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동사니 생각 (71)
Return to Home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1370년경 체코에서 태어난 신학자인 얀 후스(Jan Hus)는 프라하 대학 신학부 교수였다. 이후 그는 로마 카톨릭 사제가 되었고, 로마 카톨릭 교회의 면죄부 판매 등의 부패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여 로마 교황청의 분노를 샀는데, 이후 교황청에서는 그를 체포하여 구금, 1415년 화형으로 처형해버렸다. 그런데 그가 화형을 당하는 처형장에서 작은 문제가 생겼는데, 그의 발 밑의 장작더미에 불이 잘 붙지않아 시간이 지체되자, 어떤 독실한 신자인 노파가 장작을 들고와 불을 들쑤셔 불을 살려내었다. 얀 후스는 묶인 채 그 노파를 내려다보며 "아, 거룩한 단순함이여!" (Sancta Simplicitas! - Holy Simp..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동화작가 권정생의 오랜 동지인 이현주 목사가 기록한 일화를 소개한다. 권정생이 그 즈음 생긴 아동문학협회상 첫 수상자로 선정되어, YMCA 강당에 기름기 흐르는 양복쟁이들 무리 사이에 꾀죄죄한 농부 차림으로 나타나서 상을 받은 후, 안동에서도 오십리를 더 들어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어난 일이다. 시상식 후 회식이 있었는데 누군가 그가 초라한 행색으로 회식자리에서 행여 소외라도 당할까 염려하여 어서 집에 가시라고 등을 떠밀었다 한다. 그렇게 영주까지 가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아주 더럽고 초라한 거지가 보였다. 그는 누가 버린 사과를 줍더니 그걸 먹는데 껍질은 물론 사과속과 씨까지 싸그리 다 먹어치우는 것이었다. 그런..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허선촉주(虛船觸舟)라는 말이 있다. 빈 배와 부딫친다는 소리다. 뱃사공이 배를 저어가는데 다른 배가 슬며시 와서 툭. 부디쳤다. 뱃사공이 노발대발하여 도데체 어떤 놈이 배를 그따위로 젓는가? 하며 욕이라도 한사발 해 줄 생각에 상대 배를 보니 배 위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배 스스로 바람따라 물결따라 흘러 흘러 다니다가 사공의 배에 와 부딫친 것이었다. 그것을 깨닫고서야 사공은 화가 스르르 풀려 허허 웃고 말았다. 바람과 물에 욕을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세상에 남 탓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은 살면서 '씹는' 재미 없이 어찌 살아갈까 싶다.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 계단실에 모여..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내일이 새로울 수 없으리라는 확실한 예감에 사로잡히는 중년의 가을은 난감하다. - 김 훈, 풍경과 상처 中. 붉은 노을이 드리워진 저녁이 점점 검푸른 빛으로 변해가면서, 골목에서 놀던 아이들이 하나 둘 집으로 사라지듯 그렇게 한 해는 지나갔다. 시간은 무심하게도 그저 물이 흐르듯 바람이 스치듯 그렇게 내 곁을 지나가고 있다. 내일 아침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새로운 놀이가 기다리고 있는 아침이련만, 중년이란 수많은 새로운 내일을 만나오면서 그 새로움조차 무디어진 그런 나이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인생에 여러가지 장식을 붙이고 새기고 의미를 붙여놓지만, 오랜 세월 비와 바람과 해를 받으며 조금씩 깎여나가 맨 ..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 1. 군대시절 동기 장교에게 들은 얘기다 연대에 볼일이 있어 들어갔다가 대대 행정반에 전화를 넣었는데 여보세요- 하고 받는 것이다. 헐. 기가막혀서. 행정병 이자식이 빠져가지고 야 관등성명 없어? 버럭 소리를 질렀더니 그쪽에서 넵! 소.령. 김.팔.동! 누구십니까? 전입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넘이 TA312의 앵앵거리는 대대장목소리를 알리가 있나. ㅈ 됐다 생각이들어 진짜 죽은척 하고 싶었는데 잽싸게 화이바 굴려서 어 나 작전참몬데. 다시 전화하지. 하고 콱 끊어버렸다. =======================================..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먼 옛날 가슴설레는 추억을 얘기해 본다. 고연전 끝나고 종로통에서 술먹고 거리로 나섰다가 데모대에 휩쓸려 아무생각없이 전경 워카발 방패에 매맞고 최루탄 마시고 드럽게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눈썹이 휘날리게 뛰는데 갑자기 온 사방이 슬로모션으로 변하면서 조용해지고 저 앞 어둑한 거리가 밝아지면서 눈물 콧물로 범벅되어 눈을 못뜨고 어떡해 어떡해를 외치던 그녀가 서서히 줌 업 되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우리 연합써클의 퀸카 미선이. 이대 신방과를 다니던 그녀는 백옥같이 하얀 피부 귀여운 얼굴 쭉 빠진 몸매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언제나 상냥하고 친절하고 명랑한 성격이 더욱 돋보이는 그녀였다. 써클 회식자리..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어린시절 차가운 겨울날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며 나와 얼굴에 물이라도 묻힐라치면 할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야야, 사분 놔가가 깨끔시리 씻그레이~" 사분은 옛날사람들이 비누를 이르던 말이다. 허나 사분의 어원을 짚어보면 의외로 비누를 뜻하는 프랑스말인 사퐁(Savon)에서 유래된 말이다. 고려시대 청나라 서긍이라는 사람이 쓴 고려도경에는 고려사람들은 하루에도 목욕을 두번이나 하는 청결한 생활을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풍속이 변했는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즈음에는 조선사람은 거의 목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나의 학창시절, 마을 원로들이 상투틀고 지내는 경상도 깡촌출신인 내 친구의 증언인즉 고향 ..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자박마니는 금을 캐는 사람들이라는 순수한 한국말이다. '자박'은 우리말로 제련되지 않은 생금을 말하며 '마니'는 어떤 사물이나 일의 뒤에 붙여 그 일을 하는 사람이나 그 사물을 찾는 사람을 말한다. 비슷한 말로 인삼이나 산삼을 찾아 다니는 '심마니'를 들 수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막대한 전비를 지출한 강대국들은 늘어난 통화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금본위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1929년 여름 일본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를 해결하고 절하된 엔화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금본위제를 부활을 시도하였다. 금본위제 시행은 초기에는 효과가 있어서 1929년 7월 43달러에 100엔 하던 엔화가 1930년 ..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퇴근길의 하이웨이는 여전히 막힌다. 섰다 갔다 한없이 느리게 가는 차 안에서 지루함을 달래려 이곳 저곳 눈길을 돌려본다. 너구리가 길가의 갓길에 누워있다. 필시 달리는 자동차에 봉변을 당했을 터인데도 몸뚱이가 상한곳이 없어 마치 정신없이 자고 있는 것 같다. 바로 길 건너 저편에 굶주린 배를 채워줄 맛난 음식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리운 친구 가족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 도로는 동물들에게 죽음의 강이다. 녀석은 왜 목숨을 걸고 그 흉폭한 자동차의 물살을 헤치며 건너려고 했을까. 얘, 왜 거기서 그렇게 자고 있니? 이제 그만 일어나 너네 집에 가! 할일없이 혼잣말을 하고 말았다. 바람이 풀밭을 쓸고 와..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흔히 쓰는 말에 낭패란 말이 있다. 낭과 패는 전설의 짐승 이름이다. "낭(狼)"과 "패(狽)"는 이리 모양인데 낭은 용감하고 패는 영리하다. 그러나 낭은 뒷다리가 너무 짧아 거의 없었고 패는 앞다리가 너무 짧아 거의 없었다. ... 때문에 두 짐승은 서로 의지해야만 잘 살아갈 수 있는데 만약 둘이 트러블이 생기면 둘 다 골치아프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낭패의 유래다.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쏟아붓기가 어렵다. 한번에 모든 역량을 썼다가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기대에 못 미치면 그야말로 오도가도 못하는 낭패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확실하지 않은 것에 노력을 경주하기를 꺼려한다. 때문에 한 발은 확신하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