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4/02/18 (17)
Return to Home
2010년 5월에 썼던 글입니다. -------------------------------------------------------------------------------------- 봄이 왔습니다. 겨울의 잔상이 유달리 길게 드리웠던 초봄의 쌀쌀한 날씨를 뚫고 기어코 봄이 왔습니다. 뒷뜰의 라일락 향기는 쏟아지는 햇살과 섞여 더욱 달큰하게 퍼지고, 배나무 꽃은 온 나무를 하얗게 덮었다가, 지난 밤 내린 비에 뒷뜰 잔디를 하얗게 수놓았습니다. 이사올 때는 고만고만했던 나무가, 이제는 제법 키도 커지고 몸통과 가지가 우람해졌습니다. 나무에 싹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과정을 온전히 보는 것은 이곳에 와서도 한참이 지나서였던 것 같습니다. 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나의 감각이..
2010년 1월에 썼던 글입니다. ------------------------------------------------------------------------ 어느분께서 쓰신 불교의 일곱가지 보시(布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혼자 보기 아까운 너무 좋은 글이라 여기 옮겨봅니다. 어떤 이가 석가를 찾아가 호소를 하였습니다. "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이 무슨 이유입니까?" " "그것은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저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털이입니다. 남에게 줄 것이 있어야 주지 뭘 준단 말입니까?" "그렇지 않느니라. 아무리 재산이 없더라도 줄 수 있는 일곱 가지는 누구나 다 있는 것이다." 첫째는 화안시(和顔施) 얼굴에 화색을 띠고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2009년 8월에 썼던 글입니다. ----------------------------------------------------------------------------------- 1942년 겨울 러시아의 스탈린그라드. 1942년 6월 청색작전으로 명명된 스탈린그라드 진격은 초기에는 독일의 승승장구로 시작되었다. 스탈린그라드에 대한 무자비한 폭격으로 시작된 전투는 쏘련군의 필사적인 저항으로 양측의 엄청난 희생자를 내면서 지속되었으나, 겨울이 되면서 독일에 점점 불리하게 전개되었다. 쏘련군의 천왕성작전 (Operaion Uranus) 성공으로 독일군은 측면을 돌파당하고 쏘련군에게 포위되어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보급로가 차단됨으로써 아사자와 동사자가 속출했으나 히틀러는 주변 참모들의 후퇴건의를 무시하고 ..
2009년 8월에 썼던 글입니다. ----------------------------------------------------------------------------- 일전에 어느 한국식당에 갔다가 밥을 먹게 되었는데, 아내가 만두국을 시키면서 주인 아줌마에게 맛이 괜찮느냐고 물어봤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아줌마 대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즉 만두가 시중에서 파는 만두가 아니고 직접 만든 만두라고 하면서, "먹을만 하다" 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파는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대단히 맛있다" "뛰어나다" 라고 하고 싶었을텐데, 그냥 "먹을만 하다" 라고 했다니, 오히려 그 말이 상인의 대답이 아닌, 애 키우는 평범한 아줌마의 말로 들려서 더 믿음이 가더군요. 역시 그 소리가 거짓이 아니어서, 그렇게 ..
2009년 8월에 썼던 글입니다. ------------------------------------------------------------------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때 영화 보는데 재미를 붙여서 DVD 를 사 모으고, 인터넷 유료 싸이트에 가입해서 다운을 받아 새로 산 디스크에 저장해 놓고, 프로젝터를 사서 큰 화면으로 감상을 하다가 언제부터인지 흥미를 잃어서 오랫동안 영화를 보지 않았었다. 지난주에 회사동료가 이번에는 인도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긴것이 발단이었다. "Slumdog Millionare, 슬럼 독 밀리어네어". 한국말로는 "개천에서 용났네" 정도로 해석하면 좀 촌스러울까.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지다 보니 그다지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인도..
2009년 5월에 썼던 글입니다. --------------------------------------------------------------------------------- 2008년 1월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했던 Life After People 을 감상했습니다. 데이빗 드 브리에스 감독이 제작한 다큐 형식의 이 영화는, 어느날 갑자기 지구상에서 인간이 사라진다는 가정하에 그 이후 벌어지는 현상을 엔지니어링, 생물학, 지질학등의 여러 과학의 측면에서 조명했습니다. 영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이 남긴 인류 문명이 어떻게 자연에 의해 정복되어 스러져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갑자기 사람이 사라진 다음날, 처량하게 보이는 어느 가정집의 치직거리는 테레비 화면으로 시작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
2009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요즘 난리인 돼지독감을 영어로 스와인 플루(Swine flu) 라고 합니다. 스와인은 돼지를 약간 더 점잖은 느낌으로 부르는 말 같습니다. 옛날에 독일 출장을 갔을때 식당에서 독일말로만 되어있는 메뉴를 보면서 슈바인(스와인의 독일발음) 들어간것을 시키면 대충 입맛에 맞는 돼지고기 음식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민아엄마가 업무상 은행텔러와(한국사람) 얘기를 하다가 이 돼지독감 얘기가 나왔습니다. 민아엄마 : "요즘 돼지독감이 유행이라던데 건강 조심하세요." 은행텔러 : "돼지독감이요? 하하하.. 백조독감 아녜요?" 민아엄마 : "돼지독감이라..
2009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까마득한 옛날 내가 동네친구집에 놀러 갔을때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많이 변했겠지만, 달동네로 대표되던 봉천동은, 무허가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고 그 사이를 미로와 같은 골목길이 지나가는 그런 동네였습니다. 이 친구가 사는 곳도 별반 다르지 않은, 야트막한 2층 스라브 집이었습니다. 친구의 방은 2층이었는데, 창문을 열고 보면 그리 별스러울 것도 없는 평범한 동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보면 집을 끼고 돌아가는 좁은 골목이 있고, 군데군데 거미줄같이 치렁치렁한 전선을 이고 있는 전봇대와, 골목을 따라 쭉 가다보면 왼쪽으로는..
2009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한국에서 살 때, 딸네미가 아직 네살때 일입니다. 딸네미 동네 친구중에 성수라는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딸네미보다 한살 많은 놈이었는데 우리 딸네미를 아주 끔찍하게 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넓적한 얼굴에 조그만 눈, 밋밋한 코와 입이 오종종하게 몰려있는, 구한말 흑백 사진 화보 속의 전형적인 토종 한국아이입니다. 좋은말로 남자답게 생긴 장군감이었습니다. 성수 아버지는 택시 운전을 한다고 했는데 부부가 바빠서 그랬는지 아니면 성수가 그렇게 활달한 성격이라서 그랬는지 성수는 늘 밖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회사 노는날이라 ..
2009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나의 컴퓨터 역사 - 1 내가 처음으로 컴퓨터란 물건을 만진것은 금성 패미컴이라는 물건이었다. 키보드와 본체가 일체형인 이 8비트짜리 컴퓨터는, 모니터가 없어서 테레비에 연결해서 영상을 봐야하는 물건이었다. 지금 기억으로는 미국에서 애플이 나오던 시절 국내 가전업체에서 이를 모방해서 비슷하게 만든 짝퉁 물건이었다. 베이식 언어가 내장되어 있고 단축키가 강제내장되어 있어(옵션이 아님) 예를들면 베이식 언어에서 print 라는 명령어가 p 자판에 고정이 되어 있어서 'p'만 누르면 'print'가 자동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의 치명적인 단점은 p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