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옛날 글과 사진 (150)
Return to Home

20110408 2011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민아 학교에는 한국 유학생들이 적지않게 있습니다. 옛날부터 이 학교는 이민 온 학생이든, 아니면 유학생이든간에 한국사람에게 인기가 있어왔습니다. 그 이유를 듣는다면 아마 누구나 실소를 금치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같지 않은 이유란 유태인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라는 것입니다. 분명 이 동네에는 유태인 회당인 시네각도 있고 주말이면 검정 옷에 빵떡모자 (키파, Kippah)를 쓰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줄줄이 회당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유태인들이 많이 사는 것은 맞습니다. 한국애들에게 이 학교가 ..

20100423 2010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사람은 감정을 나눌 줄 아는 존재다. 다른 이의 기쁨을 축하하고, 어려움과 슬픔을 격려하고 위로한다. 그러나 사람의 감정을 나누는 일은 때로는 쉬운일이 아니다. 때로는 말로써 글로써 표현 못하는 감정이 있다. 말을 아무리 잘 한다 해도, 표정을 아무리 배우 뺨치게 잘 짓는다 해도, 그것에 진심이 담기지 않는다면 보기좋은 포장지와 다름이 없을 것이다. 또한 감정이 실렸다 한들 순간적인 기분이라면 포장을 열자마자 사라져 버리는 허무한 공기와 같다. 좋은 일에 감정을 나누는 것 보다는, 슬픈 일에 ..

20100423 2010년 10월에 썼던 글입니다. ---------------------------------------------------------------------------------- 요즈음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된 매우 오래된 도면을 보고 있다. 도면 승인날짜를 보니 1952년, 1953년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일때 캐나다에서는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해서 운영하고 있었나보다. 그당시에 컴퓨터 설계가 있을리가 없으니 모두 수작업 도면인데, 그 수준이 현재 컴퓨터 설계보다 나으면 나았지 정확성이나 구성면에서 전혀 뒤떨어짐이 없다. 확실히 옛날의 설계사상과 현재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원가절감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있는 요즘의 설계와는 다른, 일종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다. 전자제품만 하더라도 ..

20100219 2010년 2월에 썼던 글입니다. ------------------------------------------------------------------------------------- 기사식당은 말 그대로 기사들이 들러서 밥먹고 가는 식당이다. 종업원이 빨간 불이 번쩍거리는 경광등을 들고 마치 교통정리하는 사람이 차량유도를 하듯이 호객을 하면, 얼떨결에 속아서 주차장으로 들어온 운전수들은 귀신에 홀렸다는 듯 허탈한 웃음과 함께 엎어진김에 쉬어간다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속았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여직껏 듣도 보도 못했으니 얍삽한 상술도 푸짐한 기사식당의 인심에는 녹아버리는 것일까. 그러나 음식 메뉴갖고 얍삽한 꼼수를 부리다가는 단박에 망하는 곳이 바로 기사식당..

20090706 2009년 7월에 썼던 글입니다. -------------------------------------------------------------------------------------- 이민 10년 1. 이민자에게 톨러런스란 없다. 노 톨러런스(No tolerance), 토론토의 하이웨이중에 폭이 좁고 곡선이 많은 하이웨이 404에는 이런 간판이 있다. 최고속도 90. 제로 톨러런스. 경찰 순찰지역. 제한속도 90키로에서 단 1키로만 넘어서도 가차없이 단속을 하겠으니 이 도로에서만큼은 제한속도를 칼같이 지키라는 표지다. 지난 주말 친한 지인들과 모임을 가졌다. 즐거운 얘기 도중에 이민자의 입장에서 피해를 본 사례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가 나왔다. 한 사람이 인종차별이라 일컫는 일을 당해..

20091203 2009년 12월에 썼던 글입니다. ------------------------------------------------------------------------------------------------------- 오랜만에 이틀 휴가를 내어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모든 사람들이 학교로 일터로 떠난 주택가의 풍경은 한가롭기만 하다. 날씨가 좋아서, 뒷뜰 창가에 쏟아지는 햇살에 잠시 겨울을 잊고 낮잠을 청해본다. 점심때가 되었는지 집에서 빤히 보이는 카토릭 스쿨에서 아이들이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가 잠결에 들린다. 언어만 다를뿐이지 아련히 들리는 아이들의 떠드는 소음은 언제나 햇살같이 화사하기만 하다. 겨울이지만 아직은 영상의 날씨에 햇빛이 눈부신 오후니까,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는 오히려..

20091019 2009년 10월에 썼던 글입니다. -------------------------------------------------------------------------------------- 회사 안전수칙에 대한 교육이 있었다. 회사에는 각 층마다 구급함이 있어서 간단한 두통약에서부터 붕대 그리고 일회용 반창고 등등이 들어있다. 심각하게 아프면 당장 병원에 가겠지만 웬간한 두통정도나 약간 찌뿌드드한 경우, 어디 부딪쳐서 까졌거나 하는 경우에 이용하는 구급함이다. 육체노동을 하는것도 아닌 사무실에서 물리적으로 다칠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제일 빈도가 높은 부상이 있으니 그것은 "페이퍼 컷" 즉 종이에 베이는 것이다. 보통 복사용지는 괜찮은데 설계도면에 사용하는 종이에는 사람들이 어지간히 많..

20091019 2009년 10월에 썼던 글입니다. ----------------------------------------------------------------------------------------------- 일주일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말하라면 나는 토요일 아침이라 하겠다. 어둠이 걷히고 희뿌옇게 새벽이 오면서 창너머로 새소리가 조근거리듯 들려오기 시작하면 가끔 동네를 지나가는 부릉거리는 자동차소리, 우리집 뒤의 공원에 아이들 소리, 개짖는 소리로 아침이 분주해진다.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켠 후 느릿느릿 침대에서 나와 커피를 끓인다. 파자마 차림으로 커피포트를 든 채 부엌창을 보면 가끔 집 옆 담너머 교회에서 장례식, 결혼식 그리고 세례식등등을 준비하는 광경을 본다. 아침부터 롤스로이스,..

200909 2009년 9월에 썼던 글입니다. ---------------------------------------------------------------------------------------- 워낭소리가 유명하다고 난리법썩이어서 도저히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만 보고 말았다. 노인이 오랜 세월동안 기르며 같이 농사일을 해 온 소가 늙어서 죽었다. 더도 덜도 없는 영화의 스토리다. 담백하다. 시골 초가집 툇마루에서 토장국에 보리밥 먹고 난 기분이다. 문득 아니, 이것은 동물학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40살이 다 된, 수명을 넘겨도 한참을 넘긴 소. 노쇠해서 걸음조차도 비틀거리는 소를 짐수레 끌기, 농사일, 심지어 자가용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이것은 동물학대가 아니다. 노인은 동물학..

20090908 2009년 9월에 썼던 글입니다. --------------------------------------------------------------------------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분다. 코끝이 싸해지면서 생각의 조각들이 하나 둘 일어난다. 그 한조각을 집어들고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를 듣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눕시다 명랑하게 일년은 삼백육십오일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어도 우리집은 언제나 웃으며 산다 가 부른 70년대 인기 라디오 드라마인 의 주제가 가사다. 어렸을 때 신림동 양옥집에서 살던 시절, 아침 7시 50분이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울려퍼졌고 그 배경으로 부엌에서 어머니의 도마소리와 함께 구수한 밥냄새가 기분좋게 나던 기억이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