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동사니 생각 (71)
Return to Home
산책을 갔다가 새끼고양이를 만났다. 아주 애기는 아니고 사람으로 치면 어린애 정도 되어 보인다. 사실 이녀석과는 구면이다. 지난주에 산책을 갔다가 같은 장소에 있는 것을 보았었다. 호수가의 쉼터에 앉아서 고양이를 보고 손짓을 하자, 경계를 하면서 다가오더니 이내 다리에 뺨이며 몸을 비비는 애교를 부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쉼터에 다다라서 그때 고양이 안 오려나? 하고 혼잣말을 하며 앉는데, 거짓말같이 그녀석이 나타났다. 반가와서 이리와, 했더니 이번에는 마치 오랜 친구라도 만난 듯 전혀 주저하는 기색 없이 후다닥 달려와 비비고 감아돌고 난리가 났다. 길고양이를 만지는 것은 여간 꺼려지는 일이 아니었으나, 집에 가자마자 손을 씻는것으로 타협을 하고 마음껏 쓰다듬어주었다. 이 고양이는 집이 있을까? 주인이..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간밤에 천둥번개가 무섭게 내리쳤다. 새벽에 우르릉 쾅! 소리에 선잠을 깨어 화장실에 갔는데 또 한차례 호된 천둥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아예 집이 흔들거릴 정도다. 민아가 놀랬는지 자다말고 베게를 들고 방에서 후다닥 뛰쳐나왔다. 결국 민아엄마가 민아침대로 가서 같이 잤다. 열흘남짓 무더위가 계속된 후 모처럼 시원한 날씨가 찾아왔는데 온세상이 흔들리는 듯한 우뢰와 장대같은 비는 덤으로 따라왔나보다. 바람과 비에 흔들리는 나무가지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창을 넘어 반갑게 들어온다. 나무와 풀의 향기를 머금고 함뿍 젖어 들어오는 바람은 노란 가로등 빛을 받아 번쩍이는 것 같다. 휴가라고는 하지만 어디 놀러간다는 의미가 아닌 바쁜 프로젝트 중에 휴식의 의미라, 요즘은 집에 있으면서 민아 학원 운전이나 장을 보러 ..
35도가 넘는 더운날이 계속되어서, 며칠동안 지하방 신세를 졌습니다. 특히 지난 목요일은 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가는 완전히 찜통더위였습니다. 수년전 미국여행을 갔을 때, 아리조나의 혹독한 사막 열기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와 비슷할 정도로 마치 헤어드라이어를 틀어놓은 듯한 날씨였습니다. 이제 더위는 한 풀 꺾이고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정상적인 이곳 날씨로 돌아왔습니다. 눈코뜰 새 없던 바쁜 일도 이제 한풀 꺾이고 한 주 휴가를 얻었습니다. 허나 민아엄마가 출근이라, 별로 할 일은 없고 그저 민아 미술학원 갈 때 운전이나 하는 기사노릇이나 합니다. 그 외에 소소한 집안 정리나 수리 등등. 가족 여름여행은 8월에 따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오늘도 세상은 깜짝 놀랄 사건사고로 시끄럽습니다. ..
지난달에 있었던, 캐나다 뉴 브런스윅 주의 멍튼이란 곳에 살고 있는 한국인 가족의 스토리입니다. 뉴 브런스윅 하고도 멍튼이라는 곳은 시골중의 시골이라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아들 둘이 있는 이 가족은 8년전인 2003년에 캐나다로 와서 지금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집 열네살짜리 막내는 2000년에 엄마가 운전하던 차를 타고 가던 중 교통사고로 심각한 뇌손상을 입은 후 자폐와 간질증상으로 고생하다가, 휴양 및 유학으로 캐나다에 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캐나다에서 막내의 증상이 다소 호전되자 이민을 결심하고 취업비자를 받아 지금까지 비자를 갱신해 가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캐나다에 이미 처가쪽의 식구들이 살고 있었나봅니다. 처가에서 운영하는 슈퍼마켓을 같이 운영해왔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캐나다 ..
수년전에 동네 남자애가 민아를 쫒아다닌 적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민아는 싫은데 남자애가 쫒아다닌 것 같지만, 실은 민아도 그다지 싫지는 않은지 아침에 둘이 학교도 같이 가곤 하는 사이였다. 어느날은 내가 휴가를 내고 노는날이었는데, 아침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열어보니 그녀석이었다. 학교 같이 가자고 온 것이다. 민아가 나올 줄 알고 있다가 갑자기 내가 문을 여니 어지간히 놀랬나보다. 얼굴이 핼쑥해지면서 당황해서 어쩔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친절하게 민아를 불러주었는데, 나중에 민아가 말하기를 그녀석이 너네 아빠 무지 무섭더라고 했다한다. 민아엄마에게는 멀리서도 막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잘 하는 놈이 아무래도 나는 좀 무서운 생각이 들었나보다. 그러고보니 민아에게 접근하는 녀석들이 민아..
일전에 민아가 무지개를 무찌개로 알아듣고 부엌으로 간 사연을 소개했는데, 사실 유치원때 이민 온 애 치고는 민아는 한국말을 아주 잘 하는 편에 속한다. 내가 가만히 보니 초등학교나, 많이 봐서 중학교 저학년까지가 한국말의 경계인것 같은데, 즉 중학교 저학년 이전에 이민을 온 애들은 한국말을 잊어버릴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반대로 고등학교때 이민을 온 애들은 영어가 유창해도 한국말을 잊지는 않지만, 반대로 영어에 한국식 액센트가 따라붙는것은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서 태어나고 한국에 가 본 적이 없는 한국아이가 한국말을 마치 한국 본토 아이처럼 잘해서 놀란적이 있지만 그것은 극히 희귀한 경우라 하겠다. 민아 미술학원 선생은 어릴 때 이민온 1.5세인데, 한국말도 웬만큼 하지만 영어가 더 편한 사람..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어제 NHK 출신 후지모토 도시카즈 경희대 초빙교수의 인터뷰를 읽었다. 이번 지진 대참사에 일본인이 대응하는 방식을, 한국인과 비교하여 쓴 글이다. 구호물품이 충분한데도 도로가 끊겨서 전달이 안되고 있다는 소식에는, 어느 한국사람이 쓴 댓글이 재미있다. "한국사람같으면 벌써 알아서 다 이고지고 날랐을 것이다." 일본 당국이 헬기로 구호품을 투하하는 것은 매뉴얼에 없기 때문에 안된다는 판국에 재해 당사자가 구호품을 이고 지고 나른다는 것은 용납이 될 리가 없을 것이다. 촌각을 다투는 위기상황에는 확실히 한국식이 유리해 보이지만, 평시에는 내 생각으로는 일본식이 유리해 보인다. 한국식 회사생활과 일본식이 다른것처럼, 한국식 회사생활과 여기의 회사생활은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일에 대한 책임이 위에서 부터 ..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