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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Inspire) 방문 본문
20250329
인천 영종도에 있는 인스파이어 리조트에 다녀왔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2023년 미국 모히건 (Mohegan) 그룹이 거금 16억불을 투자하여 건설한, 호텔, 카지노, 공연장, 대형 쇼핑몰을 갖춘 복합 리조트다. 영종도 공항에서 가깝고 도로망도 잘 되어있어 접근성이 좋다.
모히건 그룹은 미국 원주민인 모히건족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회사로서 미국내에서도 카지노와 리조트 산업에 큰 투자를 하고있다. 하지만 이 영종도 인스파이어는 영업이 신통치가 않은지 현재 사모펀드에서 빌린 빚을 갚지 못하여 운영권이 베인캐피탈이라는 펀드회사로 넘어가있는 상태다. 이렇게 화려한데 영업이 왜 부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바퀴 돌아보니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말미에 짚어보도록 하겠다.
실제로 집에서 가는길은 공항으로 가는 잘 닦여진 대로여서 운전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으며, 큰 다리를 건너고 최신식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상쾌한 드라이브 후에 도착한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규모도 크고 건물도 깨끗하여 볼거리도 많고 관리가 잘되어 있었다.
주차는 지상주차장과 주차빌딩이 있었고 주차비는 30분에 5천원, 최대 6만원이었는데 식당가에서 밥을 먹거나 쇼핑을 하면 매상에 따라 주차비를 할인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주차비가 다른곳보다 다소 세다는것은 많은 사람들이 돈은 쓰지않고 구경만 하다가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현재의 주차비도 이곳의 구경거리에 비하면 충분히 착한편이다.
이 회랑은 식당가인데 이 회랑을 지나 쭉 걸어가면 공연장 입구가 나오고 옆으로는 쇼핑몰, 호텔, 카지노와 연결되어있다. 식당가는 저렇게 화려한 장식이 있는 복도 옆으로 오픈되어있는 모양이었는데 카메라를 들고 연신 사진을 찍으며 관광객들이 우루루 지나다니는 복도 옆, 오픈된 매장 안에서 식사를 한다면 좀 심하게 말하면 관광객들에게 밥먹는 모습이 구경거리가 되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가격을 보니 시중보다는 다소 비싼편이었지만 이렇게 화려한 볼거리와 인테리어를 감안한다면 납득할 만한 그런 수준이라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잘 꾸며놓은 곳인데 왜 사람들이 돈을 안쓰고 장사가 안될까? 그 이유가 단지 불황때문일까? 물론 그 이유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미국사람들이 이 리조트의 시스템을 설계했을것 같은 강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이 건물 곳곳에 <출입금지> 싸인이 붙어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그렇게 무엇인가를 <금지>하는 팻말을 보면 기분이 나빠진다. <환영합니다> <어서오세요> <얼마든지 자유롭게 오세요, 우리는 당신에게 써비스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문구를 써놓아도 "저놈들 상술이네!" 라고 할 판에 <출입금지>라니!
미국사람들이 출입금지 팻말을 잘 사용해서인가? 그것은 아닐것이다. 다만 출입금지에 대한 느낌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그냥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가 버리는 팻말이라면 한국에서는 그 의미가 다르다는 것이다.
단지 <출입금지> 팻말때문이라고? 에이, 그런게 어딨어? 라는 생각이 들 만도 하다. 그러면 이 팻말은 어떤가? <한국인 출입금지> 혹은 <투숙객 외 출입금지>. 그렇다. 이 리조트의 곳곳에는 유리문에, 복도에, 엘리베이터에 이런 싸인이 붙어있다. 멋진 뷰를 볼 수 있는 발코니 (멋진 이름이 있었는데 잊어버렸다)로 가는 유리문에는 <투숙객 외 이용금지> 가 붙어있었고 화려한 동영상이 비추는 복도를 가로지르는 브릿지로 올라가는 계단은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우스운 해프닝이 있었다. 저 복도를 가로지르는 브릿지로 올라가면 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것 같아서, 양복을 깔끔하게 입고 이름표를 단 직원에게 민아엄마가 물어보았다. "저 브릿지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나요?"
직원의 대답이 돌아왔다."한국인은 갈 수 없어요."
민아엄마가 지지않고 다시 물었다."그러면 외국인은 갈 수 있어요?"
직원의 대답이 돌아왔다."아마 안될걸요?"
그 직원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그 브릿지는 카지노의 한 부분이었고, 한국 법으로 카지노는 '외국인'만 이용가능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외국인' 일지라도 무언가 등록증이나 여권같은 다른 문서를 갖고있어야 한다는 뜻일것이다. 그 직원을 탓할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다. 다만 이 리조트의 운영시스템에 대해 말하고 싶은것이다.
"돈"의 느낌은 미국과 한국에서 미묘하게 다르다. 만약 미국에서 저런 화려한 카지노 리조트에 가서 어떤 특정한 장소에 들어가고 싶다고 직원에게 물어보았을때, 험상궂게 생긴 떡대 직원이 위협적이고도 정중한 말투로 "저 장소는 프리미엄 회원만 출입 가능합니다" (= ㄴㄴㄴ '빈티'나는 사람은 들어갈 수 있는곳이 아님) 라고 했으면 바로 깨갱하고 "흥! 저딴곳 가 봐야 뭐 볼것도 없겠지" 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뭔가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누구보다도 돈과 사회적 지위와 연봉과, 일류 이류 삼류 지잡대등 대학의 '레벨'과, 심지어 유치원까지 등급을 어쩌면 저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싶도록 암묵적인 '등급'이 매겨져있는 한국사회에서 단지 '가진것'으로 분류되는 공개된 차별에는 민감한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나만 그런것일까?
그러니 내가 이 리조트에 감히 한마디 조언을 한다면, 이 '잔인하도록 공정한 미국식 차별'을 걷어내고 있으나 없으나 너도좋고 나도좋은 '한국식 공평'을 뿌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이것이 터무니 없는 망상이라는것을 잘 알고있으며 더우기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런 차별을 공공연하게 리조트 곳곳에 붙여놓지 말고, 고객들의 동선흐름을 잘 연구하면 저런 기분나쁜 <출입금지> 싸인을 구태여 보이지 않고도 구역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틀림없이 있을것이다. 그것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의 일이니까.
누구나 이 훌륭한 리조트를 <금지> 없이 마음껏 돌아다니며 즐길 수 있게 만드는게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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