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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본문
팀장의 모친이 돌아가셨다.
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생해 왔는데, 인도에서 캐나다로 모셔온 후 잘 투병하시다가 며칠새 폐렴으로 갑자기 운명하셨다.
병원에서 정밀검사 후 치료방법에 대해 논의를 하던 중이라 갑작스런 운명에 다들 황당해 하였다. 예기치 않은 상이라 그랬는지, 착오인지 뭔지는 몰라도 장례식 일정을 회사에서 공지하지 않아 아무도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이 양반과 처음 만났던 때가 2000년도부터였으니, 중간에 이 양반이 약 일년정도 잠깐 다른회사로 갔다 온 때를 제외하고는 십오년째 같이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옛날에 처음 캐나다에 와서 첫 직장에 들어와 처음으로 같은 프로젝트를 했던 인연이 있다. 당시에 매니저였던 분은 작년에 은퇴를 했고 공교롭게도 나의 옆옆집에 사니, 요즘도 산책나가다 가끔 집 앞에서 마주친다. 그 분은 요즘 집 근처의 조그만 엔지니어링 업체에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다.
좋은 소일거리도 되고 수입에 보탬이 될 것이다. 이십년도 더 된 고물차를 늘 타고 다녔는데 최근에 차를 바꾸었다. 역시 중고 캐디락이지만 옛날차 보다는 훨씬 신형이다.
모친상으로 일주일의 위로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이발을 해서 그런지 좀 마르고 피곤해 보였는데, 첫날은 그냥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보러가지 않았다. 이틀째인 오늘 아침 일찍 그의 오피스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무슨 위로의 말을 하겠나 싶어 그냥 그가 말하는 것을 들어주고 몇가지 통상적인 대화 후 손을 꼭 잡아주고 왔다.
그와 첫 프로젝트는 캐나다 앨리스톤에 있는 혼다 자동차 공장이었다. 그 공장의 착공식에 프로젝트 사람들이 가서 첫 기둥에 다 기념싸인을 했으니 지금도 그 기둥에는 나의 싸인이 있을것이다.
혼다 플랜트 3 공장 기공식 (첫번째 기둥 설치기념식)
혼다 플랜트 1,2,3 에는 북미의 혼다차 - 씨빅 MDX 등이 생산되어 나온다.
혼다 플랜트 3 공장 기공식 (첫번째 기둥 설치기념식 - 저 기둥에는 내 싸인도 있다. 지금은 지워졌겠지만.)
그 때 이 양반이 당시 전화번호부 두께의 설계도면을 어찌 그리 세세히 기억하던지 감탄을 했었는데, 세월이 많이 흘러서인지 지금은 옛날의 그 번득이던 기억력과 재기가 많이 느리고 완숙해진 느낌이다.
그 당시 나의 첫 캐나다 직장생활에 만났던 사람들이 지금 회사를 옮겨 이 회사, 같은 사무실에 여섯이 있었고, 그 중 둘이 은퇴를 하여 지금 넷이 십오년째 같이 있으니 참 길고도 긴 인연이다.
오래된 인연이지만 또 그렇다고 같이 작당을 하여 놀러가던가 술을 마시러 다닌다든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간혹 누군가 은퇴를 한다든지 회사를 떠난다든지 할 경우, 혹은 크리스마스 같은 명절을 앞두고 점심을 같이 하는게 고작이다.
만나면 농담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시덕 거리기는 하지만, 직장생활에서의 동료라는 관계는 친구라고 하기엔 일정한 거리가 있는, 그러나 서로 은근히 마음이 쓰이는 그런 사이라 할까.
한국 회사에서 그토록 작당을 하여 술을 같이 마시고 어디를 같이 다니고 했어도 진짜 친한 친구는 대학 동기라든지 입사 동기정도였던것을 생각하면, 아마 회사 동료라는 느낌의 강도는 어디나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 동료와의 관계가 삭막한 것은 아니다. 같이 일하는 시간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마음으로 통하는 무엇이 생기는 것 같다. 팀웍이 중요시되는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같이 일해왔다는 것은 큰 장점이 아닐 수없다.
멀고 먼 이곳 캐나다에 와서 만난 인연을 계속 이어가 은퇴할 때 까지 소중하게 가져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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