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Home
일산 호수공원, 공원과 놀이문화 본문
20250403
일산 호수공원에 다녀왔다. 전에도 한번 와봤던 곳이지만, 그 때 기억이 좋아서 다시한번 방문하기로 한것이다.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그리 어렵지않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주차비도 매우 저렴해서 천원 남짓 지불했을 따름이다. 한국의 주차장은 자동차 번호인식 시스템이 되어있어서, 표를 뽑거나 집어넣지 않아도 되어 매우 편리하다.
과거에 TTC에 다니던 시절 다운스뷰 주차장에 차를 놓고 지하철로 매일 출퇴근을 할 때, 그 낙후된 주차관리 시스템때문에 당혹했던 적이 많았다. (과거글 참고: 앞을 봐!) 들어갈 때마다 매번 신용카드를 꼽고 주차비를 내는 식이었는데 지금의 이 한국 주차 시스템과는 감히 비교불가라 할것이다.
느릿느릿 걸어서 호수 산책로를 돌았다. 캐나다의 공원은 야생에 가깝다고 한다면, 한국의 공원은 문명세계에 야생을 '이쁘게' 꾸며놓은 듯한 모습이다.
캐나다에서 아무도 없는 숲길을 걸을때면 낮인데도 간혹 무서울때가 있다. 정말 한시간을 걸어도 어쩌면 이럴수 있을까 싶게 인적이 없다. 다람쥐, 새들은 흔해빠졌고 가끔 사슴이나 코요테, 스컹크, 라쿤(너구리), 간혹 뱀이나 고슴도치(포큐파인), 마못같은 동물들도 만난다. 그래서 만약에 내가 여기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정말 너무나도 재수없게 나쁜사람을 만나서 봉변이라도 당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구조를 요청해야할까, 하는 다소 터무니없는 상상도 하곤 했다. 물론 그런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바로 옆에 수시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고 바로 손에 잡힐듯한 거리에 사람과 자동차가 즐비한 집과 거리가 있는데다가 더우기 한국사람들은 평소에는 사납고 무뚝뚝하지만 일단 곤경에 처한 사람을 발견하면 너나없이 망설임없이 뛰어가 도와주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아닌가?
때문에 간혹 외국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광활하고도 아름다운 자연, 특히 온 천지가 하얀 눈으로 덮인 눈부신 설원같은 풍광이 나오면 이전같으면 "아! 아름답다! 저런곳에 한번 살아봤으면!"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런 장면은 보기만해도 춥고 피곤하다. 그래서 이런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아이고~ 저렇게 추운 깡촌에서 어떻게 살어!!? 눈은 언제 치우고??!!!"
한국은 나이먹은 사람들이 살기에는 너무나도 안전하고 좋은곳이다. 게다가 한국은 나이먹은 사람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다. 당황스럽게도 나는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은 적이 있다. (물론 사양하기는 했다) 식당에서 계산을 한 후에 실수로 놓고 쎌폰을 종업원은 엘리베이터까지 뛰어와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 종업원이 나를 "어르신!" 이라고 부른것이 참으로 당황스러웠지만 말이다. 이렇게 한국은 나이먹은 사람들이 살기좋은 곳이다. 물론 경제가 어느정도 해결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전세계 어디에서 살든간에 공통적인 전제일것이다.
한국에 오기 전, 어떤 사람이 말했다. "한국은 굉장히 발전한 나라잖아요? Korea is very highly developed country, isn't it?" 나보고 한국에 가서 좋겠다고 하는 말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캐나다에 정착한 후 잠깐씩 한국을 다녀오기는 했지만 내 기억속의 한국은 거의 90년대 이전의 한국이 전부였기에 나는 그의 말에 그다지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공원 풍경은 내 기억속의 옛날 공원처럼 "돗자리 깔고 퍼질러앉아 술과 음식을 먹고 시끄럽게 음주가무를 즐기는" 그런 모습은 눈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고 조용하게 공원 물가를 한가롭게 거니는 사람들은 대개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온듯한 모습에다 다들 즐거운 표정으로 조용조용히 담소를 하고있었으니 내가 옛날에 동경이 반쯤 섞인 심정으로 생각만 했었던 선진국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요즘 애들이 놀이터나 공원에서 조용조용 노는 모습을 보면 옛날 나의 어린시절 애들이 노는 모습과 비교가 된다. 옛날에는 동네에 '어린이 놀이터'라는게 있을리가 없었고 대개 집장사들이 집을 지으려고 닦아놓은 집터에서 공사자재들 사이를 누비면서 놀았었다. 그 중에 '노깡' 이라는 콘크리트 흄관과 모래는 훌륭한 놀이기구였다. (일본만화 '도라에몽'에 보면 이런 건축자재가 있는곳에서 애들이 노는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어느날 옆동네에 어린이 놀이터가 생겼다. 놀이터라고 해봐야 그네, 시소와 철봉, 지구본(빙글빙글 돌리는 회전기구) 등이 조잡하게 설치된 곳이었는데 이런 놀이기구는 동네에서 힘좀 쓰는 애들이나 약삭빠른 애들 차지였으니 동작느리고 어수룩한 나같은 애들은 놀이기구 주변을 빙빙 돌다가 어쩌다 우연히 공석이 된 놀이기구를 탈 수 있을 뿐이었다.
다들 경쟁이 심해서 그랬는지 그당시 애들은 정말 반쯤 미친듯이 발광을 하면서 놀았고 지금 생각하면 아이들의 대부분은 ADHD 진단을 받을 지경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은 놀이터에 요사스럽게 생긴 재미있을것 같은 온갖 놀이기구가 즐비한 가운데 몇 안되는 애들만이 한가롭게 놀고있을 뿐 옛날처럼 그네 한번 타려고 악다구니를 쓰며 그렇게 반쯤 미쳐서 발광하듯 노는 애들은 아예 볼 수가 없으니 이것도 시대의 변화라면 변화인 것일까.
'민아네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악산 출렁다리, 범륜사 방문 (0) | 2025.05.21 |
---|---|
강화도 고려궁지(高麗宮址) 방문 (0) | 2025.05.21 |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Inspire) 방문 (0) | 2025.05.06 |
리움미술관 방문 (0) | 2025.05.05 |
강화도 정수사 방문 (0) | 2025.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