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4/02 (124)
Return to Home
20091203 2009년 12월에 썼던 글입니다. ------------------------------------------------------------------------------------------------------- 오랜만에 이틀 휴가를 내어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모든 사람들이 학교로 일터로 떠난 주택가의 풍경은 한가롭기만 하다. 날씨가 좋아서, 뒷뜰 창가에 쏟아지는 햇살에 잠시 겨울을 잊고 낮잠을 청해본다. 점심때가 되었는지 집에서 빤히 보이는 카토릭 스쿨에서 아이들이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가 잠결에 들린다. 언어만 다를뿐이지 아련히 들리는 아이들의 떠드는 소음은 언제나 햇살같이 화사하기만 하다. 겨울이지만 아직은 영상의 날씨에 햇빛이 눈부신 오후니까,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는 오히려..
20091019 2009년 10월에 썼던 글입니다. -------------------------------------------------------------------------------------- 회사 안전수칙에 대한 교육이 있었다. 회사에는 각 층마다 구급함이 있어서 간단한 두통약에서부터 붕대 그리고 일회용 반창고 등등이 들어있다. 심각하게 아프면 당장 병원에 가겠지만 웬간한 두통정도나 약간 찌뿌드드한 경우, 어디 부딪쳐서 까졌거나 하는 경우에 이용하는 구급함이다. 육체노동을 하는것도 아닌 사무실에서 물리적으로 다칠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제일 빈도가 높은 부상이 있으니 그것은 "페이퍼 컷" 즉 종이에 베이는 것이다. 보통 복사용지는 괜찮은데 설계도면에 사용하는 종이에는 사람들이 어지간히 많..
20091019 2009년 10월에 썼던 글입니다. ----------------------------------------------------------------------------------------------- 일주일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말하라면 나는 토요일 아침이라 하겠다. 어둠이 걷히고 희뿌옇게 새벽이 오면서 창너머로 새소리가 조근거리듯 들려오기 시작하면 가끔 동네를 지나가는 부릉거리는 자동차소리, 우리집 뒤의 공원에 아이들 소리, 개짖는 소리로 아침이 분주해진다.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켠 후 느릿느릿 침대에서 나와 커피를 끓인다. 파자마 차림으로 커피포트를 든 채 부엌창을 보면 가끔 집 옆 담너머 교회에서 장례식, 결혼식 그리고 세례식등등을 준비하는 광경을 본다. 아침부터 롤스로이스,..
200909 2009년 9월에 썼던 글입니다. ---------------------------------------------------------------------------------------- 워낭소리가 유명하다고 난리법썩이어서 도저히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만 보고 말았다. 노인이 오랜 세월동안 기르며 같이 농사일을 해 온 소가 늙어서 죽었다. 더도 덜도 없는 영화의 스토리다. 담백하다. 시골 초가집 툇마루에서 토장국에 보리밥 먹고 난 기분이다. 문득 아니, 이것은 동물학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40살이 다 된, 수명을 넘겨도 한참을 넘긴 소. 노쇠해서 걸음조차도 비틀거리는 소를 짐수레 끌기, 농사일, 심지어 자가용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이것은 동물학대가 아니다. 노인은 동물학..
20090908 2009년 9월에 썼던 글입니다. --------------------------------------------------------------------------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분다. 코끝이 싸해지면서 생각의 조각들이 하나 둘 일어난다. 그 한조각을 집어들고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를 듣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눕시다 명랑하게 일년은 삼백육십오일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어도 우리집은 언제나 웃으며 산다 가 부른 70년대 인기 라디오 드라마인 의 주제가 가사다. 어렸을 때 신림동 양옥집에서 살던 시절, 아침 7시 50분이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울려퍼졌고 그 배경으로 부엌에서 어머니의 도마소리와 함께 구수한 밥냄새가 기분좋게 나던 기억이 난..
200901 2009년 1월에 썼던 글입니다. ------------------------------------------------------------------------------------------------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 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일이다. 내 친구 중에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가 있는데, 당시 나는 교회에 다니고 있었지만 그 친구가 때때로 얘기해 주는 성당의 조직이라든지 예배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있게 듣곤 했다. 천주교는 잘 알려진대로 여러가지 격식이나 의전, 조직의 규정이 세밀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그 친구 역시 "레지오" 라는 교회내 단체에 소속되어 여러가지 봉사활동을 했는데, 무슨 활동을 하느냐 물어도 레지오 규칙상 봉사활동을 다른 이에게 말할 수 없다는 대답을 ..
20090121 2009년 1월에 썼던 글입니다. ------------------------------------------------------------------------------------------ 1. 일년전에 끊은 교통티켓 때문에 난생처음 법정에 서게 되었다. 죄명은 자동차 오너쉽(자동차 소유 증명서), 보험증 미지참, 자동차세 납부 증명 미지참 정도가 되겠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민아엄마가 운전이 겁이나서 너무 천천히 운전을 한 것이 탈이었나보다. 마침 브레이크 등 하나가 나갔던 것을 빌미로 경찰이 불러세웠다. 통상적으로 교통위반을 하면, 경찰이 꼬투리를 잡은 사항이 낚시줄이 되어, 면허증, 오너쉽, 보험증서 등등이 줄줄이 고구마줄기처럼 끌려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전면허증..
20081031 2008년 10월에 썼던 글입니다. ----------------------------------------------------------------------------------------------------- 가끔 금요일날 회사 동료들과 같이 가는 중국 푸드코트가 있습니다. 중국가게가 쭉 있고, 맨 마지막 두군데가 한국사람이 하는 일식, 그리고 그 다음이 한식집인데, 중국가게 그것도 한가운데 한 집만 사람들이 버글버글 하고 나머지는 거의 장사가 잘 안됩니다. 참 이상합니다. 먹어 본 바로는 특별히 음식이 나은것 같지도 않고, 특별히 다른데 보다 청결한것도 아니고, 친절한 것도 아니고, 양은 일단 엄청나게 푸짐하기는 하지만 그게 모든사람들에게 매력이 있을것 같지도 않은데.. 꽤 많..
20080822 2008년 8월에 썼던 글입니다. ------------------------------------------------------------------------------ 어제 저녁에 민아 댄스학원에서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이곳의 발표회라는것이 늘 그렇듯이, 한국에서의 질서정연함과 긴장은 아예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월말에 부모들 앞에서 한달동안 배운 댄스를 하는 것으로 애들 사기를 올려주고, 학원은 학원대로 이렇게 애들이 댄스를 좋아하고 잘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선전효과를 노리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선전효과란 물론 다음달 등록을 유도하는게 최대 목표입니다. 너무 속 보이죠? 학원에서 학원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애들에게 다 제공해 입혔는데 앞면은 그런대로 디자인 된 학원 ..
20080305 2008년 3월에 썼던 글입니다. -------------------------------------------------------------------------------------------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본 인상깊은 구절을 소개합니다. 세계에서 몇째 안가는 부자인 워렌버핏이 한 말이라는데요, 그 사람은 동업자를 선정하거나 사람을 볼 때 이 점을 본다네요. 첫째, 성실성 (혹은 진실성) 둘째, 에너지 (Energy) 셋째, 지능 (Intelligence) 그러면서 첫 번째가 없는 나머지 두 개는 그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성실함이 없는 에너지와 지능은 자신과 조직을 파멸의 길로 가게 한다는 뜻이라네요. 그런데, 성실성은 있는데 에너지와 지능이 없다면? 이런사람은 그런대로 안..