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4/02/18 (17)
Return to Home
2009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좀 섬뜩한 제목같지만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 생활에 고기를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일이므로 이야기를 해 본다. 지금까지 해 본 특이한 프로젝트를 말하라면 도축장 프로젝트를 들 수가 있다. 도축장 하면 어감이 좀 그렇기 때문에 동료들끼리 미트 플랜트 meat plant 라고 불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것이 아니라, 쉽게 말하면 부분적인 개/보수 였는데,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도면을 상세하게 볼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돼지고기 소고기들이 어떻게 가공되어 나오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관심도 없었지만. 내가 본..
2009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군대시절 경험한 한국의 아름다운 곳 - 1 군에 입대해서 훈련을 받을때나 자대 배치를 받고 생활하던 때 늘 생각하던 것이 나중에 제대를 하고나면 민간인 신분으로 이곳에 다시 놀러왔으면 하는 것이었다. 훈련을 받으면서 새벽 한두시에 길도 없는 숲속을 헤치며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데, 얼굴에 아카시아 가시가 긁히고 거미줄이 감기면서 계속 전진하다가 문득 숲이 끝나면서 야트막하게 경사진 하얀 공터가 나오는 것이었. 그 위로 교교하게 비추는 달빛은 얼마나 환상적이었던지 지금도 내 기억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해상침투 대비 대간첩 작전을..
2009년 2월에 썼던 글입니다. ---------------------------------------------------------------------------- 어제 전 회사에서 메일을 받았습니다. 주식 분할에 대한 공고문이었지요. 그 회사에 처음 입사할 때 주식을 조금 샀었는데 그냥 잊어버린다치고 갖고 있었습니다. 회사 옮기면서 팔아치울려고 했는데 당시에 회사 합병이다 뭐다 해서 어수선할 때라 그런지 주주총회 후에 팔라고 해서 그냥 두었었습니다. 팔아봐야 큰 보탬도 안되는 수준이라 잊고 지내기 쉽더군요. 주가는 요즘같은 경제난에도 약간 올랐더군요. 지난 회사가 역사가 거의 50년이 된 오랜 회사라 내가 입사했을 때 당시 노인들이 많았는데, 63년도에 입사한 할배가 일을 하고 있었을 정도였으니..
고등학교때 같은 반 친구였는데, 이름이 꺼구로 해도 같았습니다. 실명은 개인 프라이버시 존중 차원에서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요. 이 친구, 엄청 착합니다. 남에게 싫은소리 한번 할 줄 모르고 큰소리 한번 칠 줄 모르는 친구였지요. 그러나 단점도 있었는데 공부가 어지간히 많이 떨어졌고 왠지 모르게 나사빠진 행동을 할 때가 많았으며 체력이 약해서 그런지 행동거지가 참으로 어눌하고 어벙벙한 친구였습니다. 그것 때문에 체육시간에 정말 많은 놀림을 받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 젊은 체육선생이 좀 못된 구석이 있었던 것이 애들 앞에서 그 친구를 모욕을 주고 놀리고 했었습니다. 뭐, 그때 남자 고등학교에서는 훈육선생이 학생이 껌을 씹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에다 씹던 껌을 짓이겨 발라 버리던 시절이었으니 인격모독..
2008년 6월에 썼던 글입니다. -------------------------------------------------------------------------------- 요즘 한국에서 회자되는 우스개 소리 하나를 소개해봅니다. 장님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거지의 돈주머니가 만원짜리 지폐로 넘쳐나는 기적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정답은 지하철 종점이랍니다. ㅎㅎ 이 대목에서 와~~ 진짜? 혹은 왜? 왜 그게 정답이야? 이런 분들은 상태가 심각합니다. ㅎㅎ 지난번 한국에 갔을때, 아침에 병원에 가느라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 플랫폼을 내려가는 계단에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한 분이 계단에 앉아서 껌 몇통을 부채같이 펴들고 팔고 있는것이 보였습니다. 복잡한 출근 시간을 피해..
2008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4월 2일 수술 당일이다. 새벽에 눈이 떠져 도무지 잠이 오지를 않는다. 2인실이지만 나 혼자 있어 TV는 마음대로 볼 수 있다. TV는 하루종일 24시간 하는것 같다. 유선방송에서는 쉬지않고 낮에 했던 프로그램을 되풀이하고 있다. 똑같은 코미디언, 배우, 해설자, 아나운서,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동물들이 이 새벽에 똑 같은 모습으로 똑 같이 울고 웃고 걷고 달리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일상도 역시 저들과 같이 똑 같은 장면을 매일같이 연출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같은 수술도 어찌보면 인생에 있어서 수없이 반복되..
2008년 4월에 썼던 글입니다. -------------------------------------------------------------------------------------------- 사람들은 평소에도 가끔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병원이라는 곳은 삶과 죽음을 이야기 하기에 좀더 진지해 질 수 있는 장소인것 같다. 병실은 늘 노인들로 채워져 있다. - 이렇게 늙으믄 노상 병원이나 댕기다가 가는기여. - 나는 팔십까지는 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칠십도 장담을 못하것어. 병원 밖이었다면 그저 노인의 일상적인 푸념으로 느껴졌을 짤막한 한마디도 이곳에서는 의미가 새롭다. 병이 깊은 노인들. 몸은 쇠약해져가지만 정신은 아직도 신록과 같이 억세고 싱싱하기에 그들의 푸념은 더욱 애처롭다. 죽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