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547)
Return to Home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때아닌 겨울비가 온다. 야생거위들과 오리들은 남쪽으로 떠나기를 미루고 아직도 호수에 남아있다. 산책나온 사람들이 다가가면 먹을것을 달라 보채며 떼를지어 몰려온다. 이 잠깐의 푸근함도 다음주면 눈과 혹한으로 바뀌어질 것이다. 먹을것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조금씩 잘라 허공에 던지니 먹이인줄 알고 우우 달려든다. 던져진 나무 부스러기를 부리로 찹찹찹 해보다가 우거지상으로 에이 니미럴! 하면서 퉤! 뱉어버린다. 누가 동물에게 표정이 없다 했을까? 잘 살펴보면 다들 생생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어느녀석인지 꽥꽥꾸악꾸악꾸엑꽥꽥꽥-- 하고 온 호수가 다 울리도록 시끄럽게 떠든다. 아마 나를 가리켜 저넘은 사기꾼이다! 저거 구라니까 속지마라! 하는것 같다. 그래도 어쩌겠니. 너네들에게 먹이를 ..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날 저녁 Cirque de Soleil 를 보았다. 서큐 드 쏠레, 한국말로 태양의 써커스 중 퀴담 Quidam 편이었다. 태양의 써커스라는 써커스단이 여러가지 씨리즈로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Quidam 이란 라틴어로, 영어로 풀면 Some, 우리말로 다시 풀어보면 어떤, 즉 "익명의 어떤 사람"이라는 뜻 정도가 되겠다. 20년도 훨씬 이전에 캐나다의 퀘벡에서 만들어진 태양의 써커스 씨리즈는 곡예 중심의 써커스를 빛과 의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스토리가 있는 종합예술로 끌어올린 혁신적인 작품이다. 십년전 온타리오 싸이언스 쎈타의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써큐 드 쏠레 조니 오브 맨 Journey of Man 편을 본 것이 처음이었는데, 비록 영화였지만 아이맥스의 대형화면으..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겨울의 초입이라 해도 아직은 푸근하다. 매일 저녁 아내와 산책을 한다.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것도 좋고, 얘기를 안해도 자박자박 들리는 둘의 발소리가 좋다. 노란 가로등 밑으로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나는 캐나다에 와서 4년동안 백만원짜리 월세 아파트에 살았다. 나는 운이 좋았다. 이곳에는 발 들여놓기도 꺼려지는 슬럼같은 아파트도 많았지만 나는 오래된 주택가 언저리에 오롯이 있는, 관리가 잘 되어있는 아파트에 입주했다. 초짜 이민자에게는 세를 안준다는 것을 어렵게 보증인을 세워 들어갔다. 여기는 보증금이 없다. 그러니 무보증금에 월세 백만원짜리 아파트라면 한국으로 치면 서민중의 서민 아파트겠다. 게다가 전기세 물세가 월세에 포함되어 있으니 더욱 서민용이겠다. 아파트에 오래 살았던 이유는 돈도 돈이었지만..
나는 상추쌈을 좋아한다. 상추를 먹으면 왠지 건강식품을 먹은 듯 속이 편하고 먹고나면 졸음이 솔솔 오는게 기분이 좋다. 한국음식은 건강식이다. 옛날사람들의 새참을 생각해보면 보리밥에 밭에서 딴 당추(고추) 된장 김치에 막걸리 한사발 어느것 하나 요즘 건강식으로 치지 않는것이 없다. 캐나다 음식은 그다지 특이한 것이 없다. 이탈리아 사람, 유태인, 중국인, 중동인, 한국인 등등이 각자 자기들의 음식을 해 먹을 뿐이다. 간혹 다른 나라 음식을 먹어보기도 한다. 가장 자주 먹는 다른나라 음식은 중국음식이고 다음으로는 월남국수다. 중국음식은 셀수없이 많은 메뉴중에 입맛에 맞는 메뉴를 몇가지 학습에 의해 정해놓고 먹는다. 언젠가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 차원에서 시켰는데 맨밥에 토마토가 얹혀나와 도저히 못먹고 나온적..
깊어가는 가을날에 산행을 다녀왔다. 토론토 서북쪽의 밀튼이라는 소도시 외곽의, 부르스 트레일 코스다. 부르스 트레일은 남쪽으로는 나이아가라에서부터 북쪽 터보모리까지 총 연장 800 키로에 이르는 광대한 트레일 코스다. 그 길고 긴 트레일 코스를, 사람들은 긴 시간을 두고 나누어 걷는다. 이곳 캐나다 동부에서 캐나다 서부 로키산맥 관광을 가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똑 같은 나무나 보러 뭐하러 그 비싼돈을 들여 먼 길을 왔냐고 놀린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러나 자연은 매번 갈 때마다 비슷하지만, 결코 같은 적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에는 어딜가나 다 비슷비슷하게 보였었는데, 숲속을 걷다보니 자꾸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군데군데 사람사는 곳이 보이고 대부분은 끝없이 펼쳐진 숲의 ..
한국에서 온 동기와 얘기를 해 보니 한국 회사의 분위기가 전해진다. 그 시절 잘 알고 지내던 대학 선배는 지금 상무진급을 코앞에 두고 신경이 날카로와져있다 한다. 그 선배는 학창시절 ROTC 교육 받을 때 우리를 엄청 갈구던 학군단 선배였는데 그 선배가 다른 회사에 갔다 다시 삼성으로 오는 바람에 이번에는 입사동기로 만나 같이 부대끼며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우리 동기들에게 얼마나 시달렸을까는 안봐도 비디오겠다. 동기인데 선배고 선배면서 동기라, 가끔 발칙한 농담과 장난을 해도 잘 받아주고 잘 지냈던 것 같다. 아마 지금 만나도 내 뒷통수를 한대 팍 치면서 잘있었냐고 할 것 같은데 그런 양반이 상무진급을 앞두고 있다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나보다. 그러나 한국 회사의 정년퇴직이 55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