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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초입이라 해도 아직은 푸근하다. 매일 저녁 아내와 산책을 한다.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것도 좋고, 얘기를 안해도 자박자박 들리는 둘의 발소리가 좋다. 노란 가로등 밑으로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나는 캐나다에 와서 4년동안 백만원짜리 월세 아파트에 살았다. 나는 운이 좋았다. 이곳에는 발 들여놓기도 꺼려지는 슬럼같은 아파트도 많았지만 나는 오래된 주택가 언저리에 오롯이 있는, 관리가 잘 되어있는 아파트에 입주했다. 초짜 이민자에게는 세를 안준다는 것을 어렵게 보증인을 세워 들어갔다. 여기는 보증금이 없다. 그러니 무보증금에 월세 백만원짜리 아파트라면 한국으로 치면 서민중의 서민 아파트겠다. 게다가 전기세 물세가 월세에 포함되어 있으니 더욱 서민용이겠다. 아파트에 오래 살았던 이유는 돈도 돈이었지만..
나는 상추쌈을 좋아한다. 상추를 먹으면 왠지 건강식품을 먹은 듯 속이 편하고 먹고나면 졸음이 솔솔 오는게 기분이 좋다. 한국음식은 건강식이다. 옛날사람들의 새참을 생각해보면 보리밥에 밭에서 딴 당추(고추) 된장 김치에 막걸리 한사발 어느것 하나 요즘 건강식으로 치지 않는것이 없다. 캐나다 음식은 그다지 특이한 것이 없다. 이탈리아 사람, 유태인, 중국인, 중동인, 한국인 등등이 각자 자기들의 음식을 해 먹을 뿐이다. 간혹 다른 나라 음식을 먹어보기도 한다. 가장 자주 먹는 다른나라 음식은 중국음식이고 다음으로는 월남국수다. 중국음식은 셀수없이 많은 메뉴중에 입맛에 맞는 메뉴를 몇가지 학습에 의해 정해놓고 먹는다. 언젠가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 차원에서 시켰는데 맨밥에 토마토가 얹혀나와 도저히 못먹고 나온적..
깊어가는 가을날에 산행을 다녀왔다. 토론토 서북쪽의 밀튼이라는 소도시 외곽의, 부르스 트레일 코스다. 부르스 트레일은 남쪽으로는 나이아가라에서부터 북쪽 터보모리까지 총 연장 800 키로에 이르는 광대한 트레일 코스다. 그 길고 긴 트레일 코스를, 사람들은 긴 시간을 두고 나누어 걷는다. 이곳 캐나다 동부에서 캐나다 서부 로키산맥 관광을 가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똑 같은 나무나 보러 뭐하러 그 비싼돈을 들여 먼 길을 왔냐고 놀린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러나 자연은 매번 갈 때마다 비슷하지만, 결코 같은 적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에는 어딜가나 다 비슷비슷하게 보였었는데, 숲속을 걷다보니 자꾸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군데군데 사람사는 곳이 보이고 대부분은 끝없이 펼쳐진 숲의 ..
한국에서 온 동기와 얘기를 해 보니 한국 회사의 분위기가 전해진다. 그 시절 잘 알고 지내던 대학 선배는 지금 상무진급을 코앞에 두고 신경이 날카로와져있다 한다. 그 선배는 학창시절 ROTC 교육 받을 때 우리를 엄청 갈구던 학군단 선배였는데 그 선배가 다른 회사에 갔다 다시 삼성으로 오는 바람에 이번에는 입사동기로 만나 같이 부대끼며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니 우리 동기들에게 얼마나 시달렸을까는 안봐도 비디오겠다. 동기인데 선배고 선배면서 동기라, 가끔 발칙한 농담과 장난을 해도 잘 받아주고 잘 지냈던 것 같다. 아마 지금 만나도 내 뒷통수를 한대 팍 치면서 잘있었냐고 할 것 같은데 그런 양반이 상무진급을 앞두고 있다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나보다. 그러나 한국 회사의 정년퇴직이 55세 ..
미국이 불황으로 몇년째 죽을 쑤고 있으니 캐나다도 마찬가지로 설설 기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나름대로 분투하고 있는 듯 하다.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은 아직까지도 잘 나가고 있는것이 눈에 보이니 말이다. 반면에 캐나다는 이쪽 업계에서도 불황은 못 피하는지 이제 회사의 커다란 프로젝트는 점점 곳간이 비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요즘 한국의 CJ(제일제당)이 발주하는 미국 아이오와의 공장 프로젝트가 입찰에 들어간다. 내가 있는 회사와 한국의 포스코와 연합하여 한 팀 그리고 나머지 두 팀은 삼성과 SK 건설이 각각 경쟁하는 3자 경쟁 구도다. 나는 설계부서라서, 자세한 입찰내용은 모르지만 요즘같이 일감 귀한 때에 귀중한 기회라, 다들 신경을 쓰는 눈치다. 그래서 한국 포스코에서 사람들이 이쪽으로 파견을 나왔다..
세월은 잘도 지나간다. 한국을 떠나 이곳에 온 지도 십수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유치원생 민아는 벌써 대입을 코앞에 두고 있고 나는 새 일터로 옮긴지 벌써 삼년하고도 반이 지났다. 이곳에 집을 사서 이사 온 지도 꽉 채운 팔년이 지났고 민아가 대학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한 번은 이사를 해야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매일 매일이 똑 같은 차라리 지겹도록 평온한 이곳에서 이사를 간다는 것은 또 한번의 작지않은 변화겠다. 민아는 대학을 가면 일년이라도 도미토리(기숙사) 생활을 꼭 하고 싶다한다. 집에서 통학이 우선이요 기숙사나 하숙은 지방에서 올라온 아이들 차지인 한국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대개 아이들이 일학년때 만이라도 기숙사나 학교앞에서 하숙을 한다. 첫째 이유는 통학을 할 경우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는 것이..
금요일 저녁, 퇴근을 해서 컴퓨터를 켜니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전화기를 들어보니 전화 자체가 완전히 먹통이다. 이곳의 전화 시장은 "벨 캐나다"가 꽉 잡고 있다. 거의 독점이다시피하게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지라 횡포가 장난이 아니다. 이 회사는 전화 고장신고를 24시간 받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서 돌리기에 24시간 고장신고를 받을까? 알고보면 간단하다. 밤시간에 전화를 받는 근무자는 사실 인도같은 아시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곳은 밤이지만 그곳은 낮이기 때문에 오밤중에 전화를 해도 이상없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들면 인도는 인건비가 싸고 사람들이 영어가 되는데다가 요즘은 국제전화라 해서 특별히 비용이 비싸게 드는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장신고를 연중무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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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만났던 쉼터에는 정적만이 감돈다. 가을하늘은 높고 단풍은 아름답다. 하늘을 본다. 바람은 찬 듯 따사롭고, 공기는 무겁고 달콤하다. 여기부터는 10월 29일 해밀턴 소재 조지 스펜서 웹스터 계곡, 고대 교우회 정기산행 행사에 참가하여 찍은 사진이다. 하얗게 서리맞은 들풀이 아침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산등성을 따라 난 길을 가다보니 저 아래 기차길이 보인다. 점점 산길이 높아질수록 저 아래 풍경도 넓어진다. 기차길이 지나는 굴다리도 지난다. 바위절벽과 단풍 그리고 하늘. 걷다가 문득 하늘을 보면 온통 가을, 가을... 절벽 위 전망대에서 본 해밀턴 전경. 가을숲에 둘러싸인 도시가 예쁘다. 커다란 두개의 폭포 중 하나를 처음으로 만난 곳. 나이아가라보다는 작지만, 이것도 결코 만만한 규모는 아니다.
산책을 갔다가 새끼고양이를 만났다. 아주 애기는 아니고 사람으로 치면 어린애 정도 되어 보인다. 사실 이녀석과는 구면이다. 지난주에 산책을 갔다가 같은 장소에 있는 것을 보았었다. 호수가의 쉼터에 앉아서 고양이를 보고 손짓을 하자, 경계를 하면서 다가오더니 이내 다리에 뺨이며 몸을 비비는 애교를 부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쉼터에 다다라서 그때 고양이 안 오려나? 하고 혼잣말을 하며 앉는데, 거짓말같이 그녀석이 나타났다. 반가와서 이리와, 했더니 이번에는 마치 오랜 친구라도 만난 듯 전혀 주저하는 기색 없이 후다닥 달려와 비비고 감아돌고 난리가 났다. 길고양이를 만지는 것은 여간 꺼려지는 일이 아니었으나, 집에 가자마자 손을 씻는것으로 타협을 하고 마음껏 쓰다듬어주었다. 이 고양이는 집이 있을까? 주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