오히려 카톨릭 스쿨에 보냈다면 모두가 카톨릭인데 일부 과정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4. 입지조건

애들이 학교에 갈때 큰 길을 건너야 한다면 좀 기분이 그렇겠지요. 내가 생각하는 학교는 주택가 사이에 자리잡고 공원을 끼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가 조금만 더 크면 혼자 다닐수 있는데 (12세 까지는 부모가 항상 데리고 다녀야 함) 혼자 다닌다고 해서 큰길 건너고 산넘고 물건너 학교 간다고 하면 아무래도 없는것 보다는 안 좋을 것입니다.

 

그거 아세요? 여기 고등학교 애들은 부모가 고등학교 다니는 애들 성적표를 조회하고 싶으면 애들의 허락 싸인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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