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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먼 옛날 가슴설레는 추억을 얘기해 본다. 고연전 끝나고 종로통에서 술먹고 거리로 나섰다가 데모대에 휩쓸려 아무생각없이 전경 워카발 방패에 매맞고 최루탄 마시고 드럽게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눈썹이 휘날리게 뛰는데 갑자기 온 사방이 슬로모션으로 변하면서 조용해지고 저 앞 어둑한 거리가 밝아지면서 눈물 콧물로 범벅되어 눈을 못뜨고 어떡해 어떡해를 외치던 그녀가 서서히 줌 업 되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우리 연합써클의 퀸카 미선이. 이대 신방과를 다니던 그녀는 백옥같이 하얀 피부 귀여운 얼굴 쭉 빠진 몸매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언제나 상냥하고 친절하고 명랑한 성격이 더욱 돋보이는 그녀였다. 써클 회식자리..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어린시절 차가운 겨울날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며 나와 얼굴에 물이라도 묻힐라치면 할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야야, 사분 놔가가 깨끔시리 씻그레이~" 사분은 옛날사람들이 비누를 이르던 말이다. 허나 사분의 어원을 짚어보면 의외로 비누를 뜻하는 프랑스말인 사퐁(Savon)에서 유래된 말이다. 고려시대 청나라 서긍이라는 사람이 쓴 고려도경에는 고려사람들은 하루에도 목욕을 두번이나 하는 청결한 생활을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풍속이 변했는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즈음에는 조선사람은 거의 목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나의 학창시절, 마을 원로들이 상투틀고 지내는 경상도 깡촌출신인 내 친구의 증언인즉 고향 ..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자박마니는 금을 캐는 사람들이라는 순수한 한국말이다. '자박'은 우리말로 제련되지 않은 생금을 말하며 '마니'는 어떤 사물이나 일의 뒤에 붙여 그 일을 하는 사람이나 그 사물을 찾는 사람을 말한다. 비슷한 말로 인삼이나 산삼을 찾아 다니는 '심마니'를 들 수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막대한 전비를 지출한 강대국들은 늘어난 통화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금본위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1929년 여름 일본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를 해결하고 절하된 엔화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금본위제를 부활을 시도하였다. 금본위제 시행은 초기에는 효과가 있어서 1929년 7월 43달러에 100엔 하던 엔화가 1930년 ..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퇴근길의 하이웨이는 여전히 막힌다. 섰다 갔다 한없이 느리게 가는 차 안에서 지루함을 달래려 이곳 저곳 눈길을 돌려본다. 너구리가 길가의 갓길에 누워있다. 필시 달리는 자동차에 봉변을 당했을 터인데도 몸뚱이가 상한곳이 없어 마치 정신없이 자고 있는 것 같다. 바로 길 건너 저편에 굶주린 배를 채워줄 맛난 음식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리운 친구 가족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 도로는 동물들에게 죽음의 강이다. 녀석은 왜 목숨을 걸고 그 흉폭한 자동차의 물살을 헤치며 건너려고 했을까. 얘, 왜 거기서 그렇게 자고 있니? 이제 그만 일어나 너네 집에 가! 할일없이 혼잣말을 하고 말았다. 바람이 풀밭을 쓸고 와..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흔히 쓰는 말에 낭패란 말이 있다. 낭과 패는 전설의 짐승 이름이다. "낭(狼)"과 "패(狽)"는 이리 모양인데 낭은 용감하고 패는 영리하다. 그러나 낭은 뒷다리가 너무 짧아 거의 없었고 패는 앞다리가 너무 짧아 거의 없었다. ... 때문에 두 짐승은 서로 의지해야만 잘 살아갈 수 있는데 만약 둘이 트러블이 생기면 둘 다 골치아프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낭패의 유래다.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쏟아붓기가 어렵다. 한번에 모든 역량을 썼다가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기대에 못 미치면 그야말로 오도가도 못하는 낭패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확실하지 않은 것에 노력을 경주하기를 꺼려한다. 때문에 한 발은 확신하는 이..
[다른곳에 썼던 글인데, 정작 내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그런 글들을 모아서 올립니다.] 살아가면서 종종 나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사람은 모두가 자신은 완벽은 아니더라도 이정도면 둥글둥글 괜찮은 성격에 웬만한 참을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내가 화를 내는 경우는 정말 부당한 경우 정말 화를 내지 않으면 바보되는 경우 내가 나서지 않으면 세상의 정의가 사라질 경우라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정말 나는 다른이에게 너그러운 사람인가 다른 이가 스스럼없이 다가올 수 있는 사람인가 다른이에게 상처가 될 날카로운 가시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것은 아닐까 혼자서 생각을 하면 멀지않은 기억중에도 아직도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리게 하는 창피한 순간이 많은 것은 아직도 ..
3월 초에 역시 밀튼 지역의 부르스트레일입니다. 온타리오의 명소중 하나인, 총 800여킬로미터의 부르스 트레일 Bruce trail 은 자연이 잘 보존되어있는 트래킹 코스입니다. 이 날은 바람이 몹시 불고 진눈깨비가 내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속은 의외로 평온했습니다. 아마도 나무들이 바람을 부드럽게 바꾸어주어서 그랬나 봅니다. 마침 불어온 바람에 물이 쏴아 흔들리는 모습을 순간적으로 잡았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마치 인절미를 쌓아올린것 같이, 이끼가 포근하게 덮은 돌덩이들. 크로포드 호수 주변의 인디언 마을을 복원해 놓은 유적지입니다. 저 위의 사진에 나오는 나무집 내부입니다. 나무로 대를 만들고, 그 위에 모피를 깔아놓았습니다. 잔잔한 크로..
과거 사진을 올리다 보니 시간을 거슬러 갑니다. 3월 사진에 이어 2월의 동네공원 모습입니다. 올해 겨울은 이상하리만치 춥지를 않아서, 호수가에 갈때마다 철새들이 있습니다. 따뜻한 곳으로 안 가고 남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행중에 잠시 쉬어가는 모습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나타나서 빵조각을 뿌리자 한참 먹고 이제 볼일 다 봤다는 듯 돌아가는 새들. 시치미뗀다는 오명을 쓰고있는 오리발자국입니다. 어느덧 해는 아름다운 석양을 남기고 뉘엿뉘엿 사라집니다.
나는 긴 겨울이 지나고 새 계절을 맞아 온 숲에 새로이 퍼져나오는 생명을 보고 마치 옛 연인과 재회를 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동파는 봄의 한때는 천금과도 같다 했다. 큰 부드러움을 만끽해본다.
나는 지난 가을 어느 여인과 이별을 했었다. .............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마주 불러 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후조, 김남조) 후조는 떠나기도 하지만 반드시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후조라 했던가. 나와의 이별을 슬퍼하듯 그녀는 한껏 성장을 하고는 낙엽이 되어 눈물같이 맑은 기억속에 잠겼다. 그랬던 그녀가 긴긴 겨울의 이별을 견디고 드디어 내 앞에 사랑스럽게도 살짝 찌푸린 얼굴로 섰다. 이월장안미각춘(二月長安未覺春) 장두홀유소도빈(墻頭忽有小挑嚬) 언연각향시옹소(焉然却向詩翁笑) 여재천애견고인(如在天涯見故人) 2월의 서울은 봄도 채 느끼지 못하였는데 담장위에는 홀연히 핀 작은 복숭아꽃 찡그리네 예쁜웃음 늙은이 시인을 향해 빙긋 웃는데 마치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