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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의 지하철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토론토의 지하철

민아네 2024. 2. 19. 20:45

지하철을 타고 열차의 출입문이 있는곳 서게 되었을 때 한국에서는 대개 출입문에 있는 유리창쪽을 바라보면서 서서 가는데 (밖이 안보이는 깜깜한 터널 안이라 할지라도) 여기에서는 그 반대입니다. 출입문을 등지고 객실쪽 방향으로 돌아서서 갑니다.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에도 한국에서는 대개 문을 바라보고 서는데 여기에서는 그 반대로 엘리베이터 안쪽방향을 보고 섭니다. 그 뒤에 있는 사람하고 마주보는 자세인데 상당히 뻘쭘합니다.


나는 아직도 적응이 안됩니다. 다만 나는 사무실이 2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탈 일이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나도 지하철을 타면 지하철 문을 등지고 객실 안을 바라보며 서는데 이게 은근 빈자리 찾기가 좋습니다.

 

여기는 지하철 노선이 한국에 비해 매우 짧아서 그런지 자리가 나도 비집고 앉는 사람이 없습니다. 서울은 한번 자리 못잡으면 오래 서서 가야하는데 여기는 대개 금방 금방 내리니까.. 그리고 러시아워에도 그렇게 어깨가 부대낄정도로 붐비지도 않으니 서서가는것도 그렇게 고역은 아닙니다.

 

신체접촉을 대단히 꺼리는 문화라 그런지 빈자리가 나도 옆자리에 사람이 있으면 굳이 사람들이 끼어 앉지 않으니 보통 한자리 걸러서 한사람씩 앉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바쁜 출퇴근 시간에는 만석입니다만...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보면 왜 그리 지연운행, 운행중단이 많은지.. 그 거미줄같이 복잡하고 긴 지하철 노선을 가진 서울의 지하철을 타고 다닐때에도 이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여기 지하철 객차 내부에는 비상벨이 진짜, 지나치다싶게 많습니다. 투명 아크릴 뚜껑을 젖히고 누르는 버튼형 비상벨부터 유리창 위에 긴 띠 형태의 노란색 비상벨까지, 비상상황이면 누구든 눌러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장난으로 눌렀을 때는 500불의 벌금과 법정기소도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붙어있습니다.

토론토 지하철 내부. 열차간 문이 없다. (오래된 블루어 라인은 있음)

 

그러다보니 지하철을 탔는데 조금 어질어질하다? 몸이 불편하다? 쓰러질 것 같다? 그러면 무조건 벨을 눌러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절대다수는 진짜로 위험을 느껴서 비상벨을 누르는 경우겠지만.  

지하철을 타면 하루걸러 한번은 꼭 이런 지하철 공지방송을 듣습니다. 어느어느 역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하여 지연운행합니다, 혹은 어느 역에서 발생한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이렇게 자주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서는 사람들이 비상벨을 자주 애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불평하는 사람은 없지요. 아니 겉으로 드러내놓고 불평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겠지요. 내 시간 빼았겼다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욕하는게 창피하니까요.

여러 모양의 열차내 비상 알람버튼.

 

얼마전에 민아가 지하철을 탔는데, 한국에서 온 여행객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가 지하철이 후졌다고 다 들리게 한국말로 불평을 하더랍니다. 자신들 애는 지하철 안에서 마구 소리지르며 뛰어다니고 있는데 그걸 그냥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 지하철이 후졌다는 말은 틀린말이 아닙니다. 요금은 무조건 3천원에다가 50년전에 지어진 역사는 너무 너무 낡았고 물론 스크린도어 같은 것도 없지요. 개찰구도 토큰이나 마그네틱 카드를 사용하는 한국의 90년대 수준에 삼발이 돌리고 들어가는 카운트방식, 들어갈 때 요금내고 나갈 때에는 검표도 없어요. 툭하면 연착에 운행중단에...

 

운행중단이 되면 예를 들면 낙성대역에서 신림역까지 지하철이 끊기면 낙성대역에서 내려서 셔틀버스를 타고 신림역까지 가서 다시 지하철을 타는 방식입니다. 셔틀버스는 물론 무료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불편하지요.

 

여기도 안전불감증이 있지요. 며칠전에는 지하철 문이 안닫혔는데도 지하철을 운행한 기관사가 해고된 일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문이 열린채 높은 철교 다리를 건넜다니 아찔하지요. 

 

그런데 그것은 내가 보기에는 안전불감증이라기 보다는 업무태만이라 봅니다. 둘 다 비슷한 것 같지만 안전불감증이라는 것은 위험한 상황을 발견했을 때 조치를 위하여 감수해야 하는 여러가지 불편함 더 나아가서는 불이익때문에 자의적 판단으로 위험요소를 무시해버리는 경우인 것 같고, 업무태만은 철저히 확인해야 하는 일을 건성으로 하여 위험요소를 발견 못한 케이스지요.

 

위험요소에 대한 조치는 설령 그 위험요소가 위험하지 않은 오판이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책임을 물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위험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구든지 서슴없이 비상벨을 누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 결과가 토론토 지하철처럼 툭하면 운행지연, 중단을 초래할지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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