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동사니 생각 (71)
Return to Home
심심하던차에 느긋하게 소파에 누워 도올선생의 강의를 듣다가 인상적인 내용이 있어서 소개한다. 그나저나 참 편리한 세상이다. 내가 원하는 영상을 아무때나 내가 원할 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한국사람이라면 삼척동자도 알고있는 "맹모삼천(孟母三遷)"에 대한 이야기다. 맹모삼천지교라면 보통 애들 교육에 치맛바람을 몰고 다니는 "무식한" 아줌마들이 즐겨 인용하는, 즉 애들 학교를 위해서 이사 혹은 더 나아가 위장전입까지 정당화 하는 재료로 사용된다. 애들 학교때문에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갔으면 갔지 거기에다가 왜 맹자 어머니는 끌어들여서, 마치 자신을 맹자 어머니가 된듯우쭐해하는 만행을 일삼으니, 그래서 "무식한"이라는 공격적인 수식어를 붙였다. 도올선생은 맹자 어머니가 무덤가, 시장판, 서당동네 세군데에서 살..
나는 담배를 대학입시가 끝난 직후부터 시작해서 대학 2학년 초 무렵 끊었으니 1년이 조금 넘게 피운 셈이다. 캐나다에서는 담배를 피우기가 고달프다. 담배값이 한갑에 한국돈 거의 8천원에 달하는데다가 담배는 지붕과 벽이 있는 공간에서는 회사 음식점 술집을 막론하고 무조건 피울 수 없다. 내 기억이 맞다면 웬만한 담배 한갑에 7불정도, 한국돈 8천원정도다. 한국에서처럼 담배인심이 후했다가는 골초들은 기둥뿌리가 뽑힐지도 모른다. 그러면 밖에서는 모두 허용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법령이 있는지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길거리에 걸어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흡연하는 사람은 한번도 보지 못했으며 다만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는 꽁초를 창밖으로 튕겨버리는 싸가지들은 간혹 본다. 회사에..
1. 주말에 할일없이 인터넷을 배회하다가, 요즘 인기있다는 한국 테레비 프로인 "짝"을 보았다. 결혼을 하고픈 남녀가 출연하여 짝을 지어주는, 옛날에도 있었던 중매 프로그램의 개정 발전판이라 할 수 있는 프로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앉아있는게 좀 남사스럽게 느껴져서 행여 와이프가 보고 주책이라 할까봐 가슴 졸이며, 넓은 등짝으로화면을 가려가며, 그것도 이어폰을 꽂고 보았다. 변명같지만 이 프로를 보게 된 이유는 연예인들이 철저하게 결혼상대를 구하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출연한다는 선전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번에 끝나는 프로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 2편, 3편으로 이어지는데 이 연예인 편은 인기가 좋은지 3편으로 나누었다. 아직 3편은 나오지 않았다. 시청율이 안 오르면 그냥 1편으로 끝내버리기도 하는 ..
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서울 강남의 네거리 사진을 보았다. 어두워진 밤이었는데, 필시 퇴근길인 듯 자동차들이 엄청난 물결을 이루고 있었고, 큰 사거리 네 방향에서 몰려든 자동차들이 하나같이 서로 먼저가려고 다투다가 마치 십자 쐐기처럼 되어 모두가 오도가도 못하게 된 사진이었다. 옛날에 중국의 어느 거리에서 이와같은 광경이 사진에 찍혀서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며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는데 한국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신호등이 어떤 이유로 고장이 나서 저리 된것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순전히 나만 빨리가면 된다는 운전자들의 이기심이 빚어낸 결과라 한다. 개념없게시리 캐나다 같으면 이런경우에 블라블라 하는 비교질로 일부러 인심을 잃고 스스로 왕따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 캐나다라고 다를까? 그저 사람들이 하..
이 업계에서 구른지가 벌써 이십여년. 한 분야에서 기술자로 오래 일한다는 것은 딱딱하게 굳은 땅에 길고 가느다란 침봉을 꽂는 일과 같아 자기 기술에 대한 숙련도나 좁은 지식은 깊어가는 동시에 아집은 마른 땅처럼 요지부동 굳어져간다. 세월에 대한 자존심이랄까, 사실 한 분야를 학문으로서 깊게 탐구하는게 아닌바에야 오래된 기술이란 것은 숙련도와 디테일한 지식만이 늘어갈 뿐, 대붕(大鵬)처럼 아득히 높은 곳에서 저 아래 진애의 아지랑이를 관조하는 대범한 여유와는 멀어져만 간다. 내 자리에서 빤히 보이는 곳에 젊은 엔지니어 녀석이 앉아있는데, 이 친구가 하루에도 열댓번씩 나에게 시간을 빌린다. 컴퓨터 설계를 (CAD - 정확히 말하면 컴퓨터 자체를 설계하는게 아니라 컴퓨터를 사용해서 설계를 하는 일)하다가 막히..
어린시절 십년이란 실로 아득한 시간이었다. 국민학생이 십년 연상의 대학생을 볼 때 느끼는 감정과 지금의 십년 연배차이의 지인들을 볼 때 느끼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마치 급격히 상승하던 그래프가 서서히 기울어 완만해 지면서 이제 거의 수평을 향해 가는듯 하다. 둔해진 시간의 감각으로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별 큰 차이를 못 느끼며 살다가, 누군가가 십년전을 아득한 옛날로 묘사한 글과 사진을 보면 소스라치게 낯선 느낌이 든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시간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것일까. 아니, 시간의 속도는 옛부터 같았거니와 시간을 인지하는 감각이 둔해졌을 것이다. 매일 똑 같이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시간에 둔감해진 것일까. 먹고 사는 일은 그만큼 지겹다. 지겹다는 것은 지루하다는 말이겠다. 즉 같..
얼마전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포스터가 촌스럽고 일단은 내가 싫어하는 깡패영화라 한참을 외면하다가, 주말 할 일은 없고 심심하여 킬링타임용으로 보았는데, 결론은 대박이었다. 영화 전편을 흐르던 배경음악(풍문으로 들었소)과 섬세한 영상처리가 돋보였던, 단연코 수작이라 하겠다. 이 영화를 조폭과 공무원의 유착,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관점에서 보았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주인공(최민식)을 보며 가족들을 지키려 으르렁거리며 비오는 똥밭 진창에 구르는 한마리 하이에나를 보는 것 같았다. 세상은 정글, 권력자들이 먹이사슬의 정점인 사자와 호랑이, 그리고 깡패들이 늑대무리라면 주인공은 하이에나다. 어차피 약육강식의 이 사회는 냄새나는 시궁창, 그 안에서 맹수처럼 먹이를 찾아 으르렁거리는 깡패들(하정..
소식(蘇軾, 1037년~1101년)은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이자 문장가, 학자, 정치가이다. 자(字)는 자첨(子瞻)이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였다. 흔히 소동파(蘇東坡)라고 부른다. 현 쓰촨 성 미산(眉山)현에서 태어났다. 시(詩),사(詞),부(賦),산문(散文) 등 모두에 능해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혔다. 인터넷을 보다가 소동파의 시를 만났다. 송나라때 시인 소동파는 사십 중반의 나이에 잘나가던 관직에서 떨려나 황주라는 곳의 말단 공무원으로 쫒겨났다. 그는 장강(長江)을 바라보며 허탈한 심경을 읊는다. 自笑平生爲口忙 자소평생위구망 老來事業轉荒唐 노래사업전황당 평생을 먹고살기위해 바쁘게 뛰었던게 웃음만 나오는구나 이제 늙으니 내 하는 일이란게 황당하기만 하다 - 소식(소동파) 내가 왕년에 누군데,..
전문가도 아니요 그렇다고 깊은 사진 실력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나는 한사람의 애호가로서 사진을 좋아한다. 과거 한때 사진에 취미를 붙혀 여러가지 렌즈나 필터등을 장만해서 즐겼던 적이 있다. 오랜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내린 결론은 결국 카메라는 기본 바디에 번들로 따라오는 기본 50미리 단렌즈가 제일이라는 것이다. 광각도 망원도 아니고 필터도 없이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럼에도 보는 사람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 사진, 이런 사진이 진짜 사진이다. 지금 내 똑딱이 카메라는 마구 눌러도 사진이 찍히도록, 광각에서부터 망원까지 커버하는 자동기계다. 사실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은 취급도 안 할 기계지만, 일상의 흐름속에 일순 휙 지나가 버리는 아까운 장면을 찍으려면 이것만큼 좋은 기계가 없다...
曳杖尋幽逕(예장심유경) 徘徊獨嘗春(배회독상춘) 歸來香滿袖(귀래향만수) 胡蝶遠鬚人(호접원수인) 지팡이 하나 벗삼아 깊숙한 숲길 들어 혼자 노닐어 봄을 즐기네 돌아올 적 꽃향기 옷소매 가득 배니 멀리서부터 나비 한마리 너울너울 따라오네 - 지안선사, '상춘' 옛 고승이 느꼈던 그 봄은 그렇게 그 모습 그대로 내 앞에 섰다. 부드러운 바람은 얼굴을 스치우고 아직 서늘한 듯한 공기는 화사한 햇살에 묻힌다. 곤한 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는 듯한 새 잎을 조심스레 쓰다듬어 본다. 봄향기가 옷소매에 가득 스치우니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절로 한가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