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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한국사람들 본문

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회사의 한국사람들

민아네 2024. 2. 17. 18:15

2007년 6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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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이 회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때 한국사람은 나 혼자였습니다.

 

그렇게 4년을 유일한 한국사람으로서 일을 했는데, 다른 부서에 아는 후배가 들어왔습니다. 얘기를 하자면 복잡한데, 간추려 말하자면, 그 부서에 나하고 가깝게 지내던 외국사람이 다른 회사로 가면서 나를 통해 알게된 후배를 강력 추천을 한 덕에 취직을 할 수 있었지요. 그래서 한국사람이 둘이 되었습니다.

한국사람 그것도 아는 후배라 잘 된 일이지만, 두 동인 회사 건물중 서로 다른 건물에 근무를 하는지라, 일주일에 얼굴 한번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금요일 점심은 일부러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습니다.

 

그렇게 두해가 지난 후에 또 한국사람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이번에는 이민 1세대가 아닌, 어렸을때 부모따라 이민을 온 1.5세인 결혼을 한 아줌마입니다. 게다가 같은 부서이니 잘되었다 싶었지요. 처음 인사를 하는데 한국말이 더듬거리긴 해도 웬만큼 잘 하더군요.


너무 간만에 회사에서 보는 한국사람이라 반가와서 일부러 찾아가서 다른 부서에 한국사람이 한명 더 (후배) 있다고 알려주고 인사 겸 이번주 금요일 셋이서 점심을 같이 하자 했지요.

그러나 내가 너무 순진했었나 봅니다. 그 아줌마는 단칼에 딱 잘라 거절을 하더군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너무 당황해서 말을 다 더듬거렸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지요. 저 아줌마는 한국사람에게 한번 된통 당한적이 있는 안좋은 기억이 있나보다. 그래서 한동안 그 아줌마와 대화를 할때면 영어만을 썼습니다. 지금도 말을 할 경우에는 거의 영어로만 대화를 하지만...

그러나 한국사람으로서가 아닌 엔지니어로서는 일을 잘 하는 편이고 동료와의 관계도 원만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에 따라가기 보다는 적극적인 스타일이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국적 인종을 떠나 직원입장으로서만 본다면, 동료들은 영어도 아직 완벽치 못하고 정서가 다른 이민 1세대인 나 보다 그 한국 아줌마가 훨씬 대하기가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다른 부서동료가 은밀하게 묻습니다. 넌 왜 저 한국 아줌마하고 같이 친하게 안 지내냐고..

참 난감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그 아줌마는 한국말이 잘 안되어서 나하고 얘기하는게 불편해서 그렇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줌마 얘기로는 고등학교때 이민을 왔다고 하는데, 고등학교에 이민을 와서 한국말을 잊는다는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고등학교에 이민을 온 사람이 영어가 잘 안될지언정 한국말을 잊을 리는 없거든요. 사실 그 아줌마는 영어 발음이 한국말 악센트가 확 티가 납니다만 본인은 한국말이 안 된다는데 어쩌겠습니까. 그게 사실이겠지요.

 

당시에 다니던 회사. 지금은 다른곳으로 이전했다. 미국회사에 합병되면서 IBI group 으로 바뀌었다.



2.

사실 회사생활하는데 있어서 한국사람이라고 특별히 끼리끼리 몰려 다니거나 업무를 하면서 좀 더 잘해준다거나 하는게 꼭 바람직 하지는 않습니다. 회사생활의 측면에서 본다면 그냥 평범한 동료의 하나로서 똑 같이 대하는게 제일 좋겠지요.

 

그러나 회사내에 있는 온갖 나라 출신 사람들, 게다가 영어에도 전혀 지장이 없는 폴랜드, 루마니아, 핀랜드, 인도 등등 사람들이 간혹 같이 모여서 자기네 나라 말로 신나게 떠드는것을 보면 부러워 보입니다. 특히 중국사람들은 중국 명절에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회식도 하고 모임도 가지는 것이 너무 부럽더군요.

 

그 한국아줌마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른 사람(캐나다 사람들, 정확히는 한국인을 제외한 온갖 나라 출신들)하고 더욱 친하고 나와 후배와는 거의 말을 나누지 않고 어쩌다 나하고 업무상 이야기를 하게 되어도 거의 영어로만 대화를 합니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사족을 부친다면 그 한국 아줌마는 성격이나 성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면이 많다는 것이며 단지 모국이나 모국인에 대한 개념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 한국 아줌마에게 실망을 한 뒤로 또 한국사람이 들어왔습니다. 이 사람은 이민 1세대인데 코업 프로그램이라는, 정부에서 하는 취업 알선 프로그램으로, 말하자면 견습사원으로 들어온 사람입니다.

 

회사에서 3개월 정도 무보수로 일을 시키고 난 다음에 취업을 결정하는 방식이지요. 사람에 따라서는 무보수 견습이니까, 설렁설렁 하는 사람도 있고, 열심히는 하지만 불평이 가득한 사람도 있고, 진짜 좋은 기회로 알고 열심히 하는사람도 있습니다. 이사람은 다행히 마지막 케이스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고 또 비공식 경로로 확인해 본 바로는 거의 취업도 될 것 같습니다.

 

이민온지 1년쯤 되었고 나이도 젊고 아주 사람이 재미있고 쾌활합니다. 이 양반하고는 매주 금요일 점심을 같이 먹으러 가서 최근 한국소식도 듣고 재미있게 지내지요. 아쉽게도 이 양반도 다른 건물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거의 금요일 점심때만 얼굴을 보는 편입니다.

 

언젠가는 한국 아줌마가 어떤 동양남자하고 얘기를 하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이 사람도 한국사람이라고 소개를 해 주는 것입니다. 물론 영어로..ㅎㅎ

 

그 한국 남자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2세였고, 대학을 나온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젊은 사람이었고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했습니다. 한국말은 조금 알아듣기만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이친구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아주 지대하게 많았습니다. 영어는 물론이고 불어도 유창한 이 친구는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서 한국알기 관련 캠프 같은 프로그램에 많이 참가를 했었다고 합니다. 생긴것도 토속적으로 생겨서 아주 친근감이 가는 친구입니다.

 

나도 민아에게 늘 너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주입시키고 있고 또 민아엄마는 매일 저녁 한글학습을 시키고 있습니다. 때문에 민아는 비슷한 시기에 이민을 온 애들에 비해 한국말을 꽤 잘 하는 편입니다.

 

이렇게 한국인 4명이 600명이 넘는 직원 틈에 끼여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짬밥으로는 내가 최고 고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