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Home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민아네 2024. 2. 17. 17:51

2007년 5월에 썼던 글입니다.

--------------------------------------------------------------------------------------------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가 있습니다. 사람이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변한다는 뜻이라, 아마도 이 표현은 이민자를 표현할때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하는데 하물며 사는 곳을 지구 반대편으로 옮겨버렸으니 탱자가 귤이 되든지 귤이 탱자가 되든지간에 변화도 이만저만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귤이 탱자로(혹은 그 반대로) 변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듯 합니다. 나무를 다른곳에 옮겨심었다고 갑자기 다른 열매를 맺을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탱자나무.


성인이 되어서 이민을 온 이민 1세대는 변화라는 바람에 많은 저항을 느낄 것입니다. 일단 언어에서부터 큰 장벽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언어와 함께 큰 장벽은 '정서'라는 벽입니다.

사람의 기본 정서는 전세계를 막론하고 똑 같겠지만, 그런 원론을 접어두고 각론을 들여다 본다면, 사람들이 느낌에 대해 말하고 행동하고 표정짓는 방식이 미묘하게 다른것이 당연하겠지요. 단지 감정을 표현하는 관습의 차이일 뿐인데, 이전 글에도 몇번 언급을 했듯이 이게 가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애들이 부모에게 꾸중을 들을때 부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 한국같으면 '이놈이 엇다가 눈을 똑바로 뜨고...' 하면서 더 혼이 나겠지요. 여기는 눈을 안쳐다 보면 그게 또 무시를 하는 행동입니다.

애들이 무슨 잘못을 했을때, 왜 그랬냐고 물으면 구구절절이 설명을 합니다. 한국식은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변명한다고, 즉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더 혼나겠지요.

여기는 정말로 명백하게 못된 마음을 먹고 잘못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꼭 설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야단을 치는 쪽에서도 설명을 할 기회를 반드시 줍니다. 애들 야단한번 칠려면 성질급한 사람은 복장 터집니다.

예전에, 어떤 아줌마가, 애들이 거짓말을 한다며 속을 썩이는 것이었습니다. (민아엄마 소식통) 얘기를 들어보니 애들에게 도시락을 싸 주었더니 반절만 먹고 나머지는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처음에는 애들이 밥을 잘 먹는줄 알았다가 나중에 우연히 쓰레기통에 버려진 밥을 발견한 겁니다.

그러더니 애들에게 속았다고 속을 썩이고 걱정을 하는데, 물론 애들은 엄청 혼이 났지요. 혼나는 와중에 또 눈 똑바로 쳐다본다고 더 혼내고...

그 아줌마 왈 애들이 엄마를 속이고 게다가 반성하는 기미도 없고 오히려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데다가 끝까지 잘못했다고 하지 않고 변명을 하더라는 것입니다. 참 못된 아이들이지요?

그러나 다른 관점의 시각은 이렇습니다.

애들이 밥을 안먹고 버렸으면 그건 엄마를 속이기 위한게 아니라, 도시락이 양이 많거나, 맛이 없거나, 애들이 밥먹을때 놀리거나(냄새, 모양 등등)하는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애들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애들이 양보할것은 설득시키고, 엄마가 고쳐야 할 것은 엄마가 고쳐야 합니다. 가령 도시락 메뉴를 바꾸든지, 양을 줄여주든지, 학교 선생하고 면담을 하든지.

애들은 하루가 다르게 이곳 방식에 젖어가는데 어른은 늘 제자리이니 그런 오해가 생기는것 같습니다.

어른들은 늘상 애들때문에 이민왔다고, 부모가 고생하는 것을 늘 애들에게 내세우면서 아예 애들의 요구를 차단하다가는 나중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부모 자신이 원해서 이민을 와 놓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