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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레 학원 원장 본문
2002년 1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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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가 요즘 피아노를 배우러 다닙니다. 집에서 차로 한 10분 정도 떨어진 곳인데 조그만 몰 건물 지하에 있는 역시 아주 조그만 피아노 학원입니다.
한국에 아파트 단지안에 1층 양념통닭집, 쌀가게 있고 이층에 속셈학원이 있듯이 몰 안에 조그만 사무실 두개정도를 임대내서 하는 정도 규모를 생각하면 될것입니다.
이 피아노학원 원장은 폴란드 사람인데 영어가 거의 네이티브와 구분이 안될정도로 유창할뿐더러 폴란드 말도 막힘없이 합니다.
그러나 생김새는 불룩 나온 배, 약간 벗겨진 머리, 너무 떠벌거리는 말투로 인해서 첫인상이 별로 좋지는 않는것이 사실입니다.
글쎄요 구지 말한다면 무슨 범죄자 스타일 이라는 뜻이 아니라 테레비에 자주 나오는 돈만 아는 탐욕스럽고 야비한 사장 이미지 역할에 딱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특별히 돈을 밝힌다거나 한 적은 한번도 없기 때문에 단지 인상이 그렇다는것 뿐이지 그 사람이 진짜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지요.
민아를 담당하는 피아노 여선생 역시 폴란드 출신 아가씨인데 아직 액센트기 많이 남아있는것으로 보아 캐나다에 온지 얼마되지 않은것 같습니다만, 음악학원 원장의 인상과는 달리 예쁘고 통통한 아가씨이고, 피아노 가르치는것 하나는 정말 열성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나와 민아엄마는 아주 흡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예를들면 언젠가 한번 민아가 숙제를 잊어버리고 몇가지 빼먹고 간 일이 있었는데 피아노 연습시간 끝나서 민아를 데리러 가니 이 아가씨가 얼굴이 빨개져서 우리 부부를 막 나무라는 것이었습니다. 숙제를 꼭꼭 챙겨주고 매일 30분 이상씩 피아노를 연습하도록 해달라고 신신 당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여기서는 심지어 학교에서도 그렇게 학생들을 공부하도록 강제를 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또 한가지는 보통 여기 선생들은 종료시간이 되면 무엇을 하던중 이었던지 간에 수업을 딱 중단하는것이 상례인데 이 아가씨는 가르치던것을 마칠때까지 끈기있게 연습을 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캐나다에서 보기 드문 "진국" 아가씨입니다.
며칠전에 그 학원 근처 아파트에 사는 한국사람 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 음악학원 얘기가 나왔는데 그집 안주인 말이 그 학원 원장은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한국사람들 사이에 돌아서 그학원에는 애들을 안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깜짝 놀라서 '역시 인상이 안좋더니 그랬구나' 하는 생각에 그사람이 별도로 돈을 요구하거나 했냐고 했더니 그게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줌마 말로는 시도 때도없이 돈 얘기(수강료)를 한다는 소문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정말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는데 그 학원 원장이 수시로 돈얘기를 한다는 것은 수강료 낼때가 되면 일주일 전에 반드시 돈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는 그 얘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같으면 학원 원장이 수강료 납부할때가 되었다는 얘기를 할 리도 없고 학부모가 어련히 알아서 챙겨 주겠지만, 그리고 만일 돈얘기를 꺼낸다고 해도 웃으면서 두 손을 비비면서 아주 어렵게 얘기를 했겠지요.
그런데 그 원장은 전혀 미안하거나 어려운 기색이 없이 다음이 수강료 갖고오실 날짜입니다 하고 꼬박꼬박 말을 하니 그런 오해를 받았던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서야 그렇게 말하는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고 오히려 고객들에게 납부일을 노티스를 준다는 의미에서 친절하다고까지 해야 할텐데 그런 오해를 받으니 그 원장이 정말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외모도 그렇게 생기고 평소 행동도 좀 과장스럽다고 할까 가볍다고나 할까 그런식으로 하니 신뢰가 안가는 것을 넘어서 그런 터무니 없은 누명을 쓴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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