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동사니 생각 (71)
Return to Home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살아가면서 종종 나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사람은 모두가 자신은 완벽은 아니더라도 이정도면 둥글둥글 괜찮은 성격에 웬만한 참을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내가 화를 내는 경우는 정말 부당한 경우 정말 화를 내지 않으면 바보되는 경우 내가 나서지 않으면 세상의 정의가 사라질 경우라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정말 나는 다른이에게 너그러운 사람인가 다른 이가 스스럼없이 다가올 수 있는 사람인가 다른이에게 상처가 될 날카로운 가시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것은 아닐까 혼자서 생각을 하면 멀지않은 기억중에도 아직도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리게 하는 창피한 순간이 많은 것은 아직도 ..
나는 긴 겨울이 지나고 새 계절을 맞아 온 숲에 새로이 퍼져나오는 생명을 보고 마치 옛 연인과 재회를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동파는 봄의 한때는 천금과도 같다 했다. 큰 부드러움을 만끽해본다.
나는 지난 가을 어느 여인과 이별을 했었다. .............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마주 불러 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후조, 김남조) 후조는 떠나기도 하지만 반드시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후조라 했던가. 나와의 이별을 슬퍼하듯 그녀는 한껏 성장을 하고는 낙엽이 되어 눈물같이 맑은 기억속에 잠겼다. 그랬던 그녀가 긴긴 겨울의 이별을 견디고 드디어 내 앞에 사랑스럽게도 살짝 찌푸린 얼굴로 섰다. 이월장안미각춘(二月長安未覺春) 장두홀유소도빈(墻頭忽有小挑嚬) 언연각향시옹소(焉然却向詩翁笑) 여재천애견고인(如在天涯見故人) 2월의 서울은 봄도 채 느끼지 못하였는데 담장위에는 홀연히 핀 작은 복숭아꽃 찡그리네 예쁜웃음 늙은이 시인을 향해 빙긋 웃는데 마치 먼..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겨울의 초입이라 해도 아직은 푸근하다. 매일 저녁 아내와 산책을 한다.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것도 좋고, 얘기를 안해도 자박자박 들리는 둘의 발소리가 좋다. 노란 가로등 밑으로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나는 캐나다에 와서 4년동안 백만원짜리 월세 아파트에 살았다. 나는 운이 좋았다. 이곳에는 발 들여놓기도 꺼려지는 슬럼같은 아파트도 많았지만 나는 오래된 주택가 언저리에 오롯이 있는, 관리가 잘 되어있는 아파트에 입주했다. 초짜 이민자에게는 세를 안준다는 것을 어렵게 보증인을 세워 들어갔다. 여기는 보증금이 없다. 그러니 무보증금에 월세 백만원짜리 아파트라면 한국으로 치면 서민중의 서민 아파트겠다. 게다가 전기세 물세가 월세에 포함되어 있으니 더욱 서민용이겠다. 아파트에 오래 살았던 이유는 돈도 돈이었지만..
나는 상추쌈을 좋아한다. 상추를 먹으면 왠지 건강식품을 먹은 듯 속이 편하고 먹고나면 졸음이 솔솔 오는게 기분이 좋다. 한국음식은 건강식이다. 옛날사람들의 새참을 생각해보면 보리밥에 밭에서 딴 당추(고추) 된장 김치에 막걸리 한사발 어느것 하나 요즘 건강식으로 치지 않는것이 없다. 캐나다 음식은 그다지 특이한 것이 없다. 이탈리아 사람, 유태인, 중국인, 중동인, 한국인 등등이 각자 자기들의 음식을 해 먹을 뿐이다. 간혹 다른 나라 음식을 먹어보기도 한다. 가장 자주 먹는 다른나라 음식은 중국음식이고 다음으로는 월남국수다. 중국음식은 셀수없이 많은 메뉴중에 입맛에 맞는 메뉴를 몇가지 학습에 의해 정해놓고 먹는다. 언젠가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 차원에서 시켰는데 맨밥에 토마토가 얹혀나와 도저히 못먹고 나온적..
한국에서 온 동기와 얘기를 해 보니 한국 회사의 분위기가 전해진다. 그 시절 잘 알고 지내던 대학 선배는 지금 상무진급을 코앞에 두고 신경이 날카로와져있다 한다. 그 선배는 학창시절 ROTC 교육 받을 때 우리를 엄청 갈구던 학군단 선배였는데 그 선배가 다른 회사에 갔다 다시 삼성으로 오는 바람에 이번에는 입사동기로 만나 같이 부대끼며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우리 동기들에게 얼마나 시달렸을까는 안봐도 비디오겠다. 동기인데 선배고 선배면서 동기라, 가끔 발칙한 농담과 장난을 해도 잘 받아주고 잘 지냈던 것 같다. 아마 지금 만나도 내 뒷통수를 한대 팍 치면서 잘있었냐고 할 것 같은데 그런 양반이 상무진급을 앞두고 있다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나보다. 그러나 한국 회사의 정년퇴직이 55세 ..
미국이 불황으로 몇년째 죽을 쑤고 있으니 캐나다도 마찬가지로 설설 기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나름대로 분투하고 있는 듯 하다.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은 아직까지도 잘 나가고 있는것이 눈에 보이니 말이다. 반면에 캐나다는 이쪽 업계에서도 불황은 못 피하는지 이제 회사의 커다란 프로젝트는 점점 곳간이 비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요즘 한국의 CJ(제일제당)이 발주하는 미국 아이오와의 공장 프로젝트가 입찰에 들어간다. 내가 있는 회사와 한국의 포스코와 연합하여 한 팀 그리고 나머지 두 팀은 삼성과 SK 건설이 각각 경쟁하는 3자 경쟁 구도다. 나는 설계부서라서, 자세한 입찰내용은 모르지만 요즘같이 일감 귀한 때에 귀중한 기회라, 다들 신경을 쓰는 눈치다. 그래서 한국 포스코에서 사람들이 이쪽으로 파견을 나왔다..
세월은 잘도 지나간다. 한국을 떠나 이곳에 온 지도 십수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유치원생 민아는 벌써 대입을 코앞에 두고 있고 나는 새 일터로 옮긴지 벌써 삼년하고도 반이 지났다. 이곳에 집을 사서 이사 온 지도 꽉 채운 팔년이 지났고 민아가 대학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한 번은 이사를 해야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매일 매일이 똑 같은 차라리 지겹도록 평온한 이곳에서 이사를 간다는 것은 또 한번의 작지않은 변화겠다. 민아는 대학을 가면 일년이라도 도미토리(기숙사) 생활을 꼭 하고 싶다한다. 집에서 통학이 우선이요 기숙사나 하숙은 지방에서 올라온 아이들 차지인 한국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대개 아이들이 일학년때 만이라도 기숙사나 학교앞에서 하숙을 한다. 첫째 이유는 통학을 할 경우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는 것이..
금요일 저녁, 퇴근을 해서 컴퓨터를 켜니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전화기를 들어보니 전화 자체가 완전히 먹통이다. 이곳의 전화 시장은 "벨 캐나다"가 꽉 잡고 있다. 거의 독점이다시피하게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지라 횡포가 장난이 아니다. 이 회사는 전화 고장신고를 24시간 받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서 돌리기에 24시간 고장신고를 받을까? 알고보면 간단하다. 밤시간에 전화를 받는 근무자는 사실 인도같은 아시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곳은 밤이지만 그곳은 낮이기 때문에 오밤중에 전화를 해도 이상없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들면 인도는 인건비가 싸고 사람들이 영어가 되는데다가 요즘은 국제전화라 해서 특별히 비용이 비싸게 드는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장신고를 연중무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