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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과 사진/캐나다에서

진솔한 선전

민아네 2024. 2. 18. 20:27

2009년 8월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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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어느 한국식당에 갔다가 밥을 먹게 되었는데, 아내가 만두국을 시키면서 주인 아줌마에게 맛이 괜찮느냐고 물어봤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아줌마 대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즉 만두가 시중에서 파는 만두가 아니고 직접 만든 만두라고 하면서, "먹을만 하다" 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파는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대단히 맛있다" "뛰어나다" 라고 하고 싶었을텐데, 그냥 "먹을만 하다" 라고 했다니, 오히려 그 말이 상인의 대답이 아닌, 애 키우는 평범한 아줌마의 말로 들려서 더 믿음이 가더군요. 역시 그 소리가 거짓이 아니어서, 그렇게 주문한 음식은 실제로 맛도 좋았습니다.

우리가 늘 쇼핑하던 갤러리아 한국 슈퍼마켓.

 

그게 기술이든, 문학적 소질이든, 혹은 예술적 감각이든지 간에 본인에게 자신있는 것으로 누군가에게 어필 할 때, 현란한 수식어보다는 이와같이 진솔한 표현이 더욱 설득력 있을것 같습니다.

 

아무리 완벽에 완벽을 기해서 나온 결과물일지언정, 본인의 눈에 어디 한군데라도 고칠 점이 안보인다면, 아쉽지만 그 사람은 이미 그 분야의 전문가라 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전문가는 자신의 결과물에 대해 결코 만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 상품 선전을 보면 모두가 다 다른 경쟁상품보다 완벽하고 기가막히게 좋다고 선전들을 하니, 도데체 어떤것이 진실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마켓에 가서 그로서리를 구입할때 선전에서 떠들어 댄 문구를 기억해내고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그냥 막연히 어디선가 본 듯한 제품을 무의식중에 고르게 되니, 이것이야 말로 나의 잠재의식 속에 심어진 무서운 세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품 선전을 하는 입장에서는, 물건에 대한 정보의 전달 보다는, 선전의 내용이야 어떻든지 간에 무조건 짜릿하게 자극적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의 뇌리에 남도록 하는 것이 최 우선의 목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홍수같이 흐르는 선전과 정보 속에서 상품의 정보를 이성적으로 검토해서 본인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기 보다는, 그런 귀찮은 과정을 다 생략하고 본인의 감성에 상품의 인상을 직접 때려 찍는 방법을 선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사람의 감성에 직접 임팩트를 주는 경향의 선전, 특히 인성이 형성되어 가는 아이들에게는 매일같이 이런 폭력적 자극적인 광고를 보며 자라는 것이 과연 좋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요즘 사람들에게, 예를들면 어떤 재미있는 영화를 본 후의 감상을 물으면, 물론 "재미있다" 고 하겠지요. 그런데 다음으로 "왜 재미있었냐" 하면, 스토리와 배우, 영상등등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대답은 "그냥!" 입니다. 즉 그냥, 이유없이 재미있다, 그냥 재미있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느냐?는 말이겠지요.

 

사정이 이러하니, 요즘 사람들은 느끼는 감정이 더욱 감성적이 되어서, 좋다, 싫다, 아프다, 기쁘다, 등등 외마디 표현밖에는 할 줄 모르는 감성의 인간형이 되어가는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감성적인 면이 긍정적인 면도 있어서, 예를 들면 디자인 같은 쪽에서는 빛을 발하는것 같습니다만, 역시 "왜?" 라는 화두에 다다르면 할 말이 없게 됩니다.

 

요즘 애들 말로 "쿨- 하다" 한마디면 모든 좋다는 표현을 다 아우를 수 있겠지만 그러나 때로는, 왜 그게 좋은지, 어떻게 해서 그게 그렇게 좋은지 한번쯤은 들추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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