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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GM, 서양식 경영의 한계?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흔들리는 GM, 서양식 경영의 한계?

민아네 2024. 2. 24. 18:27

2005년 9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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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서 오샤와의 GM 공장 증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크게 광고를 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작년말 주식배당때 주가가 전년대비 20프로나 뛰었는데 아마 이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GM 자동차 공장 페인트샵과 조립공정 라인 설계인데 프로젝트 덩치가 크다보니 페이즈 1, 2 로 나누어 설계와 시공을 진행했습니다. 설계 시작전에 GM에서 통합 캐드 코디네이터가 나와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이건 뭐 황제도 그렇게 거만하지는 않을 정도로 "기술적 자만"에 빠진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까요?

온타리오 오샤와에 있는 GM 공장.

 

이곳에서 생산된 셰비 픽업트럭에 광고도색을 했다.

 

GM에서 셋업했다고 하는 캐드 표준화 체제를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제대로 한답시고 여러가지 시도를 하긴 했는데, 여기저기 "커다란  구멍"들이 보이는 참 어설픈 것이었습니다.

 

캐드에 대한 디테일한 기술적인 설명은 생략합니다만, 그 회의 분위기는, GM의 체제를 따라오든지, 아니면 "아웃" 이든지 양자택일 하라는 그런 고압적이고도 독단적인 것이었습니다. 이의제기나 개선등의 건의를 절대 용납을하지 않는 분위기였지요.

 

캐드 도면을 무슨 오디트(감사 혹은 검사) 프로그램을 만들어놓고 도면화일을 걸어서 검사를 하는데 정말 이것도 프로그램이라고 만들었는지, 한마디로 웃기는 프로그램입디다.

 

회의는 일방적으로 진행되었고 우리회사 각 부서의 캐드 담당자들은 그저 침묵하고 듣기만 할 뿐이었고, 그나마 캐드에 대해서 좀 "안다"고 싶은 IT 쪽 사람들은 설계를 모르니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앉아있고...

 

나도 한마디 했다가 기냥 단칼에 "진압"을 당해버렸지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저쪽은 "갑"이고 이쪽은 "을" 인데.

 

그렇게 4개월여가 지나서, 페이즈 1 이 공사도면 나간다고 엄청나게 바쁜 몇 주일간이 지나고, 이제 내일 도면을 이슈하는 날인데, 갑자기 프로젝트가 중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처음엔 영문을 모르고 허탈했는데, 며칠사이에 TV에 뉴스가 나오더군요. GM이 흔들린다고 말이지요.

 

페이즈 2 는 무기한 연기가 되었고 페이즈 1 은 완성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페이즈 1 의 설계도면을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북미의 기업들이 그동안 잘 나갔던 이유는, 동양식의 "직관"과 "눈치"의 업무방식에 비해 (비교적)수평적인 조직과 합리적인 경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합리적이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의미가 꼭 좋은 의미만 있지는 않더라는 것이지요.

 

명확한 업무분장과 책임분배, 치밀한 규정에 따른 문제해결 시스템 등등은 분명히 좋은 점이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내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은 또다른 단점입니다.

 

전번에 지갑을 주워서 주인을 찾아준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갑을 찾은 주인은 분명히 전화번호를 남겨서 "보상"을 암시했고, 선행을 한 사람은 전화를 안했기 때문에 보상을 바라지 않은것이 되어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여기 써비스 업에 종사하는 회사들은, 고객이 "불만"을 표시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고객들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참 편리하지요. 

 

일견 당연한 듯 하지만, 고객의 불만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고객 서비스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라는 것을 생각하면 고객 써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겠지요. 고객이 무슨 불편이 있을까 미리 생각해 보고 방지를 하는 시스템이 되어있지않고 불만이 터지면 (그것도 자주, 많이..) 그때가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응을 하거나, 절차가 없으면 그때가서 절차를 만드느라 법썩을 떠는 것이지요. 그 와중에 피해를 보는것은 고객입니다.

 

끊임없이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을 하고 고객이 침묵하고 있어도 계속 고객의 소리를 찾아 들어야 하는데, 여기는 그게 많이 부족하지요.

 

이럴때는 한국의 "알아서 하는" 써비스 문화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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